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 최약자·최악 상황...'민주당 텃밭' 이상한 쪽으로 가고 있다"
진단
오는 8월 2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치열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후보군들의 치열한 경합이 이뤄지면서 세대·계파 간 경쟁으로 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형국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전폭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준 전북지역에선 단 한 명의 대표나 최고위원 도전 후보조차 없어 도민들의 실망이 크다. 전북 정치의 위상 약화와 그에 따른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텃밭' 전북지역구 의원들 중 대표·최고위원 후보 한 명도 없어...'실망'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 룰(규칙)이 확정되면서 이재명 의원에 맞설 컷오프 생존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자천타천으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현재까지 14명 내외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지역구를 전북에 둔 후보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민주당 텃밭'으로 오랫동안 불려 온 전북의 지역 국회의원들 당내 포지션과 정치적 위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암울한 평가들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전북 출신이면서 지역구가 외지인 박용진 의원(진안 출신·서울 강북구을)과 강병원 의원(고창 출신·서울 은평구을)이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지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당 대표에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97그룹'(1990년대 학번·70년대생)에서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86그룹'(1980년대 학번·60년대생)에선 김민석 의원이 출마를 선언해 이들 5명과 이재명 의원과 경쟁하는 6파전이 예상된다.
최고위원 선거에는 친명계 의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정청래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친명계이자 당내 강경파 초선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인 장경태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또 대선 당시 이 의원의 수석대변인을 맡았던 박찬대 의원과 처럼회 소속 이수진 의원 등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재까지 친명계 외에는 계파 갈등 극복을 선언한 3선의 서영교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친문재인계에선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과 국민소통수석 출신 윤영찬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당무위는 지난 6일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중앙위원회 70%, 국민 여론조사 30%를 기준으로 3명을 추려내고 본 투표에서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여론조사 25%를 반영하는 전대룰을 의결했다. 다만, 최고위원 컷오프에서는 당초 비대위안이었던 '중앙위 100%'기준을 반영해 8명을 본 투표에 올리기로 했다.
계파 간 전쟁 결과 ‘친명계’ 압승 분석...후발주자 내부 전쟁 ‘주목’
계파 간 '룰 전쟁'이 사실상 친명(친이재명)계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현재로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더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를 두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의 경쟁이 팽팽한 가운데 관심은 컷오프 대상과 본선에서 후발주자들의 내부 전쟁에 주목이 쏠린다.
민주당은 오는 17일과 18일 이틀 간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이재명 의원은 후보자 등록 일정에 맞추어 이번 주 후반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29일 예비경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할 후보자가 확정된다. 본선에 나서는 당 대표 후보자는 총 3명, 최고위원 후보자는 총 8명이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 이후 치러지는 지도부 선출인 이번 전당대회는 새대교체론과 이재명 책임론, 대세론 등이 얽히면서 치열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계파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최근 10년 동안 전북지역 민주당 최고위원 전무...중앙정치 '무기력'
그런데 현재까지 자천타천으로 흘러나오는 후보군에 전북의 지역구 의원들은 아예 이름조차 없다. 전북지역에선 최근 10년 동안 민주당 선출직 최고위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란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정동영·조배숙 전 의원이 최고위원을 지낸 이후 2016년 8월부터 2017년 2월까지 6개월간 원외인 김춘진 전 의원이 최고위원을 맡았지만 선출직이 아닌 전북도당위원장으로서 권역별 배분에 따른 것이었다.
이어 지난 2020년 전당대회에서 재선의 한병도 의원(익산을)이 최고위원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민주당의 텃밭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중앙당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 단면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 하지만 실제로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의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했으면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의원은 11일 전북을 방문해 "고향 전북서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전북을 방문해 “아무리 지지해도 전북을 위해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민주당을 향한 실망과 질책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며 “당 대표가 되면 호남정치의 새로운 모습과 전북의 발전, 도약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한 말은 전북 정치의 허약한 실상을 제대로 짚어준 대목으로 해석된다.
정동영 “당 지도부 전북 배제, 180만 도민 소외...정치적 최약자” 우려
이와 관련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7일 전주MBC와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에 전북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배제되면 결과적으로 180만 전북도민이 소외되고 배제되는 결과가 된다“며 ”경제적으로 약자인 전북이 정치적으로 최약자가 돼버리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방송은 해당 기사에서 ”도당위원장 선거에서는 앙금이 남을 정도로 각축을 벌이는 지역구 의원들이 정작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명함을 내밀지도 못하면서, 전북 정치가 '골목대장 정치'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신경민 ”이재명 의원이 잘못하고 있을 때 비판한 의원들이 없다”
이에 대해 정동영 고문과 동문(고교·대학)이면서 같은 언론사(MBC) 출신인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도 6일 전북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분란의 핵심에 친명계가 있다“며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의 잇단 실패에서 헤어나는 길은 이재명을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적으로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은 묵직한 자산이 아니라 묵직한 부채...박지현은 이재명 업보”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신 전 의원은 “당 대표로 나선 후보들 중에는 이재명 의원이 잘못하고 있을 때 이 의원을 비판하거나 진로를 얘기한 사람들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북 출신 박용진 의원과 강병원 의원에 대해서도 그는 “당내에서 별로 인기가 없거나, 당의 진로에 대해 특별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고 평가하면서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전북 정치의 위상이 최악의 상황임을 암묵적으로 지적한 대목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