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이상직, 구속 170일 만에 또 '석방'..."유전무죄 무전유죄"
진단
550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 중인 이상직 전 의원에 대해 법원이 보석을 허가해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아 의원직을 상실했음에도 구속 170일 만에 석방을 허용함으로써 '유권무죄'란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상직, 법정구속 170일 만에 또 석방
3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는 이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인용했다. 법정구속된 지 170일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의 보석 신청을 허가한 대신 주거 제한, 출국시 법원의 허가를 받을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 제출, 보석 보증금 납부(보석 보증보험 증권으로 갈음 가능)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재판부는 또 이날 이 전 의원과 함께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온 이스타항공 재무팀장이자 이 전 의원의 조카도 함께 석방을 결정했다. 이로써 이 전 의원은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같은 사건으로 2번 구속되고 2번 출소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같은 사건으로 2번 구속되고 2번 석방 '진기록'
이 전 의원은 2015년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0만주(시가 544억원 상당)를 그룹의 특정 계열사에 100억여원에 저가 매도함으로써 계열사들에 437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이 전 의원의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을 맡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난해 4월 28일 1차 구속됐었다. 그러나 재판에 넘겨진 그는 1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인 지난해 10월 28일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해 풀려났다. 구속된 지 184일, 구속기소 된 지 168일 만이었다.
그러다 올 1월 12일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을 선고하고 이 전 의원을 다시 법정 구속했다. 두 번째로 구속된 이후 이번 보석으로 풀려나게 된 이 전 의원은 불구속 상태에서 계속 재판을 받게 됐다.
자신이 세운 이스타항공에 막대한 손해 끼쳐 '중형'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그는 2015년 11월과 12월 사이에 540억원 상당의 이스타항공 주식 520만 주를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에 저가 매도, 이스타항공에 430억여원의 재산상 손해를 끼치고 5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의 돈 59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변호사 비용과 생활비, 딸이 몰던 포르셰 승용차 임차(1억여원)와 관련한 계약금 및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9,200여만원)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서 의원직 상실...징역 1년 4개월
한편 이 전 의원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 과정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를 당원 등에게 불법으로 대량으로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도 기소돼 당선 무효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5월 12일 검사와 이 전 의원 등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은 지역구 시의원 등과 공모해 지난 제21대 총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권리당원 등에게 일반시민인 것처럼 거짓 응답해 투표하도록 권유·유도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그는 2019년 3회에 걸쳐 2,646만원 상당의 전통주와 책자를 선거구민 378명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았다. 또 그는 2020년 1월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제20대 총선 당시 당내경선 탈락 경위에 대한 허위 발언을 하고 선거공보물 ‘후보자정보공개자료 전과기록 소명서’란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아울러 같은 해 2월에는 종교시설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명함을 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2심은 이 의원에게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검사와 이 의원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의원 공백, 상실·자괴감 큰 상황에서 또 석방이라니"...분노 확산
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되고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 주식을 계열사에 저가 매도해 회사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배임·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그가 구속 170일 만에 석방된데 대해 지역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의정활동 공백과 지역 국회의원의 직위 상실 등에 따른 주민들의 상처와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황에서 법원의 석방 허가 결정은 더 큰 상실감과 분노를 자극시키는 형국이다.
지역 주민들은 "총선 이후 줄곧 법원과 감옥을 드나들며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하다 의원직을 상실해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판국에서 지역의 상실감과 자괴감이 크다"며 "이런 와중에 법원이 당사자를 두 번이나 같은 사건임에도 석방한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고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