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를 지키고 한계를 견지하고 본성을 좇다
신정일의 '길 위에서'
이솝의 주인이 그를 다른 노예들과 함께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놓았다. 노예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와서 그들 중의 한 사람에게 무엇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한 노예는 자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안다고 말하며 자기의 재주를 산더미같이 떠벌려 놓았다.
두 번째 노예도 첫 번째 노예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게 자기의 재주를 늘어놓았다. 이솝의 차례에 이르렀다. 그 사람이 이솝더러 “너는 무엇을 할 줄 아느냐?” 하고 물었다. 이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아무 재주도 없소, 이 사람들이 먼저 모두 차지해서 그들이 다 알고 있소.”
이솝의 시대만 그런 것이 아니고 현대인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특히 자기 피알(PR) 시대라는 이 시대에 어떻게든 자기를 더 돋보이게 해야 상품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이런 저런 부작용도 많다.
이 세상의 잣대로 살기 위해선 타인을 배려하는 것보다 타인을 폄하하고 무시해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공식이 팽배해 있지만, 사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 그 꼼수가 통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나이 들수록 멀어졌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때에는 그렇게 살았던 시절이 회한과 뉘우침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절도를 지키고, 한계를 견지하고, 본성을 좇다.”
루카누스의 말처럼 스스로의 본성을 지키며 살면 될 터인데, 그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이생에서 우리의 막중한 책무가 아닐까?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