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일색 보도, 관-언유착 ‘끝판왕’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6월 24일(수)
"도민을 위해 일하는 역동적인 의회"
'전주시 해고 없는 도시 동참 물결'
'명견만리 시정 구축...'
신문의 지면마다 큼지막하게 칭찬 일색의 기사들이 특집으로 소개됐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 지면의 절반도 채 안 되는 지면을 발행하는 지역 일간지들이 거의 통째로 한 지면을 할애해 지방의회나 자치단체를 치하하는 이유가 뭘까?
거의 동시에 홍보일색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니 뉴스의 '획일성'도 이 정도면 ‘끝판왕’ 소릴 들을만하다.
24일 전북지역 일간지들 중 16면을 발행하는 주요 신문들이 ‘기획’이란 타이틀로 전면을 할애해 ‘전북도의회 전반기 결산’ 기사와 사진들로 가득 채웠다.
전북도민일보, 새전북신문, 전북중앙신문이 이날 16면에 가득 한판씩 채웠다. 전라일보와 전민일보는 하루 앞선 23일 비슷한 내용과 사진들로 역시 16면 한 면을 채웠다.
제목들에서 비판기사인지 홍보기사인지 잘 묻어났다.
지역현안 해법·정책 대안 제시...도민 대변인 역할 충실 -전북도민일보
민생 현장 찾아 도민 의견수렴·정책대안 제시 ‘활발’ -전라일보
"도민을 위해 일하는 역동적인 의회” -새전북신문
‘전북도민의 대변자’ 민생현장서 지역 현안을 외치다! -전북중앙신문
전북도의회 전반기 결산…생활밀착형 입법활동 ‘왕성’ -전민일보
한 면 가득 차지한 홍보성 기사에선 ‘충실’, ‘활발’, ‘역동’, ‘대변자’, ‘왕성’ 등의 수식어들이 현란하게 등장한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별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기사 내용이 유사하고 지면의 배치, 사진들도 비슷해 마치 한 신문을 보는 듯하다.
차라리 지면 맨 위의 타이틀을 ‘광고 기획’ 또는 ‘전북도의회 홍보’라고 했더라면 보는 독자들의 이해가 빠를 수도 있을 텐데 같은 날 같은 지면에 이렇게 동일한 기관을 한 면씩 기사와 사진으로 홍보해주는 방식은 구태한 형태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낡은 관행이다. ‘관-언 유착’이란 소릴 듣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다.
송성환 도의회 의장과 각 위원회 활동 내역들을 긍정적으로 포장한 제목과 기사들, 환하게 웃는 사진들이 한 결 같다.
한 지역의 일간신문들 지면에, 그것도 동일한 시점에 이 같이 나란히 동원(게재)될 수 있는 비결은 무얼까?
그동안 전북도의회의는 의장의 도덕성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최근 전북도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무소신, 무용론, 자질론 등은 한 면을 차지한 전반기 결산기사에선 찾아볼 수 없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가 반환점을 도는 시기여서 ‘결산’을 내세워 지면을 대폭적으로 할애하는 것은 그동안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확산과 대중화로 뉴스 이용자들의 패턴과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뉴스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문 독자들이 국내는 물론 선진 외국에서도 속속 지면에서 눈을 떼며 독자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지역신문들의 획일화된 지면을 바라 본 독자들의 심정을 어땠을까?
이날 또 다른 지면에선 ‘전주시 해고 없는 도시 동참 물결’, ‘명견만리 시정 구축...남원시’ 등 지방자치단체를 홍보하는 제목과 기사들도 눈에 띈다.
전북도민일보는 9면의 절반가량을 할애해 ‘민선7기 2년...되돌아 본 시·군정, 남원시’편을 큼지막하게 내보냈다. ‘품격’, ‘선제적 대응’, ‘명견만리’, ‘구축’ 등의 미사여구가 지나치게 많다. 홍보 냄새가 짙게 풍긴다.
이처럼 민선 7기 중간 결산을 하는 신문사들의 지역면에선 비판적인 기사는 찾아볼 수 없고 해당 기관장의 환한 사진과 홍보 일색의 기사로 도배하는 것이 다반사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도가 지나쳐 보인다.
한편 전주시가 전날 실시한 ‘해고 없는 도시 동참’과 관련한 행사 자료와 사진들이 각 신문사 지면에 역시 큼지막하게 자리했다.
전날 전주시가 ‘언론사 7곳을 비롯해 서비스업 31곳, 제조업 33곳, 도소매업 16곳, 건설업 15곳 등 138곳의 기업 대표들과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해고 없는 도시 상생협약을 비대면으로 체결했다‘는 내용이 거의 모든 신문사 지면에 비슷한 형태의 활자크기와 사진으로 보도됐다.
언론사가 해고 없는 기업에 포함된 것이 특이하다. 그래서 그런지 김승수 전주시장의 코로나19 대책은 발표와 동시에 거의 모든 지역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세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전주시의회 허옥희 의원이 정례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주장한 “해고 없는 도시 상생선언 기자회견을 한지 딱 한 달 만에 청소대행업체가 두 명의 노동자를 해고 통보했다”며 “노동환경도 매우 열악하여 꼼꼼하게 점검하고 위반사항에 강력 조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두 줄 또는 세 줄의 가십이나 미니박스 정도로 초라하게 처리돼 대조를 이뤘다.
전주시의 ‘해고 없는 도시’ 선언을 정면으로 비판한 시의원의 발언이었다. 다음은 6월 24일(수) 전북지역 주요 일간지들의 관련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전주시 ‘해고 없는 도시’ 참여 기업 확산 -5면
전북도민일보
‘해고 없는 도시’ 동참 물결 -2면
명견만리 시정 구축… ‘더 큰 미래 남원’ 밑그림 완성 -9면
지역현안 해법·정책 대안 제시… 도민 대변인 역할 충실 -16면
전라일보
해고 없는 도시’ 217개 기업 참여 -5면
새전북신문
전주시 ‘해고 없는 도시’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 -5면
"도민을 위해 일하는 역동적인 의회” -16면
전북중앙신문
기업들 해고없는 전주시 만들기 동참 -5면
도의회 전반기 결산, '전북도민의 대변자' 민생현장서 지역 현안을 외치다! -16면
전민일보
전주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열풍 동참 줄이어 -1면
전북도의회 전반기 결산…생활밀착형 입법활동 ‘왕성’ -16면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