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선거로 옮겨 붙은 '브로커' 논란...경찰, 핵심 인물들 압수수색, '토호 브로커' 실체 파헤칠 수 있을까?

[뉴스 큐레이션] 2022년 4월 26일

2022-04-26     박주현 기자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역 선거판이 정치 브로커 파장으로 크게 술렁이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일  이중선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선거 브로커 실태 폭로와 함께 사퇴한 이후 전방위적으로 암약하고 있는 선거 브로커 실체 파악을 위해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언론들이 적극 나선 가운데 경찰 수사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지역 정치권에 초대형 쓰나미가 몰아닥친 형국이다. 

특히 전주시와 장수군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확대됐던 선거 브로커 진위 공방과 관련 녹취록 공개 논란은 전북도지사 선거전에도 옮겨 붙은 상황이어서 민주당 경선은 물론 본선거 후에도 선거 브로커 후폭풍과 여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북경찰, 핵심 브로커 지목 대상자들 압수수색...수사 칼 끝 어디까지? 

전북일보 4월 26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25일 오전 그동안 전주시장 선거 과정에서 폭로된 선거 브로커들 중 관련 녹취록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 3명에 대해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의 휴대전화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분석에 들어갔다.

앞서 선거 브로커 실태를 폭로한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를 수차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 경찰은 이 예비후보가 보유한 1시간 30분가량의 녹취록을 이미 확보한 가운데 브로커들이 예비후보들 또는 정치인, 경제인들과 거래 조건으로 제시한 인사권과 금품 제공 등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는 선거 브로커가 현직 단체장과 국회의원 등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과 구체적인 액수까지 담겨 있어서 수사의 향배에 따라서 지역 정치권은 물론 언론사, 자치단체, 경제계 등에 상당한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녹취록에는 특정 시민사회단체 임원으로 활동한 인사까지 지목되고 있어서 시민사회단체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전북신문 4월 26일 3면 기사(PDF 지면 캡처)

경찰은 이날 3명의 핵심 인물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분석을 마치는 대로 소환할 방침이다. 그러자 지역 언론들도 분주해졌다. 그동안 선거 브로커 실태 문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언론들도 일제히 압수수색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그런가하면 지역 정치권에 미칠 파장 등 분석 내용이 매우 흡사한 신문들도 눈에 띄었다.

전북선관위, 여론조작 의혹 조사 본격...정치권 파장 클 듯 

전북도민일보 4월 26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이와 때를 같이해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전북선관위)도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 변경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전북선관위는 후보자나 후보가 되려는 자의 이의 신청이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여론조사의 위법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선거 브로커들이 특정 시·군에 대한 여론조사에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사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과 전북선관위 관계자들은 말을 무척 아끼는 분위기다. 경찰과 선관위 관계자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맞다", ”휴대전화 요금 청구지 주소 변경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그간 사실 확인을 벌여왔다"고 밝히면서도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김관영 캠프 측 “정치 브로커들과 국회의원·단체장 연루된 ‘구태정치 커넥션’ 철저한 진상규명·수사” 촉구 

전북CBS 노컷뉴스 4월 25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경찰과 선관위의 이날 이 같은 수사와 조사 방침에선 지역 내 선거 브로커들의 실체가 워낙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돼 왔음이 읽힌다. 따라서 전북경찰과 전북선관위의 수사와 조사 범위가 어느 수준에까지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전주시장 등 전북지역 11개 시·군 민주당 단체장 경선이 시작된 이날 오프라인 상에선 브로커 연루설과 관련한 녹음파일 공개 여부 등을 놓고 예비후보들 간 신경전이 가열됐다. 기초자치단체장 예비후보들 외에도 전북도지사 예비후보 진영에서도 이 문제를 들고 나섰다. 

김관영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광철 전 국회의원은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경찰청이 오늘 오전 정치 브로커들이 단체장 후보자에게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관련자들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고 전제하면서 “정치 브로커들과 국회의원·단체장이 연루된 ‘구태 정치 커넥션’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민일보 4월 26일 2면 기사(PDF 지면 캡처)

이 위원장은 또 “지난 21일 언론보도를 통해 도내 신문사 임원 A씨가 현직 국회의원에게 돈을 건넸고, 단체장 후보에게 인사권을 요구했다는 등의 녹취록이 공개돼 전북 정치권을 뒤흔들었다”며 “그동안 전북 정치권을 골병들게 했던 정치 브로커들과 국회의원·단체장들의 ‘구태 정치 커넥션’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전북 민주당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며 “도당 차원의 진상규명이 어렵다면 중앙당에 보고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청해야 한다”고 압박한 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전북도지사 경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수사당국의 엄중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임정엽·우범기 "정책 연대, 상호 지지" vs 유창희·조지훈 “정치 쇼, 해당 행위” 공방 가열 

JTV 4월 25일 뉴스 화면 캡처

지난 주말과 휴일 SNS상에서 펼쳐졌던 전주시장 예비후보들 간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둘러싼 날선 공방은 이날 오프라인 공간에서 계속 이어졌다. 특히 이날 우범기 예비후보와 임정엽 출마 예정자의 ‘정책 연대’ 선언을 놓고 타 후보들의 비난이 계속됐다. 

우 예비후보와 임 출마 예정자는 이날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 대도약을 위해 정책 연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임 출마 예정자는 "전주 대도약을 우 예비후보만이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 예비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통과하면 불출마하겠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정책 연대를 넘어 사실상의 상호 지지 선언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자 이에 대해 유창희·조지훈 두 예비후보들은 즉각 맹공을 퍼부었다. 유 예비후보는 두 후보의 정책 연대에 대해 “전주시민들을 상대로 한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조 예비후보도 “민주당 예비후보로서는 할 수 없는 말로, 해당 행위를 예고하는 발언”이라며 “민주당에서 부적격 처리된 후보와 정책 연대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으로 민주당 후보로 나설 자격이 없음이 더욱 명확해졌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우범기 예비후보는 “개인의 영달보다는 전주발전을 우선한 정책 연대의 순수성을 훼손한 발언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며 “경선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마음대로 예단해서 해당 행위 운운하는 것은 상대 후보를 흠집 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구태의 전형”이라고 맞받았다. 

“언론사·해당 시민단체 사과하고 자체 진상규명해야” 

전주MBC 4월 21일 뉴스 화면 캡처

한편 이날 경찰의 강제 수사와 선관위 조사가 본격화되자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선거 브로커로 지목돼 온 해당 언론사와 단체는 이제라도 시민들 앞에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자체 진상조사와  규명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선거 브로커 실태가 담긴 해당 녹취록이 시중에 유포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브로커로 지목된 당사자는 물론 해당 언론사와 단체를 이미 알고 있는데도 정작 해당 언론사와 단체는 모른 체 하고 있다”면서 “특히 관련 시민단체는 해당 임원을 슬그머니 운영위원 명단에서 정리하는 수준으로 마무리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 외에도 많은 시민들은 "그동안 암약해 온 지역 내 '토호 브로커' 실체가 이번을 계기로 제대로 파헤쳐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경찰의 수사 향배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