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룬 서귀포의 밤...유혹하는 호텔 정원·밤바다 떨치고 '마라도' 꿈을

제주도 가족 여행기(2)

2022-07-31     김미선 시민기자
한라산 오름 길에서 마주한 목장과 말들.

흔히 제주하면 말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막상 제주에서 말을 보기란 여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데 우연히 말을,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여러 말을  마주하게 된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반가울까?

제주시에서 첫 날을 보낸 우리 일행은 둘째 날 아침부터 분주했다. 서귀포로 출발하기 위해 렌트카에 짐을 싣고 체크아웃을 마친 후 오전 10시 30분 낯선 곳을 향해 한라산 도로를 달렸다. 

서귀포에 들어서니 야자수가 가장 먼저 반겨 주었다.

제주의 오름과 분화구 등이 바라보이는 한라산 정상까지는 못갔지만 중턱 부근의 오름길 옆 목장을 지나니 방목 중인 조랑말들이 반겨주었다.

잠깐 머물러 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으니 어느새 빗줄기가 굵어졌다. 못내 아쉬웠지만 말들과 작별을 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돈내코' 지명을 안내하고 있는 이정표.

한라산을 빙빙 돌아 서귀포를 향하는 길목에서 ‘돈내코’라는 지명 간판을 마주하며 우리 일행 모두는 동시에 폭소를 자아냈다. 지명사전에 ‘돈내코(頓川口)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상효동 1459번지 일대에 위치하고 있는 계곡’으로 표기돼 있다. 

한라산 정상을 분수령으로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돈내코 암벽에서 용출하며, 차고 맑은 물이 주변의 난대림을 형성하고 있었다. 어느새 서귀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호텔 체크인 전에 가까운 정방폭포에 들렀다.

정방폭포 전경.

우리가 제주여행 둘째 날 묵을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정방폭포는 '높이 23m, 넓이 8m, 깊이 5m'로 입구에 소개해 놓았다. 한여름인데도 웅장했다. 서귀포 동쪽 해안에 있는 동양 유일의 해안 폭포로 폭포수가 바다로 직접 떨어진다.

마치 하늘에서 하얀 비단을 드리운 것 같다하여 '정방하포'라고도 부른다. 예로부터 영주12경 가운데 제5경으로 유명하다. 숲에서 보는 것보다는 배를 타고 먼 바다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한다. 앞바다에 있는 숲섬·문섬·새섬·범섬에는 난대림이 울창하여 남국의 정취를 더욱 느끼게 한다. 

정방폭포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

폭포 절벽에는 중국 진나라 때 진시황의 사자인 서불이 한라산에 불로초를 캐러 왔다가 구하지 못하고 서쪽으로 돌아가면서 새겨놓은 '서불과차'라는 글자가 있으며, 서귀포라는 지명도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해변을 따라 서쪽으로 300m를 가면 잘 알려지지 않은 해식동굴과 그 내부에 위치한 큰 석불좌상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귀포 칼호텔 전경.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폭포의 웅장함과 시원한 물줄기 소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서귀포에서 꽤 오래된 '칼호텔'에서 하루 묵기로 하고 미리 예약한 시간에 체크인을 마친 우리 일행은 호텔 주변의 정원을 산책했다. 

오래됐지만 그동안 지니고 있었던 '마일리지 포인트'를 요긴하게 활용하기 위해 미리 예약한 호텔이다. 규모가 생각보다 컸다. 초기에 돈이 꽤 많이 들었을 텐데 최근에 별로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았나 보다. 건물에선 노후화된 느낌이 금세 묻어난다. 

호텔 주차장 입구에서 마주한 '제주의 옛 여인' 동상.

그러나 꽤 넓은 정원은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서 무척 아름다웠다. 잘 가꾸어진 정원수와 잔디, 바로 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우리 일행은 둘째 날 오후를 즐겁게 보냈다. 

호텔 정원과 바다.
호텔 정원의 야경.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로 다시 돌아와 쉬는 내내 정원의 멋진 야경과 바다가 우릴 계속 유혹했다. 그러나 내일은 최남단에 위차한 마라도 섬을 향하게 된다.  다행히 배가 출항하는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호텔에서 마주보이는 서귀포 앞바다 풍경.

하지만 35도의 뜨거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어머니를 위해 양산을 미리 준비했지만 폭염에 더욱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 설레임과 걱정 등으로 뒤척인 서귀포에서의 둘째 날 밤은 그렇게 지새고 드디어 세쨋 날 아침이 밝았다. 

/김미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