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브로커' 사건 핵심 혐의자 2명 '징역 1년 6개월' 선고...몸통 수사는 '미진'
[사건 이슈] 전주시장 선거 개입 브로커 기소 2명만 실형...다른 브로커들은?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사업권과 인사권 등을 요구한 이른바 '선거 브로커' 혐의로 기소된 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촉구해왔던 '선거 브로커 사건의 몸통 수사'는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는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직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 한모 씨(65)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당직자 출신인 김모 씨(53) 등 2명 모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지방선거를 1년 여 앞두고 전주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제안하며 당선을 전제로 인사권과 공사 사업권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 "선거의 자유·공정성 심각하게 훼손, 죄질 불량해 엄하게 처벌해야"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전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선거를 사실상 주도하고 조직 선거의 필요성을 강요하며 조직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건설업체로부터 조달하는 대가로 당선 후 건설공사 사업권을 건설업체에 제공하고 나아가 당선 후 시장 인사권 일부를 요구했다"며 "당선을 위해 공직의 사유화도 불사해야 한다고 강조한 브로커들의 범행은 낡은 선거공법에 기댄 것으로 정치 신인을 좌절하게 만들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후보자의 능력이 아니라 금권에 기반한 조직을 구성하도록 하는 등 선거의 자유·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고 죄질이 불량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공직선거법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행위보다 지시, 권유, 알선하는 행위를 더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 요구 받아들여졌다면 선거에 상당한 영향 미쳤을 것"
앞서 검찰은 7월 20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지역사회의 선거질서에 공정을 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실제 피고인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뒤 각각 징역 2년 6개월씩 구형했었다.
한씨와 김씨는 지난해 5월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에게 선거 조직과 정치자금 지원 등을 조력해주는 대가로 공사 사업권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건설, 토목 등의 전주시청 국·과장 인사권을 주면 선거운동을 도와주겠다"며 이 전 예비후보에게 "시청 국·과장 인사권을 달라"고 제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예비후보는 지난 4월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지자로서 지역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브로커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다"면서 전주시장 선거 과정의 브로커 개입 실태를 폭로하고 해당 녹취록 일부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우범기 전주시장 등 2명·개발업체 3곳 고발
한편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주시민회 등 전북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7월 5일 이번 선거 브로커 사건과 관련해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예비후보인 이중선 후보를 통해 공개된 선거 브로커 사건은 세간에 들려오던 우리 지역사회의 대형 의혹들의 실체를 일부 드러냈다"며 브로커로 지목된 당사자 2명과 업체 3곳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직후 "우범기 전주시장, 김형민 전라일보 기자, (주)에코시티개발, ㈜자광, ㈜제일건설을 '공직선거법 제230조 매수 및 이해 유도죄와 동법 제113조 후보자 등의 기부행위 제한 위반',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 공표죄', '공직선거법 제231조 재산상의 이익 목적의 매수 및 이해 유도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전북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 간부, 시민사회단체 전 대표, 지역 언론인 등 토호세력들로 구성된 선거 브로커들은 민주당 전주시장 경선 과정에 개입해 조직과 자금을 미끼로 전주시 토목건축직 인사권과 개발 관련 인허가권을 요구했고 그 배후에는 특혜를 요구하는 건설업체와 정치인들이 있었다"며 "지역사회에서 소위 ‘권력자’들의 민낯이 아닐 수 없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언론인 등 몸통 수사 미진...지위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야“ 촉구
앞서 전북지역 27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전북 불법 선거 브로커 척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은 지난 5월 23일 오전 11시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브로커 철저 수사'와 '몸통 수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민주당 간부와 시민사회단체 전 대표, 언론인 등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들은 우리 사회의 권력을 감시하며 그들의 부패를 드러내고 해결해야 할 위치에 있다"며 "그러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최소한의 직업윤리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민주당 일당 독주, 묻지마 당선이라는 지역의 정치풍토를 이용해 민주당 권리당원과 일반 시민들의 전화 여론조사를 왜곡시키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후보자로 선출하고자 기획했으며, 거리낌 없이 행보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자신의 공적인 위치를 활용해 이권을 위해 유착한 이들을 지역사회에 용납해서는 안 된다"며 "지역의 영향력 및 지위 등을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무거운 사법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