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과 사회
[권두언] '사람과 언론' 제9호(2020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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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이 적어지고 탐욕이 소용없는,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이 될 것이라던 21세기에 인류는 뜻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닥뜨려 휘청거렸다.
4차 산업혁명시대, 초연결·초인류 사회를 자랑해 왔던 지구촌 국가들은 미세한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격리·재택·비대면 속으로 고립된 채 살아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황당한 상황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보건연구팀에 의하면, 오늘날 신종 바이러스는 연간 200종이 넘게 출현하고, 그 대부분은 잠재적으로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들이 인류문명에 도전해 올 것이란 끔찍한 전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지구촌 전체가 ‘환란’의 비상상황에 동시에 내몰렸다. 수 만 명이 죽어가는 데도 백신은 물론 치료제도 없는 탓에 오직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그나마 유용한 대응책일 수밖에 없다니,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의 위기’라는 말은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서력기원전(西曆紀元前)을 뜻하는 비시(BC, Before Christ)와 서력기원후(西曆紀元後)의 에이디(AD, Anno Domini)를 ‘비포 코로나’(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로 구분할 정도다. 일부에선 코로나 대신 질병(Disease)을 붙여 코로나 이후를 아예 에이디(AD, After Disease)로 부르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가 그만큼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야기했다는 증거다. 코로나 사태는 인간의 역사에서 전혀 낯선 종류의 경험이 아니지만 허둥대는 이유는 그동안 무절제한 탐욕의 만연과 그로인해 약화된 정신적·육체적 면역력이 아닐까하는 반성과 성찰을 하게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코로나19
역사가 인류에게 가르쳐주었듯이 역병의 창궐이라는 상황에서 인류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문명의 흥망이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의 본질과 성격을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인은 이에 대해 “지금 많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생활로의 복귀를 고대하며, 백신이나 치료제의 조기 개발이 급선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종래의 생활이 과연 ‘정상적’인 생활이었는지 우리는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한 언론에 쓴 칼럼에서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환란, 기로에 선 문명’이란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했는데 새겨 들을만하다.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또, 장기적인 고립생활이 면역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코로나 사태는 '국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세계적 환란상황에서 공공의료, 사회보험, 공적부조의 가치는 더욱 빛났다. 이념의 틀에 갇힌 기본소득은 공론의 장에 올랐다.
따라서 정부와 코로나 사태에서 높은 투표율 속에 선출된 21대 국회는 시민사회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감염병 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구조와 경제, 노동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시대 경제활동, 학교생활, 종교생활, 정치집회 등 모든 일상이 과거와 달라졌다. 그러나 재난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사실도 재확인시켜주었다. 바이러스는 만인에게 평등하지만, 사회적 환경은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지적에 국가는 귀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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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사람과 언론> 여름호(제9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과 사회’란 특별기획을 정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혜안의 목소리들을 담아보았다.
먼저 ‘광야의 민중 목사’로 잘 알려진 김병균 은퇴목사로부터 코로나 이후의 삶과 사회의 과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40년을 농촌목회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은퇴한 김 목사는 코로나19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 영역을 침범하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온 것이다. 지구변화가 초래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凍土層)에 묻혀있는 고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깨어난다. 이 때문에 사태의 근본적인 처방은 기후위기 대응인 것이다.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에 기후가 변화되어 모기와 진드기가 서식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바이러스의 진화와 폭발적 확산을 위한 증식숙주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야의 목사 김병균, “주류에서 밀려나 잊혔던 비주류에서 해답 찾아야”
그렇다면 기후위기의 대응책은 무엇일가? 김 목사는 이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 주었다. 가장 우선순위로 ‘그린 뉴딜’을 꼽았다. 이는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를 쓰는 녹색산업으로 다시 짜는 정책 패키지를 말한다. 그는 “에너지 효율을 늘리고 건축물과 교통 기반시설을 ‘녹색화’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시함으로써 오도 가도 못 하는 ‘좌초산업’인 화석연료산업 종사자들의 실직을 막고, 심화된 불평등도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다 준 순기능 중에 신천지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 것을 무척 고맙고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러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 목사는 사상에서, 철학에서, 종교에서 답을 찾아야 하며 우리 사회의 비주류에서도 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주류에서 밀려나 잊혔던 늙은 스승이 있는 골방을 이제라도 찾아야 하며, 짧고 부분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 ‘복잡한 전체’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속에서도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김 목사 외에 20년 넘게 부부가 함께 거리에서 천막농성을 펼치며 대학강사의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를 주장해 온 주인공인이자 ‘1:9:90사회의 일과 행복-해고강사의 0학점 강의’란 책의 저자인 김영곤 선생으로부터 혜안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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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김동애 박사와 함께 1999년부터 20년 넘게 대학과 교육당국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온 김 선생 부부는 지난해 충남 당진 고향집으로 이사해 농촌생활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상아탑의 개혁과 교원지위 회복을 위한 소원과 열망은 여전히 뜨겁다.
김 선생은 “코로나19 사태는 임계점에 이른 인간의 기후와 생물다양성 파괴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라며 “인류가 기후와 생물다양성을 파괴한 결과이며 앞으로 이와 같은 전염병이 계속 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것을 막지 못하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문제 전문가답게 “실업자가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고용보험을 전체 취업자에게 적용하고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피해가 큰 가난한 나라를 위해 세계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외에도 대학생들이 바라본 코로나19 사태와 앞으로 달라질 삶과 사회에 대한 그들의 시각도 함께 들어보았다.
김성희 이사, ‘온건 다당제의 길은 가능한가?’ 화두 던지며 대안 제시
또한 <사람과 언론>은 창간 2주년을 맞아 ‘희한한 선거가 정치를 망친다’란 특집을 마련하고 21대 총선이 남긴 문제점과 과제 등을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에게 들어보았다.
김 이사는 ‘온건 다당제의 길은 가능한가?’란 특별 기고에서 21대 총선이 제기한 질문과 과제들을 풀어주었다.
그는 “과연 한국에서 온건 다당제의 길은 가능할까?”란 물음을 던지며 “낙관적인 대답을 하기 어렵지만,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에 비판적이며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하는 시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한다”며 “그러나 이를 실현할 신뢰할만한 제3의 정치세력의 가능성은 점점 좁아진다. 이런 역설적 현실이 오늘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웅변한다고 생각한다”고 설파했다.
지역언론 파수꾼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 특별한 만남
한편 <사람과 언론> 이번호에서는 특별한 두 사람을 초청했다. 옥천에 울려 퍼진 제2 안티조선운동의 주역인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와 36년째 인천지역에서 지역언론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는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표는 디지털과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에도 변함없는 끈기와 오기로 지역과 언론을 사수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오 대표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달기 운동을 주창해 한창 진행 중이다. 옥천전투의 주인공인 오 대표가 제안한 제2의 안티조선 시민운동으로 진화한 일장기 조선일보 리본달리 운동은 조선일보가 올해로 창간 100주년 맞는 해여서 더욱 의미를 더한다.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해 36년째 인천지역에서 언론활동을 수행하며
올 해의 봉사대상, 북녘 큰물피해 돕기, 네팔 지진피해 돕기, 아프리카 도서관 건립 기금 모으기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강명수 <인천뉴스> 대표는 ‘언론·뉴스 독립군’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역에서 금기시 돼왔던 언론문제를 수면으로 드러나게 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언론문제를 가장 많이 다루는 언론으로 알려진 장본인이다. “같은 지역의 언론인이지만 지역언론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보도는 진행형”이라며 지역언론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는 ‘언론 독립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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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준만 교수는 ‘왜 우리는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보고서 그것을 욕망할까?’란 주제의 명언 에세이에서 인간의 본질인 욕망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명쾌하게 정의를 다시 내리며 본질을 파헤쳐주었다.
또한 김창룡 교수는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언론 통제전략을 사자성어로 잘 풀이해주었다.
조성욱 교수와 신정일 선생, 최진성 박사는 이번호에서도 지리와 역사, 종교와의 관계를 명쾌하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었다.
한편 공론장에서는 대학생들의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생각과 언론사 체험담을 소개했으며 이번호 인물탐구는 효봉 여태명 선생을 클로즈업하였으며 이슈분석에서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을 맞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과 퇴출 요구를 받는지 분석해 보았다.
아울러 논문 큐레이션에서는 ‘신종 감염병’ 주제 논문들을 통해 과거의 감영병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았으며, 포토 에세이는 진주 남강 촉석루에 서려 있는 논개의 정신을 찾아 조명했으며 ‘김명주의 영화 속으로’에선 두 편의 영화가 맛깔나게 소개되었다.
이 외에도 동학 재조명과 진로진학에 관한 전문가 조언, 날카로운 시평도 찬찬히 읽으며 사실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되새길만하다.
끝으로 독자 제위 모두 코로나 충격파를 잘 이겨내고 행복한 삶 되찾기를 기원드리며 김훈 소설가가 지난 5월 초입 <한겨레>에 쓴 칼럼 한 구절로 권두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람들의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의 밥벌이가 흐름으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코로나19는 거대한 규모로 증명해주었다. 코로나19는 인간 존재의 개별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일깨워주었고 자연을 헤집고 망가뜨려 가면서 삶에 대한 경건성을 잃어버린 현실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코로나 재난 속에서 돋아난 희망의 싹은 더 힘든 계절을 앞두고 있다. 싹이여,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라.” (<사람과 언론> 제9호(2020 여름호)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