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내가 ‘나’를 칭하는 것
신정일의 '길 위에서'
사람들 앞에서 내가 ‘나’를 호칭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나는’ 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저는’ 이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흔히 쓰던 ‘본인은’ 이라는 말은 더욱 어렵다.
나 아닌 타인을 부를 때는 ‘당신’일 수도 있고 ‘너’, '그대’ 또는 ‘자기’ 등 어떻게 말해도 괜찮은데 나를 칭할 때가 어려운 것이다. 어떻게 나를 칭하는 것이 좋은 일인가?
조선 중기의 큰 유학자인 퇴계 이황 선생의 글에 그에 대한 해답이 실려 있다.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어른 앞에서 ‘나’라고 하는 것은 매우 온당하지 않다. 옛날 ‘오(吳)’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매번 자기를 ‘나’라고 일컬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부를 때면 ‘오 나’라고 불렀다. 높은 벼슬아치들 앞에서는 반드시 ‘소인(小人)’이라고 하는데, 이 또한 매우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나는 평생 ‘소인’이라고 일컬은 일이 없다.“
퇴계 이황 선생의 말이다. 그 말을 받아 퇴계의 제자인 이덕홍이 퇴계에게 물었다.
“그러면 자신을 부를 때 무엇이라고 하여야 합니까?”
퇴계는 그 말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옛 사람은 자기를 일컬을 때, 반드시 그 이름을 들었는데 이것을 본받으면 되겠다.”
퇴계의 제자인 이덕홍의 글이다. 자기를 호칭할 때 서로 스스로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인데,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 제주에서 쓴 편지에 그의 이름이 많이 언급된다.
“정희는 추위에 떠는 어리석고 둔한 사람으로 완악한 담(痰)은 한결같이 굳어져 가는데, 이 강가는 또 산야와 기후가 달라서 건강을 조절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러나 천한 몸뚱이가 만나는 곳은 가릴 바가 없으니, 또한 운명에 맡길 뿐입니다.“
추사 김정희는 항시 자기 이름 앞에 겸손하게 ‘정희는’ 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지금은 옛 시절과 달리 이름을 앞에도 붙여도 되고 닉네임을 붙여도 되지만 나를 드러내기도 숨기기도 어려운 것이 앞에 붙이는 호칭이다.
당신은 어떤 호칭을 쓸 때 마음이 편안한가?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