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머슴살이를 마치며
이화구의 '생각 줍기'
전 직장인 제일은행에서 37년 1개월 그리고 재취업한 MG중앙회와 MG자산관리에서 5년 4개월 등 총 42년 5개월의 머슴살이를 이달 말로 마칩니다. 더 일할 수도 있지만 집사람이 건강하지 못하여 이제는 제가 집안일을 도와줘야 할 거 같아 그만둡니다.
앞으로는 나이가 있어 기관이나 공조직에서 머슴살이 하기도 어려울 거 같습니다. 회상해 보니 전 직장인 제일은행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저를 키워준 곳이었고, 새로이 인연을 맺은 MG중앙회는 은행 명퇴 후 방황하던 저에게 위로가 되어 준 곳이었습니다.
40여년 머슴살이를 하다보니 머슴사는 者에게 제일 중요한 건 새경을 안 떼이는 일 같습니다. 그래도 42년간 새경을 떼이는 일은 한 번도 없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또한 다행이 크게 출세를 못해 상머슴의 자리에 가질 않아 동료나 후배들에게 갑질해가며 악업을 짓는 일도 적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머슴살이의 삶은 지양하고 화엄의 세계에서 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렵니다. 지나고 보니 43년 전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4년 더 배운 분들한테 머릿속이 비고 가방끈이 짧다며 '깡통' 소리를 들은 게 서러워 43년 열심히 공부하며 달려왔지만 그렇다고 깡통이 보물단지가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단지 빈깡통(Empty Can)에서 찬깡통(Full Can)으로 변했을 뿐 깡통의 본질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동안 탐진치로 채웠던 찬깡통(Full Can)을 다시 비워 박경리 선생의 말씀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한" 빈깡통(Empty Can)으로 회향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우리의 가곡 '바위고개'란 노래가 저의 40여년 머슴살이를 잘 대변해주는 것 같아 올려봅니다.
♬ 바위고개 ♬
♪♪ 바위 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
옛 님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 ~
사십 년 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집니다 ~ ♪♬
※지난 5년 서울 삼성동에서 직장생활하는 동안 산책을 하며 담은 탄천과 올림픽경기장 주변의 사계절의 사진을 가지고 졸업앨범을 만들어봤습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