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감독을 혼내는 선거판?...교육감 후보들 선관위에 거센 항변, 왜?
선거 이슈
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 간 폭력 공방과 허위 경력, 논문 표절, 고소·고발 등으로 얼룩진 전북교육감 선거가 막판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들 고발과 이에 대한 후보들의 격한 항변이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1 지방선거일이 임박한 가운데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전북선관위)는 김윤태·천호성 전북교육감 후보가 사용한 명칭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하자 해당 후보들은 역으로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을 문제 삼으며 거세게 반발하며 선관위를 비난했다.
선관위 “천호성 후보 ‘민주·진보 단일후보’ 명칭 사용, 허위사실 해당“ 고발
전북선관위는 지난 26일 천호성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천 후보는 올해 1월 전교조와 민노총 등 전북지역 진보성향 200여개 단체에 의해 단일후보로 선출된 이후 ‘민주·진보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내세워 선거운동을 해왔다.
이에 대해 김윤태 후보는 "천 후보가 마치 모든 민주·진보 후보와 단일화를 한 후보로 도민들이 오해할 수 있는 만큼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수차례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선관위는 ‘민주·진보 단일후보’ 명칭 사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진보성향임을 주장하는 다른 교육감 후보자가 나타나는 경우 이 명칭 사용은 허위사실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김윤태 후보 ‘이재명 싱크탱크 부단장’ 명칭 사용,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해당” 고발
이어 전북선관위는 27일 ‘이재명 싱크탱크 부단장’을 자신의 주요 경력으로 내세운 김윤태 후보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전 이재명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부단장'을 자신의 주요 경력으로 내세웠지만, 지방교육자치법 제46조 제3항에 따르면 '교육감 선거 후보자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받고 있음을 표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천 후보는 지난달 20일 "김 후보가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고 자신의 경력에 '전 이재명 싱크탱크 세상을 바꾸는 정책 부단장'을 사용하고 있다"며 전주지법에 명칭사용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25일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재명'이라는 이름은 빼고 단체명과 직함에 대해서는 경력사항으로 명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의 검찰 고발은 이러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천호성 후보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탄압, 선거중립 위반” 비난
그런데 이러한 전북선관위의 고발에 두 후보는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선관위를 비판하고 나섰다. 먼저 천 후보는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명칭 사용을 두고 선관위에 수차례 문의했고, 시정 요구를 받아들여 수정된 문구를 사용했다”면서 “명칭 사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자문도 받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 후보는 “‘민주·진보 단일후보’는 허위사실이 아니며, 선관위의 민주진보 진영 탄압에 강력 대처할 것”이라면서 “선관위의 고발은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탄압이자 선거중립 위반이며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김윤태 후보 “신박한 함정 수사...자기모순” 성토
같은 날 김윤태 후보도 “전북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할 정도로 위법한 내용이었다면 처음부터 경력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야 한다”면서 “경력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하더니 나중에 고발을 한 선관위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신박한 함정 수사를 펼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저를 고발하기 위해 유도한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덧붙인 김 후보는 “전북선관위의 고발은 자기모순”이라며 “선관위의 누리집 후보자에는 버젓이 ‘이재명’을 명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명칭 사용과 관련해 후보들 간 공방이 고발로 이어지자 해당 후보들은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과 함께 선관위를 성토하고 나섰지만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서거석·천호성 후보 ‘해외연수·수학여행 경쟁’...현실성 논란
이런 와중에 폭력 문제를 놓고 서로 고소·고발한 서거석·천호성 두 후보가 전북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외연수와 수학여행을 서로 많이 보내겠다며 경쟁에 나서 현실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 후보는 지난 24일 “4년 임기 내 전북지역 학생 1만명에게 '해외연수'를 보낸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교 밖 청소년 등도 대상에 포함됐다.
전북지역 학생들이 외국어 실력은 물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명분이다. 연간 2,500명씩 4년간 1만명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천 후보도 26일 유사한 공약으로 대응했다. 천 후보는 “전북지역 모든 초·중·고 학생들을 12년간 3번씩 해외 수학여행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수학여행은 교육청에서 1인당 초등 15만원, 중등 20만원, 고등 3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천 후보는 “여기에 예산을 50~100만원씩 더 지원해 초·중·고를 다니는 동안 해외 수학여행을 3번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는 “재원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공약 경쟁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며 “각종 의혹 폭로와 고소·고발로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가는 전북교육감 선거가 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