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국 최하위 청년 고용률...'양보다 질' 일자리 전환 필요

전북노동정책연구원 '전라북도 노동정책 발전방안 연구' 발간...시사점·발전 방안

2022-07-16     박주현 기자

'낮은 고용률과 높은 영세 규모 사업체 비중'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임금 구조...불안정' 

'전국 최하위 수준의 청년 고용률...양보다 질 전환 필요' 

전북경제 초석을 일구는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대표하는 암울한 지적들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부설 전북노동정책연구원은 지난 14일 전북지역 경제 현주소와 노동 현황 등을 조사·분석한 ‘전라북도 노동정책 발전방안 연구’를 발간해 공개했다. 

 지역의 노동실태·노동정책 등 수요 조사, 연구서로 발간...'불안정·저임금' 특징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4월 28일 산재사망 추모의 날을 맞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전북의 학계,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지역의 노동실태와 노동정책 등의 수요를 조사한 이 연구서에 따르면 전북 노동시장의 대표적 특성은 두터운 노동력 저수지에 바탕한 불안정‧저임금이 특징을 이룬다. 특히 높은 불안정 노동 비중이 향후 사회위기를 가중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이 연구서는 대안으로 일자리를 양보다 질에 주목하는 전환, 노동정책 수립의 제도적 토대 형성, 작은사업장·청년·불안정 노동자 지원책 마련, 집단적 노사관계 지원, 노동자 안전보건 대책 수립 등을 제시했다.

다음은 연구보고서가 제시한 주요 시사점과 발전 방안 등에 관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전북노동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연구보고서 표지

[주요 시사점]

시대착오적 개발독재...전라북도에 상존 

전라북도의 노동행정은 기업지원과 노사협력팀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노동관계 예산 역시 ‘노사화합 산업평화 정착’이라는 명목으로 집행되고 있다. 노사협력팀의 주된 사무는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관련 업무로 독립적 노동정책 수행부서가 아니며, 노사관계 역시 기업지원의 하위 범주로 여겨지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부서명, 예산명에서 ‘노사화합’, ‘산업평화’라는 구시대적 정식이 엿보이며 이러한 관행은 노동권을 헌법적 기본권으로서 인지하지 못하는 맹목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전라북도 지역내 총생산(GRDP) 구성비는 꾸준히 감소하였으며, 자동차 제조업 위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라북도 GRDP(지역내총생산) 구성비는 1997년 이후 2009년을 제외하고 매년 하락(`97년 3.67%⇢`19년 2.67%) 추세이다. 제조업 구성비는 1997년 3.9%에서 2019년 2.2%로 하락하여 제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음이 확인됐다. 

전라북도 노동정책 타 지방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수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중대형상용차 산업 위기를 비롯해 세아베스틸‧두산인프라코어(현대중공업)‧OCI 경영악화 등 제조업 전반의 퇴조는 가시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낮은 고용률과 시간당 임금, 높은 영세 규모 사업체 비중, 비정규직비율 등 각종 노동지표에서 확인되는 전라북도 노동시장의 특성은 두터운 노동력 저수지에 바탕한 불안정‧저임금 우세형으로 볼 수 있다. 

전국 대비 전라북도의 고용률(`20년 상반기 58.7%⇢전국 59.4% 대비 0.7%p↓)은 낮고, 비정규직 비율(`20년 상반기 44.2%⇢전국 36.3% 대비 7.9%p↑)은 높다. 도민 실태조사 결과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선택했다고 응답한 노동자가 절반 이상이었으며, 정규직이라고 응답한 노동자의 평균 근속 역시 전국 평균(8.1년)보다 짧은 6.4년에 머물렀다.

전라북도는 작은 사업체 비중(`19년 5인 미만 82.0%⇢전국 79.6% 대비 2.4%p↑)이 높고 작은 사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도 많다(`21년 상반기 5인 미만 21.1%⇢전국 17.8% 대비 3.3%p↑). 5인 미만 사업체는 각종 노동관계법 적용의 예외 대상으로 대표적 노동권 배제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전라북도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전국 평균에 비해 크게 낮은 편임(지역별고용조사 2020년 시간당 임금 전북 13,966원⇢전국 15,109원, 도민 실태조사 결과 전라북도 정규직 월평균 임금 244만9천원). 사업체 규모별(5~9인, 300인 이상) 시간당 임금 격차는 2013년 3,685원에서 2020년 5,822원으로 전국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전라북도의 노동시장에서 전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열악한 사업체가 늘어나며 규모별 격차, 노동시장 분절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국 최하위 수준인 청년 고용률(2020년 31.5%)은 전라북도에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드러냈다. 낮은 청년 고용률과 시간당 임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20대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자 노동권 보장 실태 크게 열악 

자료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도민 실태조사 결과, 단시간 노동 및 일용직은 휴게시간이 거의 없거나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10명 중 6명 이상이 사실상 휴가가 거의 없었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휴게시간이 없거나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약 40%), 절반 이상이 아예 연차휴가가 없었으며, 특히 절반에 가까운 정도는 모성보호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등 휴식권에 대한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은 4대 보험 가입률이 모두 저조했으며 특히 일용직, 단시간 노동은 평균 30%대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 전반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의 4대 보험 가입률은 5~60%대에 그쳤고, 특히 산재보험 가입률은 매우 저조하다(55.9%).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와 같은 기초적 노동관계 기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일용직 67.4%, 단시간 노동은 59.1%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거나 또는 교부받지 못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절반 가까운 46%가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의 근로계약서 미작성 비율이 5% 남짓인데 비해서 유통, 개인서비스업종은 30% 전후로 나타나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불안정 노동 비중, 향후 산업 구조 전환에 부정적 영향 크게 미칠 듯 

높은 불안정 노동 비중은 노동인구가 사회적 재난에 취약했음을 의미하며 향후 산업 구조 전환에서도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후 전라북도의 취업자수가 전국 대비 3~4배 큰 폭으로 감소했다(지역별고용조사 전북 남성 4.7%, 여성 9%↓ ⇢ 전국 남성 1.1%, 여성 2.8%↓).

고용형태별로는 계약직, 임시직, 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하고 시간제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해(`19년 상반기 18,363명 → `20년 상반기 129,947명) 불안정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었음이 확인됐다. 도민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형태의 일자리의 노동시간 감소가 확인됐다.

일용직 노동시간(주당 평균 3시간 30분)이 가장 많이 줄었고, 파견·하청·용역 등 간접고용(주당 평균 3시간)의 노동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재발하는 경우, 혹은 향후 예견된 산업 구조조정(전환) 과정에서 높은 불안정 노동 비중으로 인해 전라북도 노동인구에 상당한 피해가 예견된다. 

노동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실질적 제약 예상 

전라북도는 노동조합 가입률이 낮은 작은 사업장, 불안정 노동자 비중이 높아 노동기본권 보장 측면에서 실질적 제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최근 3년 전라북도에서 발생하는 노동관련 민원 신고사건의 전국 대비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이다(2018년 2.8%→2019년 2.9%→2020년 3.0%).

전라북도의 근로감독 시 위반업체 적발률 역시 전국보다 높았음(2018년 전북89.4%…전국83.2%, 2019년 전북95.3%…전국93.5%). 전반적으로 전라북도 소재 사업체의 노동관계법 준수 실태가 다소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전주‧군산‧익산지청에서 2020년 지도해결된 사건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457만원이고, 미해결사건의 노동자 1인당 평균 체불액은 586만원이다.

이 차이는 전북지역 역시 임금체불 지도해결 과정에서 임금꺾기를 통한 취하가 상당부분 발생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2020년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노동행위 사건의 비중(13.0%)이 전국평균(6.8%) 대비 2배 가까이 높은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전북지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 사건 45건 중 단 4건만이 인정(인정율 8.9%)되었다. 

건설업 비중 높은 전북, 지방정부 안전보건 의무 이행 정도 '미흡' 

자료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전라북도 노동자는 재해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사업장 예방대책은 열악하며, 모범을 보여야 할 지방정부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 정도도 미흡하다. 실제 발생한 재해 사례를 집계한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 전북의 재해자 수는 2016년 3,301명에서 2019년 4,021명으로 매년 증가했고(전라북도 재해율 0.57%⇢0.7%, 전국 0.49%⇢0.58%), 2017~2018년 업무상 사고 사망 만인율은 전국 2위 수준을 기록했다.

전라북도는 전국에 비해 떨어짐(추락) 중대재해에서 건설업 비중이 높다(전북 75.5%⇢전국 60.3%). 특히 전라북도의 사고재해율, 사고사망만인율 비가 전국 대비 큰 폭으로 높은데, 이는 전북지역 재해율 집계에 상당한 재해은폐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은 사용자 법적 의무이나 전라북도, 전라북도교육청, 전주시, 고창군에서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채용하였으며, 나머지 11개 지자체는 외부기관에 안전‧보건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익산시는 선임하지 않았다. 2021년 3분기까지 전라북도·익산시·김제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전라북도, 김제시는 `21년 12월 설치된 것으로 확인).

[전라북도 노동정책 발전 방안 제언]

전북노동정책연구원 입구 표지판 

일자리의 양보다 질에 주목하는 전환이 중요

기업지원과 산업평화(노사화합)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도식은 70년대 형성된 박정희 시대 발전주의·개발독재 도식으로 2021년 한국/전북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전라북도의 높은 빈일자리율을 감안할 때 일자리의 양보다 질에 주목하며 노동조건 향상에 깊이 착목해야 한다. 

노동정책의 제도적 토대가 취약한 전라북도 지방정부의 현실에서 노동정책이 수립·시행되기 위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전북에서의 중요한 전략과제여야 한다. 타 지방정부의 사례를 비추어볼 때 전라북도에 즉각 도입·시행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로는 노동전담부서 설치, 노동기본계획 수립, 노-정협의 시행, 노동행정 네트워크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노동전담부서는 일자리를 경제성장의 결과물 내지 하위 범주로 접근하는 일자리부서와는 결과 방향을 달리하는 취·실업자 모두의 노동권을 담당하는 총괄적 부서를 의미한다.

노-정협의 틀이 형성되기 위한 선행 요건으로 노총의 노동대표성이 지방정부 및 그 지역 주요 정치세력에게 수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경제·사회 제반 여건의 민주적 혁신이 동시적으로 추진되어야할 과제이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특별지방행정기관), 지역 노동단체 사이의 네트워크 구성을 통해 노동행정의 내실이 강화되어야 한다. 

작은사업장·청년·불안정 노동자 지원책 마련 필요 

자료사진(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전라북도에 취약한 노동인구집단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에 대해 보다 각별한 관심과 관여가 필요함. 특히 노동정책 수요가 높고 이직률·전출률이 높은 청년에 대한 중·장기적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

전라북도 산업·노동 구조의 특성 상 농업‧이주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어 이들 취약 노동자에 대한 실태 파악 및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불안정 노동계층은 그 불안정성으로 인해 양적 지표를 통해 실상을 확인하는데 제약이 있으므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한다. 

특히 높은 불안정노동 비율, 낮은 조직률이라는 전라북도 노동 구조 특성상 지방정부가 헌법적 권리인 노동 3권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한다. 조직률이 낮은 실정에서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초기업교섭 활성화가 필요함. 개정(2021.1.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은 다양한 초기업 교섭방식 지원을 지방정부의 책무로 부여하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정책의 세밀한 수립 필요

전라북도 노동안전보건 실태는 전국의 최하위 수준이며 안전보건 정책 전반이 미흡함. 노동안전보건 정책의 기조를 마련하고 총괄적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몇 가지 세부대책은 아래와 같다. 중대재해가 집중되는 건설업에서부터 안전보건정책을 강화하고 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예방대책 시행에 집중해야 한다.

전북에서 재해를 입거나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하고자 하는 노동자를 지원할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 전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기관 설립 시 지방의료원 등 공공기관 내 설치하여 공공적 성격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한편 이 연구보고서는 전북의 노동 실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전라북도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하였는데, 전북에서 임금노동자를 모집단으로 삼아 현황을 파악한 최초의 조사이다. 조사에는 권역별, 업종별로 이루어진 비례할당표집을 통해 전라북도에서 재직 중인 노동자 1,067명이 참여했다. 

한편 이번 연구서 발간에 참여한 연구진은 다음과 같다. 

강문식(전북노동정책연구원) 

노현정(전라북도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도상윤(대자인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유상곤(대자인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이지연(전북대학교 사회학과) 

차유미(전북대학교 사회학과(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