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투자’ 철회 쿠팡, 광주·부산·제천 등 전국 각지 물류센터 건립·투자...전북도, 알았나 몰랐나?

진단

2022-08-17     박주현 기자

“현재 쿠팡은 제천(1천억), 음성(1천억), 대전(1천800억), 광주(2천240억), 광주프레시(210억), 경북 김천(1천억), 대구(3천200억), 경남 함양(720억), 경남 창원(3천억), 경남 김해(190억), 부산(2천200억 원) 등지에 물류센터를 만들고 있다.” 

지난 3일 충북일보가 보도한 기사 내용이 눈을 의심케 했다. 전북 완주군 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쿠팡 물류센터 건립이 무산된지 불과 2주 만에 나온 기사다. 

앞서 지난달 21일 쿠팡은 최종적으로 완주군에 투자 철회 의사를 밝혀왔다. 원인은 완주군과의 토지 분양가 협상 실패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쿠팡, 완주산업단지 투자 무산 2주 만에 다른 지역 대단위 물류센터 건립 계획? 

충북일보 8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앞선 지난해 3월 전북도와 완주군, 쿠팡(주)은 완주군 산업단지 내에 물류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쿠팡은 1,3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완주군 테크노벨리 제2일반산업단지에 10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었다. 

당시 유명 유통기업인 쿠팡의 대규모 투자 소식에 지역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지역언론들의 환영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1년 4개월의 기대감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았다. 

쿠팡이 완주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추가 토지 비용으로 60여억원을 더 지불해야 할 상황이어서 투자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밝혔지만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많다. 행정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점으로 거론되며 전북도와 완주군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실망이 클 무렵, 다른 지역에선 쿠팡의 대단위 물류센터 유치 청사진으로 한껏 부풀었기 때문이다.

“쿠팡, 충북 제천첨단물류센터 11월 첫 삽...500개 이상 새로운 일자리”

충북일보는 이날 ‘쿠팡 제천첨단물류센터, 오는 11월 첫 삽’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제천에 입주 예정인 '쿠팡 제천첨단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가 오는 11월 첫 삽을 뜬다”며 “제천시가 시의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제천물류센터는 현재 설계가 진행 중으로 향후 사업추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물류센터 부지는 제3산단 내 약 10만㎡ 규모로 총 1,160억원을 들여 충청도와 수도권 지역 물류를 보완·지원하는 역할로 본격 가동 시기는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된다”는 기사는 “특히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상품관리와 작업자 동선 최적화 시스템, 친환경 포장 설비와 첨단 물류 장비 등이 도입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년 4개월 전 전북지역 언론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는 쿠팡 물류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지역주민 우선 고용을 통해 5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며 지역 경제와 산업단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쿠팡은 '전국 로켓배송권'을 꿈꾸며 2025년까지 1조3천억원을 투자해 전국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반겼다.

그런데 이날 기사에선 충북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도 쿠팡이 대단위 물류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공개돼 시선을 모았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쿠팡은 △제천(1천억) △음성(1천억) △대전(1천800억) △광주(2천240억) △광주프레시(210억) △경북 김천(1천억) △대구(3천200억) △경남 함양(720억) △경남 창원(3천억) △경남 김해(190억) △부산(2천200억 원) 등지에 물류센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엔 지난해 3월 쿠팡이 전북도와 완주군 등과 투자하기로 협약한 전북지역은 제외됐다.

전북지역 물류센터, 다른 지역들과 저울질하다 결국 제외, 왜? 

전라북도와 완주군은 지난해 3월 26일 전북도청에서 쿠팡㈜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완주에 첨단물류센터를 짓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을 것을 약속했다.

쿠팡은 '완주군 사업단지 내 물류센터 조성은 산업단지 분양가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지역들의 건립 계획을 보면 규모와 예산에서 차이가 크다. 인근 광주와 대전권에 이미 물류센터 건립을 계획해 놓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들과도 비교하며 저울질하다 결국 전북을 제외시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다. 

지난해 3월 쿠팡은 완주군에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당초 평당 64만 5,000원이던 토지 분양가가 최근 평당 83만 5,000원으로 오르면서 1,300억원 규모의 쿠팡 물류센터 건립이 무산된 게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날 충북일보도 관련 기사에서도 이러한 점을 의식했던지 기사 말미에서 '전북 완주군 투자 유치 무소식 배경'을 전한 뒤 제천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제천 쿠팡 첨단물류센터 조성은 당초 계획에서 크게 변동되거나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사업추진에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광주에 2,000명 고용 쿠팡 물류센터 2023년 준공?”

광주일보 2021년 9월 28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지난해 9월 28일 광주일보도 ‘광주에 2,000명 고용 쿠팡 물류센터 2023년 준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민선 7기 들어 광주시가 연이어 신규 고용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신규 일자리 1만명 이상 창출이 기대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이어 2,000명 이상 신규 고용이 예상되는 쿠팡(주) 물류센터도 착공에 들어갔다”고 크게 보도했다. 

시기적으로 이 때부터 쿠팡과 완주군 사이에 토지 분양가 문제가 심상치 않게 거론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특히 완주신문 등은 지난해 관련 보도를 통해 쿠팡의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음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그럼에도 광주시와 쿠팡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9월 28일 광주 평동3차산업단지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 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쿠팡 광주첨단물류센터’ 기공식을 개최했다.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은 “우리나라 대표 이커머스 기업이자 4대 고용기업 중 하나인 쿠팡은 2,240억원을 투자해 호남권 최대 규모(연면적 17만 4,000여㎡)의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신규로 2,00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라며 “센터는 2023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라고 한껏 부풀었다. 

광주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광주시는 쿠팡 물류센터 유치를 목표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업체계 구성해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노력 끝에 투자 유치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었다”며 “쿠팡은 앞으로 광주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최첨단 물류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해 상품관리부터 배송동선까지 최적화한 미래형 물류센터의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이사는 “호남권은 물론 남부지역 고객에게 더 좋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고용 창출, 호남지역의 우수 소상공인 지원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상생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쿠팡 부산 물류센터 건립되면 3,000개 이상의 직접 고용 효과” 

머니S 6월 17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보다 앞선 지난해 6월에도 쿠팡은 총 2,200억원을 투자해 17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부산 강서구에 건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부산광역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과 체결했다. 

당시 언론들은 “부산 물류센터가 건립되면 3000개 이상의 직접 고용 효과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쿠팡은 2024년 준공 예정인 부산 물류센터를 상품 관리, 배송 동선 최적화 등 유통 산업에 정보통신기술(IT)을 융복합한 혁신 기술들을 망라한 첨단 물류 시스템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는 당시에도 “부산에 건립될 물류 센터는 신항만과 인접해 입지적인 강점이 뛰어나 쿠팡의 해외 진출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부산 지역사회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들의 사업 지원을 확대하며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쿠팡이 앞서 지난해 3월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박성일 완주군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약한 완주군 산업단지 내 투자유치 양해각서는 이미 다른 지역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전북지역에서는 “로켓배송의 전국화를 선언한 쿠팡이 완주군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조성할 경우 5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대대적으로 자랑했었다.

“쿠팡, 매분기 예외 없이 성장”

쿠팡(주) 전경

한편 한국경제TV는 11일 ‘김범석 "쿠팡, 매분기 예외 없이 성장…2분기 실적도 일부일 뿐"’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쿠팡의 2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주가도 4개월여 만에 20달러 선까지 올랐다”며 “쿠팡은 ‘올해 2분기 매출이 50억 3,78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했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쿠팡이 완주군 투자 철회 이후 일부 언론들이 쿠팡의 적자를 우려했던 것과는 대조를 보이는 기사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0일 쿠팡의 주가는 4.11% 오른 19.76달러로 마감했다. 실적 발표 이후 장외 시장에서 쿠팡의 주가는 3% 이상 상승하며 20달러 선을 넘겼다. 쿠팡 주가가 20달러를 넘긴 것은 지난 4월 4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쿠팡은 1분기 6조 1,650억원의 매출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고성장을 지속했다”는 기사는 “한국 이커머스 업계가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 전분기 대비 0%대 성장한 것과 비교해 고무적인 결과라는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전국 100여개의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구축한 쿠팡은 국내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한 물류망을 운영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각종 비용 절감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쿠팡에 따르면, 쿠팡의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112만평으로 늘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보다 28% 크다”며 “쿠팡은 지난해부터 동남권·광주광역시에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팡, 부동산 가격 핑계로 전북서 철수...합리적 의심” 지적 

이처럼 쿠팡이 고성장 속에서 전국 각 지역에 대단위 물류센터망을 구축하면서도 유독 전북지역에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은 부동산 가격 협상 외에도 전략적 내부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대목들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이 완주군 산업단지에 물류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부산, 광주, 충북 등에서 연이어 비슷하거나 훨씬 큰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과 투자계획이 발표될 때부터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속셈은 교통수단 등이 열악한 전북에서 큰 승산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핑계로 철수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