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 깊숙이 개입”...정당 공천제 '폐해'

​​​​​​​[진단] 제12대 지방의회 개원, 출발부터 ‘삐거덕’...무엇이 문제?(1)

2022-07-01     박주현 기자

7월 1일. 드디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민선 8기' 개막과 함께 제12대 지방의회가 일제히 개원함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민선 8기 자치단체를 과연 제대로 견제하며 감시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이 대부분인 지역위원장이 기초의회 의장단 선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우려와 불안이 크다.

이로 인해 일당 독식구도의 폐해를 더욱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전북지역에선 제12대 전주시의장 민주당 후보로 결정된 이기동 당선자가 지방계약법 위반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 시민사회단체와 진보당의 거센 반발을 샀지만 결국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높은 지지 속에 시의장 후보로 결정됐다. 

불법 수의계약 논란 당사자가 민주당 전주시의장 후보 선출, 왜? 

전주MBC 6월 30일 뉴스(화면 캡처)

특히 이번 전주시의장직은 ‘전주을’ 지역구 출신 의원들의 몫이라는 당내 관행을 깨고 ‘전주갑’ 소속 당선자가 출마를 강행해 뜻을 이뤄냈다. 민주당 소속 전주시의원 당선자 29명은 30일 오후 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교섭단체 의장단 후보 선출 투표에서 시의장에 도전했던 3선의 박형배 당선자(전주을) 대신 4선의 이기동 당선자(전주갑)를 선출했다.

이런 배경에는 전주갑과 전주을 지역위원장인 현역 국회의원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직 전 의원의 낙마로 전주을 지역위원장이 공석이 되면서 전주갑 지역위원장인 김윤덕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분석이다.

기초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 지역정치 역학 구도 작용

민주당 소속 한 전주시의원은 30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역위원장의 의지가 강한 게 아닌가“”란 질문에 “그렇다. 본인(이기동 당선자)의 의지로는 이렇게 못한다”고 말해 기초의회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부터 지역의 정치적 역학 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시사했다.

이 외에도 전·현직 기초의원들은 대부분 “현직 국회의원인 지역위원장이 기초의회 의장단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중앙 정치 예속이라는 정당 공천제의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KBS전주총국 6월 30일 뉴스(화면 캡처)

이경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30일 KBS전주총국과 인터뷰에서 "정당공천제가 개선되면 기초의원들의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본다“며 ”기초의원들의 연대라든지, 다양한 방식으로 했을 때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정치 지형 속에 정당 공천제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변화가 없는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회의 독립은 헛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따라서 풀뿌리 정치 근간인 기초의회를 훼손시키는 원인 중 하나인 정당 공천베 폐지 여론이 비등하다.

”민선 8기 지방의회 첫째 과제는 이해충돌 방지제도 실천부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30일 발표한 논평

마침 이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민선 8기 지방의회 첫째 과제는 이해충돌 방지제도 실질화’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민선 8기 지방의회 임기가 시작된다“며 ”개정된 지방자치법과 새로 제정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온전하게 적용되는 첫 의회란 점에서 지난 임기 동안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던 우리 지역 지방의원들의 비위와 일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강조했다.

논평은 이어 ” 이번 지방선거가 남긴 저조한 투표율과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이라는 기록은 무서울 정도로 심각해진 시민들의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난 결과일 뿐이다“며 ”안타까운 것은 냉소와 무관심으로 돌아서버린 민심을 통해 지역 정치에 대한 어두운 전망, 혹은 퇴행의 징후가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의회, 행정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 할 수 있을지 의심“...왜?

또한 논평은 ”전북의 모든 의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당 독점이 재현되었으며 정치 신인 및 대안 세력의 진입장벽은 한층 견고해졌다“면서 ”그러나 시민의 불신과 외면을 극복하지 못한 의회가 행정을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민선 8기를 이끌어갈 의원들은 과거 의회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논평은 ”소극적인 태도나 타성에 젖은 관행들과 깨끗이 결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통해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가장 먼저 윤리특위 정상화와 이해충돌방지제도 규정의 보완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의회는 실력을 갖추고 더욱 강한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통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핵심 지적이다.(계속)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