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훈련 시 북한 핵실험·국지전 도발 가능...올 가을 한반도 안 좋은 상황 우려”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2022-08-15     이영광 기자

이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한국, 일본 등 동남아를 순방했다. 특히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일 심야에 니컬러스 번스 미국 대사를 초청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짓은 고의로 상대를 도발하는 것"이라며 "펠로시의 불장난은 온 세상이 비난할 일로,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중·미 공동성명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이 반발한 이유와 함께 펠로시 의장이 한국 방문 때 외교 문제 등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지난 10일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펠로시 의장, 개인적 명예나 존재감 과시하기 위해 민감한 외교 문제 활용”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과 한국,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 과정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펠로시 하원 의장의 동아시아 순방이 매우 극적인 요소 담았는데 제가 볼 때는 씁쓸한 장면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동아시아 안보 상황에 불필요한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잘못된 외교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펠로시 의장이 개인적 명예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 민감한 외교 문제를 활용했다는 분석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 대만은 왜 간 거죠?

“펠로시 의장이 동아시아를 여러 나라 가면서 대만도 포함 시켰는데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연대감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펠로시 의장은 설명했습니다만 대만 문제가 민감한 외교 문제라는 건 공지의 사실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펠로시 의장의 주장은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반발했는데 왜 그런 거죠?

“중국은 엄밀하게 본다면 우리나라처럼 분단된 국가의 특성이 있습니다. 1949년에 중국에서 국공 내전이 일단락됐다고 하는데 그때 중국이 대만을 군사적으로 점령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대만은 중국에 맞서서 저항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 즉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고 별도 국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문제는 미국이 1972년과 1979년, 1982년 세 차례에 걸쳐서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한다고 문서로 약속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해서 대만 정부 지지하는 발언 했어요. 이것은 대만 내부의 분리 독립 세력을 격려하고 고무하는 것이라고 중국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약속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긴 것이고 또 중국을 분열하는 행동에 참가하고 조장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중국 내정 간섭했다고 주장하면서 비난하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에 반대 의사 표명”

- 미국에서 하원의장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가요?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 본다면 대통령 다음가는 2인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집권당 원내대표, 또는 다수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을 겸직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그럼 바이든 행정부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허용한 건가요?

“미국은 우리처럼 삼권분립이 돼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하원의장이 어느 나라를 방문하는지에 대해서 행정부가 허용하거나 불허할 수 없습니다. 허용한다는 말을 사용할 수는 없고 협조한다는 표현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대만 방문하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는 말 맞지 않아”

KBS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 사실 미중이 싸우건 말건 우리와 상관없으면 문제가 아닌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미·중 사이에 우리가 있다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좀 몇 가지 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미국은 지구촌의 패권 국가고 중국은 잠재적인 패권 도전 국가로 규정할 수가 있습니다. 만약에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전쟁하게 된다면 지정학적으로 우리 대한민국도 전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는 상황은 우리와 상관이 분명히 있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그 다음에 미국과 중국을 고래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없어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새우로 비유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 200개 되는 나라 중에서 종합 국력 순위가 한 10위 정도 되는 강국입니다. 그래서 우리를 새우로 비유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는 개념도 저로서는 토론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왜요? 

“왜냐하면 우리는 미국과 군사동맹이고요. 경제적으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명백히 우리는 서방 국가 진영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또 동시에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이웃 나라죠. 그래서 수천 년 동안 교류를 이어왔고, 중국과 더불어서 중화 문명권의 주요 국가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나라가 아니고 미국 중심의 서방 진영에도 속하고 동시에 중국 중심의 중화 문명권에도 소속된 중첩 국가라는 것이죠. 이런 조건은 미국과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가능하고 동시에 중국과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가능한 상황을 제공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 펠로시 의장이 3일 밤 한국에 왔죠. 근데 정부와 국회 아무도 영접 나가지 않았죠. 국회의장 측은 조율되어 나가지 않은 거라는 입장인데.

“저도 국회 발표가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펠로시 의장이 사전 협의 결과 공항 영접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동의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영접하지 않는 걸로 얘기가 됐는데 영접을 나간다면 그게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전 협의 과정에서 펠로시 의장의 의중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됐는지에 대해서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 나간가면 정부와 국회 중 누가 나가는 게 맞아요?

“펠로시 의장의 방안은 국회의장 초청으로 이루어졌다고 봐야하거든요, 때문에 영접 책임은 당연히 국회의장에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펠로시 의장의 미국 내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외교부도 막후 실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영접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고 단적으로 질문한다면,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만 40분 했죠. 그전에 대통령실은 만나네, 마네로 오락가락했고 국익을 생각해 만나지 않았다는 건데, 이런 발언하는 게 맞았을까요?

“대단히 잘못된 부분들이 많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면담하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죠, 저는 만나는 것도 방법이고 만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미국 하원의장과의 면담 일정이 대통령의 중요한 일정인데 방한 하루 전에 오락가락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자체가 외교적으로 준비가 소홀했다는 점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그 다음에 국익을 생각해서 만나지 않았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 관계자가 국익을 생각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이건 공식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는 발언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보기에 이번에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면담하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한 것은 중국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하원의장이 한국을 방문해 대통령과 면담하느냐 안 하느냐는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를 고려할 때 미국 백악관 미국 국무부 하원 의장실 또 우리 국회의장실 또 우리 대통령실 또 외교부 이렇게 한 6군데가 긴밀하게 협의해서 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 펠로시 의장의 일정도 한국과 미국 간의 사전 협의가 긴밀하게 진행된 결과라고 확신합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우왕좌왕하고 오락가락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번 상황, 심각한 외교 참사에 해당”

MBC 8월 12일 뉴스(화면 캡처)

- 보통 이런 건 적어도 일주일 전 조율 하지 않나요?

“맞습니다. 이런 거면 일주일이 아니라 대통령 일정은 몇 주일 전에 결정하는 것이죠. 그리고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 일정은 이미 한 달 전에 7월 초에 어느 정도 내부적으로는 정해졌다는 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정부도 7월 초쯤에는 펠로시 의장 방한과 관련해서 대비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장이 방문하는 당일이나 하루 전날에 면담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들 설명이 다르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이번 상황을 심각한 외교 참사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 처음에 휴가 때문에 안 만나는 것으로 했을까요?

“네 당초에 시나리오는 휴가를 가는 일정이 있기 때문에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서 환대하기가 어렵다는 설명 논리를 준비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씀드린 것처럼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서 엉망이 된 거죠.”

- 휴가 미리 잡은 게 아니고 펠로시 의장 방한 피해서 휴가 잡을 수 있잖아요?

“우연이 겹쳤다고 보는데,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휴가 가는 쪽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제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미국 하원 의장의 한국 방문은 한국과 미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외교 현안이라고 봐야 됩니다. 그런 일정은 한국과 미국 한국의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가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번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 일정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견지에서 한미 외교 담당자들 사이에는 현재로서는 모순과 갈등이 없고 협력이 잘 되는 상황이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미 군사훈련 시 북, 핵실험 감행 가능성...국지전 도발 가능도 대비해야”

- 한미동맹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펠로시 의장의 일정은 한국과 미국이 긴밀히 협의한 결과이기 때문에 당국자 사이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에 만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설명에서 오락가락했고 중국 눈치를 본다고 하는 그런 평가도 나왔고 이런 부분들은 오해를 만들어낸 것이죠. 일단 오해가 형성되면 되돌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미동맹 차원에서 본다면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졌고 그런 부분에서 일정 부분 손실이 있다고 볼 수는 있고요. 당국자들 사이에 우리 외교부나 미국의 국무부 또 우리 대통령실이나 미국 백악관 여기의 소통 채널에는 문제가 없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8월에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어서 북한이 반발할 것 같은데 핵실험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저는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8월에 연합군사훈련 대규모로 진행한다고 예고했으니까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그럴 경우 북한은 강력히 반발할 것이고 반발하는 차원에서 보여주는 몇 가지 조치 중에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북한이 반발의 뜻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겠다고 결심한다면 핵실험도 그 중의 하나가 되겠지만 국지전 도발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대응 시나리오를 짜는 것도 필요하지만 북한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평도 포격 수준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 국지전 도발이라는 게 연평도 포격 같은 걸까요?

“무작정 연평도 포격 같은 행동을 곧바로 하지는 않을 겁니다. 연평도 포격도 사전에 상당한 예고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거기에 호응하지 않는 상황들이 있었죠. 서해에서 상당히 군사적으로 소규모적인 도발을 하고 우리가 거기에 대응했을 때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연평도 포격과 같은 수준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도 우리가 배제할 수 없다고 봐야 되기 때문에 사전 대비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북한이 핵실험 준비 끝냈다는 의견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지난 2월 정도부터 한국과 미국의 정보 당국과 군사 당국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완료됐고 또 최고 지도자의 명령만 있으면 언제라도 핵실험 할 수 있다라고 해요. 그리고 언제 할 것이라고 계속 추정하죠. 그러나 제가 추정하기에는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만탑산 핵실험장 근처는 지난 2017년 9월 제6차 핵실험 이후 상당한 훼손이 있어서 물리적으로 핵실험을 다시 하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하고, 실험을 해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후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8월에 있고 난 이후에는 북한의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행위가 예상됩니다. 거기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은 또 단호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많고 그래서 올 가을에 한반도 안보 정세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불안감이 굉장히 고조되는 안 좋은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이 돼서 걱정되고 우려가 많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