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브로커' 수사 경찰, 환경단체 전 대표 추가 구속영장...“시민단체 괴리감, 한없이 부끄럽다”
진단
전주시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 브로커 사건'이 피해자 폭로 40여 일 만에 경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브로커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물론 해당 언론사와 관련 시민사회단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목된 선거 브로커들 중 최근 구속되거나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2명 중 1명은 전북지역 일간지 전 간부 등으로 행세했고, 또 다른 1명은 전북지역의 환경단체 전 대표로 활동하다 최근 사건이 크게 불거지자 직책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선이 곱지 않다.
더욱이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환경단체 대표는 전주시의 개발 등에 관한 단체의 입장(논평, 성명)을 발표할 당시 대표직을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지역 일간지들은 해당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와 관련된 이번 브로커 사건을 축소 또는 다루지 않거나 소극적인 자세로 취재·보도하는 형태를 보인 반면 통신사 등 전국 언론사들이 오히려 적극적인 보도로 대조를 보인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전북경찰, '선거 브로커' 1명 추가 구속영장, 환경단체 전 대표..."충격·실망"
16일 전북경찰청 및 전주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경선 브로커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전북경찰은 브로커로 지목된 전직 언론사 간부 1명을 구속한 데 이어 시민사회(환경)단체 대표 출신에 대해 이날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두 사람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며 구속된 A씨 외에 입건된 B씨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7일 열릴 예정이다. 이 중 선거 브로커로 지목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B씨는 환경단체에서 활동해 온 대표라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은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앞서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폭로한 브로커 명단에 포함돼있는 자들로 이 전 예비후보에게 선거 자금과 여론조사 조직 등을 지원해주는 대가로 인사권 등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지역 일간지 전 간부 A씨를 구속한 바 있다. 전주지법(이국진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7일 이들 2명을 포함한 3명이 선거를 돕는 대가로 공무원 인사권 등을 요구하며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폭로하며 예비후보직을 사퇴했다.
“후보자들이 시민단체에 느꼈을 괴리감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럽다”
그러나 이들은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련 녹취록과 지목된 브로커들의 소속 언론사 및 단체 등이 SNS상에서 공개돼 많은 공유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언론사와 단체는 경찰의 구속 및 영장 청구 등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지 않거나 해명 또는 사과없이 바라만 보는 양태여서 더욱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페이스북 등에 잇따라 입장을 밝히면서 반성과 성찰, 적극적인 해명·보도 등을 요구해 오히려 주목을 끈다.
한 시민사회단체 간부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선거 브로커로 지목된 주택관리 대표이자 환경단체 당시 대표에게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다들 자기 자리에서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힌 뒤 “시민단체 대표라는 외피를 쓰고 그동안 후보자를 만났다니, 후보자들이 시민단체에 느꼈을 괴리감을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럽다”고 심정을 털어놓았다.
“기업의 회계장부에 자금 입출금 너무 뻔하다...철저히 수사해야”
또 다른 시민사회단체 간부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봄을 맞아 무성하게 자라나던 전북지역 나무에서 한 가지가 잘려나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직접 실명을 거론하면서 “검찰과 경찰은 어린나무들에게 극악한 화학비료와 농약을 주고, 가지치기 해주고, 싹 틔울 자금을 제공했다고 녹취록에 기록된, 2억원에서 3억원까지 자금을 지원한 세 곳의 개발업체 등 몸통들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이들 기업의 회계장부에는 자금의 입출금이 너무 뻔하다”고 조언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한 개발행정 행위, 지역민들을 기만하는 개발행위를 유심히 지켜봐 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 당시 "선거에서 이기려면 후보가 돈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브로커들이 요구했다"며 브로커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전주시, 건설·토목 등 이권 개입 여지 많은 자리”...브로커 구속 첫 사례 ’주목‘
그는 특히 "전주시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과장 (인사권) 몇 자리를 왜 못 주느냐고 브로커가 말했다"며 "건설·토목 등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자리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예비후보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선거 브로커 등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관련 첩보 등을 모아 관련자들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간 경찰은 이 전 행정관이 제출한 녹취록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을 분석하는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해 온 점 등으로 비추어 이번 사건에 자신감을 얻는 분위기다.
한편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명을 조사하는 건 맞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법이 통과된 후 전북지역에서 경찰이 선거 브로커를 구속한 첫 사례란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