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전주총국 ’선거 브로커‘ 불똥...‘무기력·불협화음’ 도마에
미디어 이슈
"지역토착 선거 브로커 언론인 구속 사건 팔짱끼고 수수방관하는 배경은?"
"KBS 안에도 견제 받지 않는 언론권력 있나?"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에서 발생해 선거 기간 내내 선거판을 뒤흔든 '선거 브로커' 사건의 불똥이 KBS전주방송총국으로도 튄 형국이다.
KBS 노동조합 ”지역토착 선거 브로커 언론인 구속사건 수수방관“ 지적
KBS 노동조합(구노조)은 27일 성명을 통해 전북지역에서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는 선거 브로커 사건에 대한 KBS전주총국의 소극적인 보도 태도 등을 지적해 시선을 모았다.
”KBS 지역총국 보도국은 지방선거 보도의 최전선“이라고 전제한 성명은 ”그런데 KBS 지역뉴스가 현직 언론인이 개입된 선거 브로커 사건을 수수방관하는 보도 자세를 유지했다면 이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성명은 ”지난 4월 전북지역의 한 인터넷 매체가 특종보도를 했고, 전주MBC가 단독(연속)보도를 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전라일보 기자와 전직 임원이 개입한 선거 브로커 사건’“임을 밝힌 뒤 사건의 개요를 상세히 소개했다.
"전북 3대 메이저, '전라일보' 전직 임원·현직 기자 관련"...녹취록 공개
”전북지역의 3대 메이저 신문사인 전라일보 전직 임원 A씨와 현직 기자 B씨가 등장하여 선거 출마를 고심하는 지역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해 선거 조직과 금전적 지원을 대가로 당선되면 인사권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이 사건은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기자회견을 하면서 불거졌다“고 성명은 밝혔다.
이어 성명은 ”이중선 전 행정관은 ‘정치 브로커들이 당선 시에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폭로하면서 전북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강조한 뒤 ”지난해부터 선거 브로커들이 자신에게 접근해 ‘여론조사 지지율’을 올려주겠다는 연락을 수 차례 취했다는 사실도 털어놨고 선거 브로커들의 녹취록도 폭로됐다“면서 일부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OOO현직 국회의원까지 죽어. OOO도 내가 엮어줬잖아. 수요일날 OOO 5천만원 줬잖아? 전라북도 정치권에서 A 돈 안 받은 놈이 없어. 돈으로 다 옭아맸어.”
“KBS지역총국, 광고 외압 적어 토착비리 고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방송해 왔는데..." 뼈아픈 지적
성명은 한발 더 나아가 “그 외에도 범죄 정황을 추론할 수 있는 녹취록이 폭로됐다”며 “전북시민사회 27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선거 브로커의 몸통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한 뒤 “KBS전주총국 보도국은 어떻게 보도했을까?”란 물음을 던졌다.
그러면서 성명은 “KBS지역총국 보도국은 지역 일간지나 민영방송사에 비해 광고 외압이 적어 지역 토착비리를 척결하고 엄단하는 고발 방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방송을 해왔다는 평가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고 뼈아픈 지적을 남겼다.
“경쟁사인 전북 MBC가 지난 4월 초부터 단독보도를 시작한 뒤 한 달 동안 관련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급기야 경찰이 관련자를 입건하고 구속한 5월 15일이 되어서야 기사가 나왔다.”
게다가 성명은 데스킹과 담당 기자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기사 내용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관련 KBS 첫 보도가 나오기 전 이미 한 달 동안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힐 정도로 주요 언론사들이 떠들었는데 그제서야 A씨 구속을 전했다. 뉴스가 아니라 ‘구문’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고 일갈했다.
이에 더해 “전주총국 시청자위원회에서도 핵심 사안으로 불거졌다”고 덧붙인 성명은 “급기야 최근 KBS전주총국 시청자위원회에서도 관련 비판 질의가 이어졌고 보도국장이 잘못을 시인하는 일도 벌어졌다”며 “하지만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소리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명은 “보도제작 책임자인 보도국장은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며 “‘선거 브로커 사건 보도에 대해 실기를 한 점은 인정하는데 전사적인 총력을 기울여 핵심 사안으로 보도할 사안은 아니었다’라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강조하면서 “그럼 언제쯤 특종할거요?”라고 꼬집어 물었다.
“어느 누구로부터도 견제 받지 않는 토착 언론권력 세력이 형성된 건가?”
성명은 말미에서 “KBS지역총국 보도국에도 비판적으로 물어본다”며 “지역사회 어느 누구로부터도 견제 받지 않는 토착 언론권력 세력이 형성된 건가요?, 아닌가요?”라는 질문으로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선거 브로커 사건 이후 KBS 내부에서 관련 보도를 놓고 노동조합 측이 낸 성명은 전주총국 보도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어서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왔던 시청자위원회와 일부 지역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KBS 지역총국장이 대부분 외지 출신들이거나 '지나가는 자리'여서 지역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란 지적과 함께 “지역총국의 내부 소통과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총국의 보도국과 비보도국 간의 불통과 불협화음이 이러한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선거 브로커 사건이 발생하던 지난달부터 라디오 프로그램(편성국 제작)인 ‘패트롤전북’에서는 선거 브로커 폭로 당사자인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를 직접 출연시켜 4월 13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지역의 선거 브로커 암약 실태 등을 생생하게 전달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후에도 ‘패트롤전북’은 지역언론 보도 모니터 분석 등을 통해 선거 브로커 관련 이슈를 점검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적극 다루었지만, 정작 보도국은 편성국의 이러한 적극적인 대응과는 달랐다는 점이 이번 구노조의 성명에서 묻어났다.
"소통·협치, 합리적 인사 등으로 오해·불신 씻어주기를"
비록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지만 중요 의제의 핵심 인물 인터뷰가 기획·진행되는 과정에서 보도국이 함께 참여하고 연계해 다른 뉴스 등에서도 다뤄졌더라면 파급력이 더 컸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S전주총국의 이번 선거 브로커 관련 보도 논란은 지역 총국장의 본사 낙하산식 인사 문제에서부터 보도국과 비보도국의 불통과 불협치 문제, 심지어 선거방송 토론회 진행자의 외부 인사 발탁·진행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불만 제기 등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많은 지역 시청자와 청취자들은 "공영방송의 내부 소통과 협치, 합리적인 인사·조직 운영 등으로 지역 총국이 신뢰를 더욱 강화하고 무기력의 오해와 불신을 말끔히 씻어줄 것"을 기대하며, 주문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