'전북 민주당 기반' 붕괴되나?...지도부 선출 경선 외면, '고향 호소'도 먹히지 않아
진단
17.2%, 34.07% -민주당 전북 권리당원 온·오프라인 투표율
23.19%, 7.6% -박용진·윤영찬 후보 전북 득표율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불려왔던 전북지역의 당권주자 경선대회 투표 참여율은 참담했다. 전북 출신 현역 의원들의 지도부 출마가 전무한 가운데 고향이 전북인 후보들마저도 외면을 당했다.
20일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실시된 전북지역 순회 경선 결과, 권리당원들의 투표율이 30% 초반에 머물러 민주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전북 권리당원 투표 34.07%, 전국 평균 37.69%보다 낮아
이날 오후 전주화산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 이후 공개된 민주당 전북 권리당원 투표 결과, 34.07%로 직전 충청경선까지의 전국 평균 투표율인 37.69%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민주당 권리당원 15만 7,572명 중 5만 3,682명만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민주당의 차기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전북지역 경선에서 지역의 권리당원 10명 중 7명이 불참한 것과 관련해 당 안팎에서 적지 않은 실망과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선 17일 실시된 호남권 권리당원 온라인투표에서도 전북은 전남(16.78%)에 이어 전국 최저 수준인 17.2%를 나타냈다. 다른 지역의 권리당원 온라인투표율은 대구 43.38%, 경북 42.35%, 부산 35.55%, 세종 33.19%, 울산 27.72%, 경남 26.53%, 인천 25.86%, 강원 22.64%, 충북 21.56%, 대전 21.45% 충남 19.68%, 광주 18.18%, 제주 17.80% 등으로 전북보다 모두 높다.
민주당의 기반 세력이 이탈 또는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의 '심장'으로 손꼽히며 전체 권리당원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권리당원이 포진한 호남의 첫 전당대회인 전북에서 흥행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며 “'호남대전'이란 말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성 지지층들만 투표"...‘민심 이반’ 반영?
전북지역의 저조한 투표율에 대해 한 현역 의원은 "강성 지지층들만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타난 것은 민심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지도부가 해야 할 일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권리당원만이 참석하는 이번 전북지역 경선에서 부산과 대구·경북 등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고향에서 지지를 호소했던 박용진 대표 후보와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도 저조한 투표율 속에 낮은 지지를 받아 전북지역에서 민주당의 민심이 더 이상 예전같지 않음을 반영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북 권리당원 투표 결과, 득표율 76.81%로 지역순회 경선 누적 득표율 78.05%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북지역 권리당원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총 4만 1,234표를 얻어 76.8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호남이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가운데 1차전인 전북 경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이재명 대세론'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전북 출신 박용진·윤영찬 후보 기대 이하 득표...반전 기회 살리지 못해
반면 전북 진안이 고향인 박용진 후보의 전북 권리당원 득표율은 23.19%, 누적 득표율은 21.95%에 머물렀다. 박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전북 경선을 앞두고 ”고향에서의 앞도적인 지지“를 호소했지만 누적 득표율을 0.6%p 올리는 데 그치면서 좀처럼 추격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유일하게 전북(남원)이 고향인 윤영찬 후보는 7.60%로 여전히 6위에 머물렀다. 전북 경선에서 2강(정청래·고민정), 3중(서영교 장경태 박찬대), 3약(윤영찬 송갑석 고영인) 체제가 유지됐다.
호남의 단일 후보인 송갑석 후보도 4.67%로 7위에 머무르면서 지역 권리당원들조차 호남권 또는 전북출신 의원들에 대한 지지가 낮게 나타나 향후 민주당 지도부 내 지역 교두보가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박용진 후보는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실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닌지 두려움이 있다"며 "체념의 분위기가 자꾸 느껴지면서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당내에선 전북지역의 저조한 투표율을 놓고 ”이재명 후보가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 대표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계파 간 통합이 쉽진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해다. 아울러 남은 민주당 경선에서 '대이변'을 연출하지 못할 경우 승부를 뒤집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절반도 안 되는 낮은 투표율...차기 지도부, 분열된 당 통합 추스를 수 있을까?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인 호남 지역에서도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면서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전국 대의원 표심을 고려하더라도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후보가 압승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 후보 지지층만 투표에 참여한 결과라는 비명(非 이재명)계의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권리당원들 중 절반도 안 되는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지도부가 분열된 당의 통합을 추스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이번 전북지역 권리당원들의 낮은 투표율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주딩 중앙당의 공천 과정의 불공정과 비원칙, 게다가 선거 브로커 실태 폭로와 대규모 자원봉사센터에서의 권리당원 관리와 선거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확대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북자원봉사센터 선거 개입·전주시장 선거 브로커 등으로 민주당 기반 '위기'
현재 전북지역에서는 전북도자원봉사센터의 선거 개입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송하진 전 도지사 부인과 측근들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가 하면 선거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서도 우범기 전주시장을 비롯한 일부 전현직 자치단체장, 건설업체 대표 등이 고발되거나 수사를 받으며 민주당 공천 후유증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전북지역에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지역구 출신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출마하지 않았다는 점도 경선 투표 참여 저조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북 정치권 내에서 전례 없이 민주당의 세력 기반 붕괴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높은 이유다.
한편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주자들은 21일 전남·광주 경선에 이어 오는 27일 수도권(경기·서울)에서 마지막 지역 경선을 치른데 이어 28일 1만 6,000명의 전국대의원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한 뒤 기존 권리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 결과와 합산해 당 대표·최고위원을 최종 선출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