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교육감 등 무더기 수사선상...끝나지 않은 전북 지방선거, 후폭풍 예고
진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입당원서 뭉치가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경찰이 전북도청 전직 공무원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민선 8기 출범을 선언한 전북도청이 어수선하다.
전북경찰, 전북자원봉사센터 민주당 입당원서 수사 확대...파장 불가피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 전라북도 자원봉사팀 직원 A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A씨 집을 압수수색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도 확보했다.
앞서 지난 4월 전북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센터 안에 있던 보관함에서 민주당 권리당원 입당원서 사본 뭉치를 발견했다. 또 이 입당원서 정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한 문서도 함께 입수했는데, 문서에는 권리당원 1만여 명의 정보가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민주당 입당원서를 불법으로 모아 특정 후보 선거에 이용하려한 것으로 보고 있어서 수사 확대 여부와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에선 민선 8기 취임식과 함께 각 자치단체장들이 힘찬 출발을 다짐했지만 전북교육감을 비롯한 다수의 시장·군수가 사법당국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 결과에 따라서는 적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북교육감 허위사실 유포 혐의 고발 상태...시민단체 “신속 수사” 촉구
전북교육감을 비롯한 도내 14개 시·군 자치단체장 중 상당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동료교수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가 허위사실 유포로 상대인 천호성 후보에게 고발당했다.
천 후보는 지난 5월 18일 “서 후보가 전북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3년 11월에 동료 교수를 폭행했던 사실은 명백하다”면서 “이를 방송 토론회에 나와 세 차례나 부인한 서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거석 후보도 5월 16일 검찰에 천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공공성강화전북교육네트워크는 6월 22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거석 교육감 당선자가 전북대 총장 재직 중 동료교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며 “사법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우범기 전주시장,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불안한 민선 8기 출발
기초단체장들 중에는 우범기 전주시장, 강임준 군산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최경식 남원시장. 심덕섭 고창군수, 최훈식 장수군수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우 전주시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선거 브로커' 관련 의혹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전주시민회 등 도내 8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5일 "금전적 조력을 대가로 당선자의 인사권을 요구한 정황이 담긴 선거 브로커 녹취록에 우 시장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 제출에 앞서 이문옥 전주시민회 대표는 "브로커 녹취록 등을 토대로 2021년 5월부터 당시 우범기 정무부지사가 선거 브로커 조직과 계획을 했지만, 이후 뜻이 맞지 않아 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혈서까지 써주겠다는 대목이 녹취록 곳곳에 여러 번 언급이 되어 있다 보니 우 시장을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당시 공무원 신분인 정무부지사일 때 선거운동을 기획·실행한 행위, 선거 브로커 조직에 전권을 주겠다고 한 말은 공직선거법에 저촉이 된다"면서 "이 외에도 방송사 토론에서 '선거조직을 만나지 않았다'고 한 뒤 '만난 것 같다. 그렇지만 (부적절한 행위를)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강임준 군산시장·정헌율 익산시장, 명예훼손·허위사실 혐의 고발
강임준 군산시장은 선거 기간 중 김종식 당시 도의원에게 200만원씩 두 차례에 걸려 4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도의원이 경찰에 강 시장을 선거 기간에 신고한 데 이어 강 시장도 그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의원은 선거가 끝난 후 지난달 27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 시장이 기존의 주장과는 다르게 거짓말탐지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자신을 무고죄로 고소할 만큼 자신 있다면 지금이라도 수사에 협조하라”고 주장했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했다. 5월 26일 익산시장 무소속 임형택 후보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 초과 이익 환수 조항에 대해 정헌율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로 선관위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임 후보는 “정 후보는 법정토론회에서 협약서에 이익 제한이 있고 수도산은 5%, 마동은 3% 정도로 수익률이 제한이 돼 있고, 수익률을 넘게 되면 환수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익산시 담당자 및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초과 이익 환수조항은 없다"며 "정 후보의 환수조항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경식 남원시장 ‘허위학력’, 심덕섭 고창군수 ‘선거법 위반’ 고발
최경식 남원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 공표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은 데 이어 허위학력과 관련해 고발당했다. 최 시장은 지난해 출마 의사를 밝히는 과정에서 보도자료에 ‘한양대학교 졸업’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상대 후보 측에서 “최 시장이 해당 대학을 졸업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이와 관련해 최근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가 착수됐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출판기념회에서 부정한 선거운동을 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고창군수에 출마한 유기상 예비후보는 심 예비후보와 그의 측근 등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창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심 예비후보 측의 혐의 내용은 지난 1월 22일 출판기념회와 2월 9일 출마기자회견 당시 선거법을 위반한 부정선거운동의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또 문자메시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후보자를 비방했으며 성명 및 신분 등을 허위표시함으로써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와 관련 심 군수는 월 8일 지방선거 후유증 치유를 위해 선거법 관련 고소·고발 사안에 대해 취하의 뜻을 밝혔지만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심 군수 측은 지방선거 중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5명을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소한 바 있다.
최훈식 장수군수, 선거 브로커·현금 돈뭉치 사건 수사
최훈식 장수군수는 선거 브로커 녹취록 공개 제안을 두고 선거 기간에 양성빈 예비후보와 사실 여부를 다투면서 서로 맞고발한 상황이다.
여기에 장수군수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대리투표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최 군수 측 자원봉사자로 알려진 A씨(54)의 차량에서 4,800만원의 현금을 발견하고 A씨를 구속송치한 데 이어 전주지방검찰청 남원지청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
당시 현금 가운데 1,300여만원은 교부가 가능한 형태로 포장돼 운반 중이었으며, 선거인에게 나눠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머지 3,500만원은 선거운동 자금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받은 돈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일부 자금 출처와 용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가운데 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공소시효 연말까지...수사 속도 필요
한편 경찰 관계자는 "지방선거운동 기간부터 이어진 교육감 및 자치단체장과 관련한 수사들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마무리된 사건은 없다"면서 "고발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 공정하게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시민들은 “올해 말이 지방선거 관련 공소시효가 끝나는 만큼 수사력을 집중해 더욱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