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선거 지속되는 한 민주주의 제 기능 발휘하기 어려워
[지방부활시대(52)] 지방부활시대의 지역언론
다행히 지역신문에는 화수분이 있다. 바로 선거이다. 민주국가는 선거에 기반하는데, 그 선거는 철저히 지역 단위로 시행된다. 각 지역마다 각기 다른 정치 뉴스와 선거 정보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정보와 선거 정보만이라도 우수한 품질의 뉴스로 가공한다면 지역신문은 충분히 독자와 광고주를 확보할 수 있다. 지역 정치와 지역의 선거가 전국언론에 보도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가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홍보 담당자들이 골라준 '잘한 일'만 받아서 베끼기에 바빠
예를 들면, 2017년 7월 16일 지역에 물 난리가 났음에도 아랑곳 않고, 국민 세금으로 버젓이 해외여행을 떠난 충북도의원들에 대한 비난 보도가 쏟아졌다. 지역언론의 보도를 전국언론이 확산 전파하면서, 해당 의원들은 졸지에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다. 해당 도의원의 귀국 장면이 현장 중계 되었고, 사과 기자회견장에는 청와대 기자실보다 많은 언론인이 모였다.
2019년에는 북미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북 예천군 의원들의 폭행 추태가 지역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전국언론이 받아쓰기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대다수 국민은 정작 자신들이 선출한 기초의원은 누구인지, 어떻게 일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예천군 의원처럼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언론이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역언론이 그 기능을 조금 더 잘할 수 있지만, 대부분 자치단체나 국회의원 홍보 담당자들이 골라준 “잘한 일”만 받아서 베끼기에 바쁘다.
본래의 의회민주주 원칙 작동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건강한 지역언론'
그러다 보니 선출된 정치 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지역 유권자나 지역 여론이 아니다. 지방소 멸의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정작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앞장설만한 정 치인들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부활시대가 되려면 지역정치인들이 지역유권자의 눈치를 살 피고 무서워하는 본래의 의회민주주의 원칙이 작동되어야 한다. 그 렇게 되려면 필수적인 것이 건강한 지역언론이다.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방송이나 전국일간지와 같은 중앙언론은 지역에 관심이 없고, 지역에서 정치인과 유권자를 연결하는 민주적 가교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었지만 전 세계 민주국가의 언론은 여전히 지역언론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선거철만 되면 중앙언론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난다.
깜깜이 선거 지속되는 한 민주주의 제 기능 발휘하기 어려워
전국에 걸쳐 후보자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앙언론은 지역별 각기 다른 현안이나 후보자들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다. 전체 를 다루지 못하고 일부 지역만 다룰 수밖에 없다. 2018년 6·13 지방 선거의 경우, 무려 8,000여명의 후보자들이 경쟁했지만, 중앙언론이 주목한 후보는 서울시장, 경기지사, 경남지사 정도였다. 그나마도 자치 현안과는 무관한 여배우 스캔들, 드루킹 여론조작 등에 연결시켜 보도했다. 2020년 국회의원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언론은 극히 일부 지역의 유명 후보들에게만 보도내용을 집중했고, 지역별 유권자의 동향은 거의 다루지 못했고, 개별지역이나 후보자에 초점을 맞추지도 못했다. 정치권이 짜놓은 여당과 야당의 대결구도 프레임대로 보도하기 바빴다. 지역방송과 지방일간지와 주간신문들은 나름 지역 의제 설정과 지역후보자 검증에 노력했지만 평소 독자층이 옅어 지역에서 큰 주목을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지방선거 기간만큼은 지역주민들이 지역 현안과 지역 정치인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지역사회 공론장, 감시망 구축으로 지방부활시대 맞이해야
그러나 지역언론 이용이 습관화되지 않은 탓에 중앙방송이나 종편채널이나 전국일간지에 선거 정보를 의존한다. 그런데 거기에 내 지역의 정치인들이 나와서 내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역에서 선거는 하지만 지역과는 무관 하게 중앙의 관점에서 투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깜깜이 민주주의, 깜깜이 선거가 지속되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언론의 역할이 점점 더 축소되는 시대라 해도 지역언론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널려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지역언론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기능과 경쟁력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 지역 고위공직자들이 오늘 혹은 이번 주 업무시간에 무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누굴 만나는지 등만이라도 독자들에게 알려주어도 그들의 태도와 행동이 달라질 것이다.
지방부활시대에는 지역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해질 것이다. 부실한 지역언론을 제거하고 건강한 지역언론으로 지역사회의 공론장과 감시망을 구축해 지방부활시대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