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석 장기화 속 내부 '비리', '기강 해이' 잇따라 제보...감사실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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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국민연금공단이 2년 전인 2020년 9월 창립 33주년 기념식을 맞는 날 직원들의 ‘마약 사건’으로 세간에 큰 충격과 함께 내부 기강 해이 문제가 구설에 올랐다. 그러더니 최근 이사장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내부 기강 해이가 다시 도를 넘어서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간부 직원의 직장 내 갑질과 보험료 낭비 사례, 직원의 복무 해태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사례 등 내부 문제점들이 잇따라 제보되고 있어 자체 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구심을 낳게 한다.
직장 내 갑질, 주먹구구식 업무처리 등 내부 문제점 제보 이어져
전북의소리에 최근 제보된 국민연금공단 내부 비리와 문제점들 가운데는 ‘간부 직원의 부적정한 예산 집행 및 갑질, 직장 내 괴롭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교육비를 환수하지 않아 국민세금과 가입자의 보험료를 낭비한 주먹구구식 업무처리 실태’, ‘직원들의 복무 해태를 묵인 방조하는 감사실과 임원을 비판하는 내부 비난의 글이 익명 커뮤니티(Blind)에 올라온 내용’ 등이 주를 이뤘다.
이 가운데 지난 7월 6일 최모 씨(가명)가 ‘국민연금공단 00본부 000 간부의 부적정한 예산 집행, 갑질, 직장 괴롭힘, 부적절한 처신을 밝힙니다’란 제목과 함께 제보해 온 내용 중에는 “해당 간부 직원이 코로나19 유행으로 '4인 이상 집합금지, 9시 이후 식당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1주일에 3회씩 연간 최소 100회 이상 점심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재하는 등 예산을 부정확하게 집행하는가 하면 여성 직원에게 반말을 하거나 늦은 시간에도 부적정한 언행과 갑질 등으로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익명 커뮤니티 공간에 올라온 글들을 캡처해 제보했다.
“무단 결근 묵인 등 내부 기강 해이...커뮤니티 공간에서 입방아”
또한 7월 11일 석모 씨(가명)가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교육비 3천만원을 환수하지 않아 결국 국민세금과 가입자의 보험료를 낭비한 국민연금공단의 주먹구구식 업무처리 실태’란 제목으로 제보해 온 내용에는 "위탁교육 수료 후 공단에서 의무복무 기간을 충족하지 못하면 교육비를 환수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간의 외부 대학 교육을 이수하였으나 건강을 이유로 휴가를 사용한 채 복귀하지 않다가 결국 명예퇴직을 신청했다"며 경위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제출한 병원 진단에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곤란하다는 소견이 없음에도 그간 공단 기여도를 고려하여 ‘정상적인 복무가 불가능하다’는 인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교육훈련비(2,900만원)를 면제 처리하였고 퇴직금 이외에 수억원의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함으로써 국민의 세금과 가입자의 보험료를 낭비했다“는 내용을 제보했다.
이 외에 8월 10일 김모 씨(가명)는 ‘블라인드에서는 어느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복무 해태를 묵인 방조하는 감사실과 임원을 비난하는 글이 인기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커뮤니티 공간에 올라온 내용들을 제보해왔다.
이 내용들 중에는 ”무단 결근한 직원이 감사나 징계도 받지 않고 마음치료센터에 가서 편하게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란 질문과 함께 이에 대한 찬반 의견들을 보내왔다.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사실관계 확인 시 적법 조치할 것“ 해명
이처럼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국민연금공단 내부 문제점을 제보한 내용들을 확인 취재한 결과, 일부는 사실과 다르거나 일부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가 수그러든 내용들이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확인 과정에서 일부 담당 부서는 인사가 이뤄지는 바람에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 제보 내용을 확인했으나 ”커뮤니티 공간에 올라온 내용들이 워낙 많아서 제대로 다 기억할 수 없다“는 답변과 함께 ”일부 내용은 들어본 적이 있으나 사실과 다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 비리와 문제점들이 언론사에 제보된 것은 비단 전북의소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부 언론사와 기관 등에도 비슷한 내용들이 제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이 7,3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조직을 거느린 국민연금공단에는 상근 감사와 감사실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부 커뮤니키 공간에 올라온 글들 중 직원들의 갑질과 내부 비리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대로 체크하며 감사했더라면 이런 사례가 외부로 유출되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단의 한 중간 간부는 ”해당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소문과 다름없는 이미 검증된 내용들“이라며 ”제보된 내용들 중 일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적법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일부 다른 직원은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이사장의 장기간 공백도 기강이 느슨해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하루 빨리 이사장 자리가 채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사장 공모 지원서 마감했으나 복지부 장관 공석...전 이사장 임기 중 사퇴 후유증 커
한편 김용진 전 이사장이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두고 지난 4월 18일 갑자기 사퇴한 이후 4개월여 동안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신임 이사장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는 공단 측은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서류 및 면접심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한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고, 대통령이 최종 선임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임 이사장 공모 과정을 모두 밟는 데 보통 한 두 달 정도 걸리는데 현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상태이기 때문에 신임 이사장 선임도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공단 입장에서는 이사장의 공석이 지나온 4개월보다 더 길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래저래 걱정과 한숨은 더욱 깊어만 가는 양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