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부당 해고 방송작가 복직' 노동위 판정 수용키로..."전북시민단체 연대 목소리 크게 작용"
진단
지방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를 인정받아온 전직 KBS전주방송총국 방송작가에 대해 KBS가 행정소송을 포기하고 노동위 판정을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방송작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는 판정이 확정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9일 미디어오늘과 '방송작가전북친구들' 등에 따르면 2015년 KBS 전주방송총국에 입사해 7년간 작가로 일하다 지난해 7월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이 어렵다”며 해고 통보를 받은 작가 A씨가 낸 '부당 해고 구제신청'이 지난해 12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전북지노위)에 이어 올 4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도 인용된 이후 현재 KBS는 A작가와 복직 관련한 사항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년 가까이 이어진 해고 작가와 KBS간 법적 다툼 일단락?
미디어오늘이 이날 보도한 'KBS, 부당해고 인정 방송작가 복직 노동위 판정 수용키로'의 기사에 따르면 "KBS 본사 법무팀이 A작가에게 소송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한 건 지난달 25일, 중앙노동위 재심 판정에 불복할 수 있는 기한(6월 2일)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라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 측이 재심판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판정이 확정된다"고 밝혔다.
"이로써 1년 가까이 이어진 A작가와 KBS간 법적 다툼은 일단락됐다"는 기사는 "A작가는 지난해 7월 KBS전주총국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를 통보받아 부당 해고된 뒤, 그해 9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신청을 하면서 피해 사실을 증명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사는 "A작가에 대한 노동위 판정들은 방송사들이 방송작가를 ‘쉽게 쓰고 버리는’ 관행이 불법이라는 근거로 쌓여왔다"면서 "지난해 12월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A작가가 법적 근로자이자 부당 해고 피해자라면서 그 이유를 70여쪽의 판정문에 담았다"고 강조했다.
‘방송작가는 법적 근로자, 계약은 형식’ 인정 첫 사례
그러나 기사는 "KBS는 8일 판정 이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 '복직 시기 등 판정 이행의 구체적 방법에 관하여 신청인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어떤 점을 고려해 판정을 수용하기로 했는지, A작가가 KBS전주총국 방송작가로 복직하게 되는지, 원직복직 관련해 검토 중인 사항들이 무엇인지, 판정 이행에 있어서 기본 원칙은 무엇인지, 아울러 구체적 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혀 최종 결정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A작가 사건을 맡아온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통화)에서 “(방송작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는 확정 판정이 나온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KBS의 행정소송 포기 배경에는 작가가 사용자에게 종속된 것이 너무 강력했기에 소송을 가더라도 결과를 바꾸기 어려울 거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재계약이 어렵다”며 해고 통보를 받은 작가 A씨가 낸 부당 해고 구제신청이 지난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전북지노위)에 이어 올 4월 1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도 인용된 바 있다.
이날 중노위는 KBS 전주방송총국 부당해고 구제신청 심문 회의를 열고 ‘초심 유지’를 판정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북지노위가 판정했던 “작가 A씨가 KBS 전주총국과 용역 계약서를 맺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감독하에 근로를 제공했다”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내린 판단과 일치한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중노위는 판정 결론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맺은 작가 집필 계약서에는 작가의 ‘구성 활동’ 범위와 기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담당 PD와 방송국의 결정에 따르는 소속 팀원 내지 부하 직원으로 취급되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밝혔다.
"방송은 기획부터 송출까지 단 한 번도 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 순간 없어"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는 성명을 내고 “지노위 판정과 같이 방송작가 A의 손을 들어준 중노위 결정을 환영한다”며 “KBS전주총국은 하루 빨리 방송작가 A씨를 복직시켜 그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중노위 심문 회의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와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은 고용노동부 세종청사 앞에서 ‘KBS전주 지노위 판정불복 규탄 및 해고작가 복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그랬듯 방송작가의 계약 형태가 아닌 근로 실질을 명명백백히 검토하여 상식적인 판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한 “방송은 제작에 있어 방송 기획부터 송출까지 단 한 번도 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는 순간이 없다”며 “프리랜서라는 공허한 이름 안에 방송작가의 고용형태를 가두는 일은 구태를 답습하는 일이자,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 연대 목소리 크게 작용
한편 방송작가유니온과 전북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은 지난해부터 KBS전주총국에서 A작가의 해고가 부당하고, 해당 작가가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과 릴레이 시위를 최근까지 어왔다.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8일까지 KBS전주총국과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KBS전주를 규탄하고 전북 지노위의 상식적인 판정을 촉구'하는 릴레이 피켓 시위를 진행한데 이어 올 연초부터 최근까지도 KBS전주총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쳐왔다.
이들 단체 대표들은 "명백히 KBS전주총국 안에서 일어난 부당 해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KBS전주총국장과 보도국장은 모든 질문에 KBS 본사 법무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지노위와 중노위 판정에도 불구하고 KBS전주총국은 현장 내 부당 노동 관행에 대한 고민이나 개선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은 채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방송사와의 수차례의 공방을 거쳐 본인의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판정을 이행하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 당사자는 피가 말라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면서 KBS전주총국의 복직 조치를 거듭 촉구해 왔다.
이처럼 KBS전주총국에서 부당하게 해고된 작가를 복직시키라는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 결정과 KBS가 행정소송을 포기하고 노동위 판정을 수용하기로 한 것은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 목소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