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장 선거 점점 진흙탕 속으로...브로커 실태 폭로 후 자성 없고 비방 난무
[뉴스 큐레이션] 2022년 4월 25일
선거 브로커 실태 폭로 이후 전주시장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며 점입가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중선 예비후보가 선거 브로커 암약 실태를 폭로한 뒤 사퇴하면서 밝힌 ‘브로커 실태가 담긴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선거가 혼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녹취록 공개 합의 후 이견 팽배 왜?
지난 22일 전주MBC가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해당 녹취록을 둘러싼 공개 여부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우범기·유창희·조지훈 예비후보(가나다 순)는 초반부터 선거 브로커 실태가 담긴 녹취록에 대한 상호 토론에 이어 공개 여부에 대한 의견들로 이목을 끌었다.
이날 토론회가 끝나고도 녹취록 공개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속 이어졌다. 유창희 예비후보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범기·유창희·조지훈 예비후보는 지난 22일 전주MBC 토론회에서 선거 브로커 관련 녹취의 공개를 구두로 합의했다”면서 “전주MBC는 이중선 전 전주시장 예비후보의 선거 브로커 관련 내용을 최초로 보도했고 세 후보가 합의하면 녹취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날인 23일 저와 조지훈 예비후보는 선거 브로커 녹취 공개 합의문에 서명했지만 우범기 후보는 더 검토할 내용이 있다고 서명하지 않았다”면서 “우 후보는 지금이라도 당초 합의문에 서명하고 전주MBC의 녹취록을 공개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우범기 예비후보, 유창희·조지훈 예비후보와 다른 주장...내막은?
이날 유 예비후보가 제시한 합의서에는 “이중선 전 예비후보와 전주문화방송에게 불법 선거의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전체를 즉시 공개하여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한 민주정치 발전에 기여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그러나 우범기 예비후보는 이와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유창희·조지훈 예비후보가 서명한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 이상 브로커로 인해 흔들리지 않는 정치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파일이 다수일 경우 녹음 파일 전체 공개와 원본 파일 그대로 공개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역으로 제안했다.
그는 “오늘 날짜로 각 후보님들에게 녹취록 전체를 공개하는 것을 역제안하며, 각 후보님들께 서명해주실 것을 제안한다”고 밝히면서 "정치 신인으로서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건전한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저는 앞으로도 깨끗한 선거를 통해 선진화된 전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 예비후보의 역제안 중에는 “이중선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선거 브로커가 타 캠프에 존재한다는 발언과 관련해서 해당 선거 브로커의 실명 공개와 각 캠프의 존재 여부 사실을 정확히 밝히자”며 “동시에 녹음 파일 내용의 사실 여부 등에 대해 경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히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무엇이 두려운지...더 이상 녹취록 공개를 방해하지 말라”
이날 SNS에서 설전은 성명전으로도 이어졌다. 유 예비후보는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우범기 예비후보가 최근 선거 브로커 개입 의혹 관련 녹취록 공개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전주시장 예비후보 TV 토론회에서 이른바 ‘선거 브로커 개입’사건의 녹취록을 공개하기로 합의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 “동의 서명을 미루던 우범기 후보가 얼토당토않은 요구 조건을 달아 후보 간에 합의했던 녹취록 공개를 방해하고 나섰다”며 “당초 3명의 후보가 약속한 깨끗한 선거문화 정책을 위한 3개의 합의 안에 ‘선거 브로커의 실명 공개와 캠프 내 브로커 존재 여부를 밝히라’는 내용을 추가해 서명과 함께 보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예비후보는 “브로커의 실명 공개와 브로커의 존재 여부를 밝히라는 그의 주장은 실정법 위반으로 잡혀가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면서 “무엇이 두려운지 더 이상 녹취록 공개를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선거 브로커 암약 실태 폭로 이후 녹취록 파장이 전주와 장수지역에서 확대되는 양상이다. 장수군에서는 일부 녹음 파일이 SNS상에 유포되면서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해당 기자의 입장문이 <무진장뉴스i>에 지난 18일 공개돼 지역사회에 파문이 일었다.
[해당 기사]
”장수군수 후보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녹취록 주인공 A기자 입장문 밝혔으나 '찜찜'
장수군수 예비후보·시민단체들 ”브로커·불법 진상규명 적극 협조", 전주시와 대조
장수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장수군수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 공명선거 실천 협약식을 갖고 일부 언론의 보도로 제기된 선거 브로커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후보직 사퇴는 물론 당선된 뒤에도 군수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장수군수 예비후보들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돈 선거를 배격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 브로커 실태가 담긴 녹취록 파문의 진원지인 전주시는 해당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는 제안이 이제야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제기된데다 그마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선거 브로커 폭로 당사자 유창희 예비후보 지지?
더욱이 선거 브로커 실태를 폭로한 당사자인 이중선 전 예비후보는 선거 브로커의 실태를 폭로하고 사퇴한 이후 유창희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나서 더욱 복잡한 양태다. 18일 이 전 예비후보는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년 행정 관료출신 시정을 끝내기 위해 유창희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브로커 실태를 폭로하고 사퇴한지 불과 11일 만이다.
그러자 정치권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선거 브로커가 다른 후보 캠프에도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당사자가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한데 대해 더욱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선거 브로커가 개입된 후보 캠프는 과연 어디인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임정엽 “우범기와 정책 연대” 불출마 무게...새 변수
이런 와중에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후보 자격을 상실한 임정엽 전 완주군수가 우범기 예비후보와 정책 연대에 나서 또 다른 변수로 부상했다. 임 전 군수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권 세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민주당 정신으로 무장한 우범기 후보와 대도약의 큰 뜻을 이루고자 한다"고 밝혔다.
임 전 군수는 또한 "30여 년 가까이 침체한 전주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전주대도약의 기폭제는 우범기 예비후보의 시장 당선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정책 연대 이유를 밝혔다. 그가 탈당 후 무소속 출마와 불출마를 두고 장고에 들어간 상황에서 우 예비후보의 지지에 나선 것은 사실상 불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주시장 선거 진흙탕 싸움, 어쩌다 이렇게 됐나?”
이처럼 전주시장 선거가 정치 브로커 개입 폭로 이후 녹취록 공개를 둘러싼 갈등과 잡음, 지지와 연대 등으로 갈수록 혼란과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시민들은 불안과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민 이모 씨는 SNS에서 ”각 캠프의 토호 브로커 실체가 확인될 경우 모든 후보가 브로커와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어쩌다 이렇게 전주시장 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 씨는 ”해당 브로커들과 언론사는 사과와 반성은 커녕 버젓이 다른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검찰, 경찰은 무엇하는지 모르겠다“며 ”브로커들이 선거철마다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을 주문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