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해풍 속 기암절벽 가득한 최남단 '마라도'...'짜장면집' 넘쳐나 '씁쓸'
제주도 가족 여행기(3)
7월 28일, 아쉽지만 오전 일찍 호텔을 서둘러 나섰다. 하늘은 맑고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서귀포를 출발해 모슬포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30분. 마라도를 왕복 운항하는 배표를 먼저 구했다. 다행히 오전 10시 50분에 출발해 오후 1시 30분에 다시 돌아오는 배표를 구할 수 있었다.
항구에는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었고 선착장에는 이미 수많은 관광객들이 마라도를 가기 위해 긴 행렬을 지어 서 있었다. 제주의 6~7월은 수국의 달이라고 한다. 가는 곳마다 온갖 색깔의 수국이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드디어 기다렸던 배에 오르니 금세 서귀포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멀리 한라산 정상 부근이 아련하게 시야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반대 편에선 금세 마라도가 멀리서 우릴 반기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섬에 도착하자 우릴 반겨준 것은 오래된 풍화작용을 견디며 버티고 서 있는 '주상절리'의 진풍경들이었다. 세월의 무상함이 절로 묻어났다.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으로 대정읍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 가파도에서 5.5㎞ 해상에 있는 마라도는 인구가 100명이 조금 넘는다고 한다.
원래는 대정읍 가파리에 속했으나 1982년 4월 1일 마라리로 분리되었다. 초등학교 분교마저 폐교될 정도니 원주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상업을 하고 있었다. 주로 ‘짜장면 원조’라는 간판을 많이 내걸고 있었다.
섬 전체가 남북으로 긴 타원형이고 해안은 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는 섬이다. 난대성 해양 동식물이 풍부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2000년 7월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섬에는 최남단을 알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해안을 따라 도는 데는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주요 경승지는 섬 가장자리의 가파른 절벽과 기암, 남대문이라 부르는 해식터널, 해식동굴 등이며 잠수 작업의 안녕을 비는 할망당과 마라도 등대 등이 있다.
1915년에 설치된 제주항만청 마라도 등대는 이 지역을 항해하는 국제선박 및 어선들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
마라도에는 주민들이 하늘에 있는 수호신이 강림하는 곳이라 신성시 여기는 '애기 업개'에 대한 전설이 스며있는 '할망당'이 있는데, 이 당에서는 매년 섬사람이 모여 제사도 지낸다고 한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전복·소라·톳·미역 등을 채취하는 어업에 종사해 왔으나 최근 관광객의 급증으로 민박이나 음식점을 운영는 집이 훨씬 많이 늘었다고 한다.
마라도에 짜장면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라고 한다. 당시 텔레비전의 광고 영향이 컸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유명 연예인들의 마라도 현지 광고 홍보로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짜장면집들이 금세 섬을 변화시켰다는 주장이 어색하게만 들려온다.
암튼 우리 가족 일행도 '마라도 원조 짜장면'이라고 자랑하는 곳에서 점심을 채운 뒤 오후 1시 30분, 마라도를 출발한 배에 몸을 싣고 다시 모슬포항으로 향했다.
멀리 바라보이는 마라도 섬이 외로운 최남단 섬이 아닌 '짜장면 원조집'이 넘쳐나는 섬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배에서 멀리 보이는 섬을 뒤돌아 보니 조금은 아쉽고 왠지 씁쓸한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김미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