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청자미디어센터 늦은 유치, 왜 호들갑?

뉴스 비평

2020-06-19     박주현 기자
전북중앙신문 6월 17일 2면

전북도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나선다 -4월 7일

시청자미디어센터, 전북 유치 성공 -6월 17일

한국판 뉴딜 ‘시청자미디어센터’ 전주 만성지구 유치 -6월 17일

도 시청자미디어센터 전주 유치 성공 -6월 17일 

지난 4월 7일부터 6월 17일까지 1건의 전라북도 유치사업 성과를 놓고 지역 언론들이 뽑아낸 기사 제목들이다. 자료를 받아 쓰는 과정에서 많은 미사여구들이 지면에 동원됐다. 제목만 놓고 보면 전국에서 최초로 도민들을 위한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에 전라북도가 성공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최근 언론인들 앞에서 ‘전북판 뉴딜’을 자주 강조하던 차에 내놓은 도의 ‘유치’건이어서 그런지 더욱 화려하게 조명을 받았다. 일부 신문은 ‘한국판 뉴딜’이란 낯뜨거운 표현으로 부각시킬 정도였다.

그러나 팩트(Fact, 사실)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찾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나치게 속보경쟁에 함몰되거나 지나치게 출입처를 의존하거나 신뢰하는 경우 언론이 사실만 보고 진실을 간과하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내놓은 ‘민선7기 전국 시·도지사 및 기초자치단체장들의 공약이행 평가결과’ 보도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최초 자료를 각 지자체들은 필요한 부분만 윤색해 언론에 공개하고, 언론은 그 자료를 그대로 받아 전달한 것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여러 평가 항목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등급을 받은 부분만 강조하여 마치 많은 치적을 쌓은 것처럼 과대 포장해 홍보한 전라북도와 일부 시군의 발표자료들이 액면 그대로 지역 언론들의 지면과 영상에 여과 없이 투영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국에서 뒤늦게 유치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마치 도지사가 뉴딜사업 계획을 내놓자마자 1호로 유치에 성공한 것처럼 과다하게 홍보하거나 이를 액면 그대로 다시 받아 쓴 사례가 발생한 것이어서 실망과 아쉬움이 크다.

기사의 행간과 사실 이면의 내막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라일보 6월 17일 관련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가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에 나선다는 소식은 지난 4월 7일 처음으로 기사화되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당시 전북도민일보는 2면에 부각시켰다. ‘전북도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나선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북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방송통신융합·스마트기기의 확산 등 미디어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건강한 미디어 소비와 참여욕구 해소를 위해 국정과제로 미디어센터 구축이 추진 중”이라며 "전북에 미디어센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두 달이 지난 뒤 지역 언론들은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에 나선 전북도가 결국 성공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 중 전북중앙신문과 전라일보의 기사 제목은 압권이다.

6월 17일 2면에 두 신문은 나란히 ‘도 시청자미디어센터 전주 유치 성공’, ‘한국판 뉴딜 ‘시청자미디어센터’ 전주 만성지구 유치'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큼지막하게 내보냈다.

전북도민일보 6월 17일 관련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와 새전북신문도 1면에서 관련 기사를 소개했다.

‘전주에 방통위 시청자미디어센터 들어선다’, ‘전북에도 시청자미디어센터 설립’이란 제목으로 각각 다뤘다. 지역의 다른 언론들도 같은 내용을 동시에 보도했다.

기사들의 공통된 내용은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오는 2024년 개관을 목표로, 전북도와 방통위가 약 130억원을 공동 투자해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입지는 전북도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 있는 전주 만성지구가 꼽혔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룬다.

그런데 신문마다 기사 제목뿐만 아니라 기사 첫 단락이 지나치게 화려했다. 다음은 대표적 사례다.

“전북도가 방송통신위원회 ‘시청자미디어센터 구축사업’ 유치에 성공해 도민의 미디어 교육과 체험에 큰 역할이 기대된다.” -전북중앙신문

“미디어 접근성을 실현하는 공공기관인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전북 전주시 만성지구에 건립됨에 따라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언택트 미디어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라일보

두 신문의 기사 리드만 보면 전북도가 마치 전국에서 최초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를 해낸 것처럼 읽힌다. 그러나 기사 행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실과는 전혀 다른 점들이 숨어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홈페이지

시청자미디어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운영하는 국가기관임에는 틀림이 없다. 전북도가 유치했다는 시청자미디어센터는 4년 후인 2024년 전주시 만성지구(개발부지) 첨단산업지원용지에 전체 면적 3498㎡의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로 개관을 목표로 건립되는데, 센터 건립비용 등으로 130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방송시설과 장비들의 경우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원하고, 건물‧부지 제공 즉, 건축 및 건설비용은 전북도가 맡고, 운영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전북도가 분담한다는 유치 조건이다. 시청자미어재단이 전액 국비로 건립해주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자미디어센터, 전국 9개 시도에서 이미 운영 중...전북 너무 늦은 유치  

또한 전북도의 시청자미디어센터가 개관하면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육성과 청소년 진로체험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홍보내용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시민들의 1인 미디어 활동가들이 확산되면서 전북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주시민미디어센터영시미 등이 운영돼 오고 있다.

많은 곳에서 수준별, 대상별, 지역별 영상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영상제작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구비하여 시민들의 영상제작을 돕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민이 직접 제작, 방송하는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교육 및 제작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상파방송 및 케이블, 위성방송 등과 연계하여 액세스채널 편성을 위해 지원하는 시민대상 미디어 센터들이 있기 때문에 전북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할 경우 실효적 측면에서 기대와는 다를 수 있으며 기존 시설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4년 후 건립될 전북시청자미디어센터는 이미 다른 대부분 지역에서 운영 중인데다 추가로 다른 광역시도에서 제2 센터들이 운영될 예정이어서 노하우나 경쟁력 측면에서도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홈페이지

실제로 현재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운영하는 시청자미디어센터는 서울과 광주 등 전국 9개 시도에서 이미 운영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곳은 부산센터, 광주센터, 강원센터, 대전센터, 인천센터, 서울센터, 울산센터, 경기센터, 충북센터 등 9개 센터 외에도 최근 경남 창원시와 세종시가 추가로 유치에 가세했다.

세종시와 창원시는 전북도보다 빠른 지난해 이미 유치에 성공해 더 빠르게 운영될 예정이다. 더욱이 이번에 추가로 유치가 확정된 곳은 전북도 외에 전남 여수시가 광주에 이어 두 번째로 유치를 일궈냈다.

 시민들에게 좋은 혜택 사업, 전북도는 왜 이제 뛰어들어 성공했다며 환호할까?

인근 대전권과 광주권은 벌써 시청자미디어센터를 두 곳씩 유치하고 있는데 반해 전북도는 이제 한 곳, 그것도 많은 시설과 예산을 들여 유치하는 것이 과연 한국판 뉴딜에 맞는 성공 유치라고 할 수 있는지 반문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전북도와 함께 유치가 확정된 전남 여수시의 경우 건립시기가 전북도보다 1년 빠르다.

전남지역 언론들은 “전남시청자미디어센터는 여수시 문수청사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2023년 초에 건립될 예정이며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비 50억원을 투입해 방송제작 시설과 장비 지원을, 전남도와 여수시는 시청자미디어센터 설립에 필요한 건물‧부지 제공과 운영에 대한 지원을 맡는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방송법 제90조의2(시청자미디어재단)에 의거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의 방송참여와 권익증진 등을 위하여 시청자미디어재단을 전국 각지에서 그동안 설립·운영해 왔다. 일찌감치 부산은 2005년, 광주는 2007년, 강원, 대전, 인천은 2014년, 울산은 2016년에 이미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지원 하에 운영하고 있다.

지원하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맞춤형 미디어교육, 평생 미디어교육 체계 구축 및 지원, 미디어 취약계층 대상 미디어교육, 미디어 이해와 역기능 대응 교육 실시, 지역사회 미디어와 실생활 미디어참여 지원,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의 지원, 시청자 방송참여를 위한 미디어교육 및 시설장비 지원, 시청자 제작단 활동 지원, 공동체(마을) 미디어 활성화 지원, 장애인 등 소외계층 미디어접근 보장,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체험, 미디어교육, 방송시설 대여 등도 한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시민들에게 좋은 혜택을 주는 국가지원사업에 전북도는 왜 이제야 뛰어들어 유치에 성공했다며 환호하는 것일까?, 또 지역언론들은 왜 이토록 늦은 전북도의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를 한 치 의심 없이 액면 그대로 보도하거나 과대 포장하는 것일까?

 "관계 공무원들 무관심, 동종업계 반대 등 이기주의 원인" 따가운 충고

숨은 이유가 있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 최근 상반기까지 지역센터를 총괄하는 본부장을 맡아 왔던 전북 출신의 김혁 전 본부장을 통해 그 내막을 들어보았다. 그는 이번 전북도 유치에 관해 “전국에서 거의 꼴찌 수준의 유치”라고 평가했다. “호들갑을 떨 일이 결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일례로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호남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을 때 사전에 전북도의 담당부서 관계자 참석과 관심을 촉구했었으나 당시 참여한 전북도 관계자는 소관부서도 잘 모를 정도로 다른 부서 관계자가 참여해 무관심을 보여줬다”며 “광주·전남이 적극적으로 오래전부터 노력해 거듭 유치에 성공한데 비해 전북은 뒤 늦게 이제 겨우 출발을 하게 된 것은 관계 공무원들의 무관심과 동종업계의 적극적인 반대 표명의사와 이기주의 등이 결국 전국에서 가장 뒤쳐진 유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시청자미디어재단이 50억여 원 규모의 장비와 시설, 운영비를 지원하는 매칭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시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5,000평방미터 정도 규모의 구도심 건물을 리모델링해 활용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처럼 막대한 혈세를 들여 대규모 신축건물을 산업용지에 건립해 마치 새로운 사업이나 기관을 유치한 것처럼 과대 해석하고 홍보하고 있는데 대한 충고와 조언이 따갑게 들린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