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은하수에서 광한루 오작교로 이어진 비밀 통로의 '문 탐방기'

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67 )

2022-06-05     김용근 객원기자

지금으로부터 603년 전 한양에서 남원으로 귀향한 한 노인이 달나라로 꿈구경을 갔다. 권력다툼이 난무하고 불공정한 세상이 아닌 공정과 상식과 평등한 세상을 찾아서 유랑하다가 달나라에 도착한 것이다.

옥황상제가 궁전 광통루에서 백성들의 억울한 일을 들어 주며 통치하고 있었고 백성들은 은하수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토끼는 방아찧기 놀이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목동들은 드넓은 초원에서 소를 몰고 처녀들은 베를 짜며 흥을 내어 태평성대를 노래하고 있었다. 소몰이 백성 견우와 공주 직녀는 결혼하여 행복한 나머지 자신들의 일을 잊어 버리고 사랑놀이로 세월을 보내다가 옥황상제에게 들켜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생이별을 하는 고통의 벌을 받고 있었다.

달나라 구경에 나선 지구의 노인은 견우와 직녀에게 평생 함께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도피처를 마련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아왔다. 1419년 지구별 조선 남원땅에 그 약속의 도피처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광한루의 탄생이었다.

달나라의 세상을 지구에 옮겨오기 시작한 것이다. 견우직녀는 지구에서 자신들을 부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그 꿈을 완성하지 못한채 견우직녀의 지구 도피처를 반드시 완성하여 구원해 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42년이 흘렀다.

여러명의 고을 원님들이 오고 갔으나 견우직녀의 도피처 미제 사업은 업무인수인계에서 누락되고 있었다. 1461년(세조 7) 남원부사 장의국이 부임했다. 쇠락한 광한루를 수리하다가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달나라에서 고통의 소리가 들려왔다 부사는 업무인계인수에서 누락된 유언의 사실을 밝혀냈고 다리를 새로놓고 오작교라 부르게 했다.

오작교와 달나라 은하수를 오고 가는 비밀의 통로가 생겨난 것이다. 그 비밀통로는 일년에 칠월칠석날만 열리고 닫히는 출입문을 두었다. 달나라 옥황상제도 알수 없는 그 비밀통로의 문은 오작교 어느 지점에 숨겨져 있었다.

그 문을 여는 열쇠는 달나라 까마귀와 까치가 칠월칠석날 울어서 내리는 칠석비뿐이었다. 그날 빗물이 광한루 오작교에 내리면 달나라를 오고가는 비밀통로의 문은 윷판 성혈로 나타났다.

둥근 원형의 달나라에 가로와 세로에 7개의 별을 두어 칠월칠석의 기운을 내게한 윷판성혈 말이다. 그날 달나라 견우직녀는 그 문을 열고 광한루 오작교로 들어와 행복한 만남을 가졌다.

광한루에 숨겨진 그 이야기의 실체는 오작교에 있고 지금도 오작교 중간지점의 상판에 물을 뿌리면 윷판 성혈로 나타난다. (중략) 서양인들은 과학으로 달나라를 가서 흙을 한줌 가져 왔고 우리 조상들은 이야기로 달나라를 가서 견우직녀를 데려왔다. 그래서 광한루는 30분 관광지가 아니라 마음 속에 들일 영원한 미지의 여행지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