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들의 송염통 칫솔과 자귀나무 머리 화장 이야기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72 )

2022-07-17     김용근 객원기자

소리꾼들이 부르는 판소리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긴 수련의 여정에는 수많은 삶의 도구가 쓰여야 했다. 그 중에서도 소리꾼들의 치아 관리 재료와 미용 재료는 필수도구였다. 먼저 소리꾼들의 치아 관리 재료 이야기는 이렇다.

소리꾼은 나이가 들어야 소리가 익고 득음을 하여 명창이 되었다. 그런데 득음의 경지에 다다를 무렵이 되면 나이가 들고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이빨이었다.

소리는 익어 가고 득음을 얻은 명창의 목적지는 다가오는데 이빨이 빠지는 나이가 되니 소리를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소리꾼들이 평소에 중요하게 앞서서 관리하던 것이 치아였다. 

소리꾼들이 치아 관리를 위해서는 소금과 솔잎 가루가 필요했다. 그래서 소리꾼들의 휴대품에는 솔잎 가루를 섞은 소금을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대나무 통이 필수였다.

소리꾼의 휴대품 중 부채와 송죽염통 그리고 북채는 삼대 휴대품이었던 것이다. 송죽염통에는 손가락에 두어 번 감을 길이의 짚도 들어 있었다. 짚을 손가락에 감고 송염을 묻혀서 식사 후마다 칫솔질을 하는 방법으로 치아 관리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명창은 이빨로 태어난다는 말도 생겨났다. 다음은 여성 소리꾼들의 미용재료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리산에 살던 여성 소리꾼이 사용하던 최고의 미용재료는, 자귀나무였다. 여성 소리꾼들의 최고 고민은 화장이었다.

그들에게는 예쁘게 꾸며야 하는 일이, 소리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상의 일이었다. 여성 소리꾼이 얼굴에 분을 바르거나, 입술 화장보다 더 신경을 썼던 것은, 머릿결을 향기 나고 정결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머리를 감았는데 이 때 사용한 미용재료가 자귀나무 삶은 물이었다. 자귀나무는 부부나무라고도 불리는 요즈음에 개화가 되는 나무다. 지리산 사람들은 자귀나무를 짜굿대라고 불렀다.

이 자귀나무의 가지를 겨울에 손가락 길이만큼 잘라서 모아 두었다가, 물에 삶아서 그 우려낸 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고와지고 향기가 났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명품 샴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소리꾼들의 짐 속에는 반드시 자귀나무대가 들어 있었다. 떠돌이 공연을 다니던 지리산의 여성 소리꾼 속담에 “소리판에서 할 소리는 집에 놓고 나와도, 자귀대나무는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판소리 활용자원의 콘텐츠는 소리꾼들의 삶에 녹아 들었던 생활자원에 많다. 고을의 색깔인 문화에 무지하면 쇠말뚝을 박는 짝퉁만 넘쳐난다. 천년의 도시에 문화연구소 하나 없느냐는 방문객들의 질문은 고을 쇠락의 큰 징후다. 

떠나는 자와 배고픈 시민에게 일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고을의 이름값을 하는 문화자원의 활용이 답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