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조기사, 삭제·왜곡·축소...이유는?

[전북지역 주요 방송·신문 뉴스 톺아보기] 2020년 6월 22일(월)

2020-06-22     박주현 기자
새전북신문 6월 22일 6면

같은 사건의 기사지만 데스크, 편집부, 편집국장의 최종 검토과정에서 제목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면과 영상의 크기 또는 길이, 사진 게재 여부도 언론사마다 다르게 반영될 수 있는 게 사건사고 기사 유형이다.

특히 해당 출입처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는 경우 해석과 의미부여가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건이나 행사의 뉴스를 지면과 영상에 고의적으로 누락·축소시키거나 심지어 본말이 전도되는 왜곡된 보도의 경우까지 종종 발생한다.

그 이유는 취재기자의 오류나 실수일 수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사의 데스킹과 편집과정에서 이른바 주무르기, 물 타기 등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사 내부에 늘 상존하는 ‘이해관계’의 습속에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오전 11시부터 전주시 소재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청 인근에서 약 두 시간 가량 이어진 대규모 기자회견과 집회가 있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직원, 민주노총 관계자 등 60여 명은 이날 ‘정부 여당 국회의원 이상직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오랜 체불임금과 고용불안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인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전 회장이었던 이상직 국회의원과 민주당의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행태를 비난했다. 

이들은 이날 ‘이스타항공의 오너 이상직 의원은 체불임금 해결하고 항공운향 재개하라’,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국회의원이 1,600명 직원의 5개월 임금을 떼먹는다?’, '이스타항공의 오너 이상직의원은 전북청년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전북청년들의 체불임글을 해결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오전 내내 시위를 벌였다.

전북중앙잃보 6월 22일 4면

그런데 하필 이날 비슷한 시간에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의 한 자동차 폐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해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약 1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주변의 혼잡한 장면을 찍느라 언론사 카메라 기자들이 양쪽을 오가며 분주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과 직원들이 그동안 서울의 본사 건물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오랜 체불임금과 해고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의 책임을 회피하는 창업주이자 전 회장 이상직 의원과 일가(오너)를 비난하며 정부와 여당의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펼쳐왔으나 전주에서는 이날 처음으로 실시한 대규모 기자회견과 집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참가자들은 이스타항공이 그동안 전북의 향토기업이란 점을 앞세워 왔기 때문에 전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든 상황에 처한 직원들의 비참한 실상들을 밝혔다.  특히 “이상직 의원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며 “책임질 것”을 촉구한 자리였던 만큼 지역언론의 반응 또한 주목을 끌었다.

전민일보 6월 22일 6면

그런데 주말과 휴일 신문을 발행하지 않았던 지역 일간지들은 22일 월요일 지면에서 축소, 왜곡, 심지어 무관심 등의 현상을 골고루 보여주었다.

먼저 전북일보는 4면에서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해결·정상화를”이란 제목과 함께 기사를 다뤘으나 지난 10일자 보도에 이어 본질과는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당일 발생한 전주 폐차장 화재 장면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사회면을 차지했다. 시선을 이스타항공 노조의 집회관련 기사보다 화재사건의 사진과 기사로 집중시킬 만큼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장면이 지나치게 크게 처리됐다.

같은 날 같은 시간, 많은 이스타항공 직원들과 노조원들이 전주에서 첫 대규모 집회를 열었던 모습은 기사로만 편집했다. 기사 내용도 석연치 않다. 정부여당을 압박한 모양새로 기사를 작성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가 체불임금을 해결과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요구했다”는 기사는 말미에서 “정부여당은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이 성토하며 책임을 요구한 당사자는 이상직 국회의원이었음에도 전체 기사에서 당사자는 한 차례 이름을 거론했을 정도다.

전북일보 6월 22일 관련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그것도 “이상직 의원 측과 제주항공 측 간에 맺어진 양해각서와 본 협약을 공개하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기사에서 두루뭉술하게 적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신문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으로부터 이스타항공 관련 기사를 지난 10일 보도하는 과정에서 6면에 실린 ‘지역 기반 항공사 존폐 여부 곧 판가름’ 기사 중 상당 부분을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베껴썼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북일보는 당시 여러 꼭지의 관련 기사들을 보도했음에도 직원들이나 노조측 입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회사측 입장을 두둔하는 내용이 많이 차지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전북도민일보는 이날 5면에 ‘"4개월째 체불임금 해결을”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촉구’란 제목의 기사와 사진을 함께 내보내 전북일보와 편집에서 대조를 보였다.

피켓을 들고 서있는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원들의 사진과 함께 “이번 사태를 초래한 인물은 이스타항공의 실질 소유주인 더불어민주당 전주을 이상직 국회의원이다”며 “임금이 체불된 1천 600여명의 노동자는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 불면증에 걸린 노동자도 있다”고 지적한 기사 내용도 전북일보 보도태도와는 달랐다.

전라일보도 사회면에 ‘임금체불·악의적 구조조정 강행 이스타항공 노조 “책임자 처벌해야”’란 제목의 기사에서 “악의적 임금체불의 책임자를 구속처벌하고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이상직 의원에게도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사진은 싣지 않았다. 대신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화재현장 모습이 크게 지면에 편집되었다.

전북중앙신문과 전민일보도 이날 사회면을 전주 폐차장 화재 모습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덮였다. 이스타항공 노조의 같은 날 집회모습은 1단 또는 2단 제목의 기사로만 처리했다. 그러나 기사에선 “모든 사태의 원인인 이상직 의원에게도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썼다.

새전북신문은 사회면에 같은 날 발생한 전주 폐차장 화재 모습과 ‘원인이 오리무중’이란 박스기사가 크게 차지했다. 그러나 같은 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들의 기자회견, 집회관련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처럼 많은 신문사들 중 한 신문사만이 이스타항공 노조관련 기사와 사진을 함께 지면에 배치했을 뿐, 대부분 신문들이 같은 시간 발생한 화재장면을 사회면 사진으로 채택해 편집했다. 이스타항공 노조관련 기사를 축소 또는 왜곡, 배제시키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KBS전주총국 6월 19일 관련기사(화면캡쳐)

지역의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은 관련 내용을 신속하고 비교적 상세히 다뤄 신문과는 차별성을 보여줬다. 제목부터 확연히 다르다.

KBS전주총국은 ‘이스타항공 체불 임금 250억 원…“이상직 의원이 해결해야”’, 전주MBC는 ‘이스타항공 위기에 창업주 이상직 의원 책임론’, JTV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이상직 의원이 책임져라"’ 등의 제목과 함께 이상직 국회의원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 앵글의 초점을 모았다.

전주MBC 관련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특히 전주MBC는 “전국 공공운수노조는 이스타항공 노동자 1,600여 명이 넉 달째 임금을 받지 못 하는 등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렸는데도 원만한 매각협상을 이유로 체불임금 포기를 종용한다며 창업주이자 지역 국회의원인 이상직 의원을 규탄했다”며 “청년 일자리 공약으로 당선된 뒤에는 전북청년들을 해고했다며 이 의원을 공천한 더불어민주당에도 항의서한을 전달했다”는 내용으로 핵심을 짚었다.

JTV 관련기사(화면 캡쳐)

다음은 전북지역 주요 신문과 방송들의 이스타항공 관련 기사의 제목이다.

전북일보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해결·정상화를” -4면

전북도민일보

"4개월째 체불임금 해결을”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촉구 -5면

전북중앙신문

"250억 임금체불 해결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4면

전민일보

‘250억 임금체불 해결하라’ -6면

KBS 전주

이스타항공 체불 임금 250억 원…“이상직 의원이 해결해야” 

전주MBC

이스타항공 위기에 창업주 이상직 의원 책임론 

JTV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이상직 의원이 책임져라"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