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가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정일의 '길 위에서'
아가톤이 말했다.
"이리 제 옆에 앉으시지요. 소크라테스 선생님, 선생님과 접촉함으로 해서 문전에서 선생님께 떠오른 지혜를 저도 누릴 수 있게 말입니다. 선생님은 분명 그걸 발견해서 갖고 계십니다. 발견하기도 전에 그만두시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앉으면서 말했다.
"참 좋을 것이네. 아가톤, 지혜가 우리가 서로 접촉할 때 우리 가운데 더 가득한 사람에게서 더 빈자에게로 흐르게 되는 그런 거라면 말일세. 마치 잔 속의 물이 털실을 타고 더 가득한 잔에서부터 더 빈 잔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말이네. 지혜도 이런 거라면 난 자네 옆에 앉는 걸 아주 귀중히 여기겠네.
나 자신이 자네에게서 나오는 아름다운 지혜로 가득 채워질 것으로 믿으니 말일세. 내 지혜는 보잘 것 없고 꿈처럼 의심스러운 것이지만 자네 지혜는 빛이 나며 많은 늘품을 갖고 있거든. 바로 그 지혜가 젊은 자네에게서 그토록 맹렬하게 빛을 발해서 밝게 빛나게 되었지."
플라톤의 <향연>에 실린 글이다.
예전에 베개 대신 책을 포개고서 책을 베고 자던 습관이 있었다. 잠들기 전에 가당치 않은 소망을 품기도 하였다. 그것은 잠에서 깨면 내가 베고 잔 그 책들의 내용이 내 머리 속으로 옮겨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것은 항상 꿈에 불과했다.
“꿈은 공짜라네, 항상 꿈을 꾸게나”라는 말을 신봉하는 나는 늘 꿈을 꾸었다. 하지만 아가톤이 소크라테스에게 제안했던 곁에 있는 사람의 지혜나 지식이 다른 사람의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것은 가능한 일이겠다. 그래서 어떤 사람과 교류를 나누면서 사는 가가 중요한 것이다.
지혜 있는 사람과 만나게 되면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가뭄으로 타는 대지에 비 내리면 빗물이 감쪽같이 스며들 듯, 자연스레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니까.
당신은 어떤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는가?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