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 지역 방문에 지역 언론은 빠져라?...험난한 언론환경 예고

[뉴스 큐레이션] 2022년 4월 21일

2022-04-21     박주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측이 지역 순회 일정에서 지역 언론을 잇따라 배제해 언론 통제와 지역 언론 차별이 지나치다는 따가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이러한 현상이 일고 있어 지역 무시는 물론 지역주민들의 알권리 침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지역 기자협회 일동 “당선자 지역 방문 때마다 지역 언론 '패싱'...지역 무시, 일권리 침해” 비난 

JTV 4월 20일 뉴스 화면 캡처

한국기자협회 소속 10개 시·도 협회는 20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듣겠다는 윤석열 당선자가 정작 지역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달 중순 대구·경북에 이어 20일 전북·광주·전남을 방문하는 자리에서도 지역 언론의 취재를 극구 거부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그러면서 "지역 기자들이 윤 당선자의 경호와 보안에 큰 방해가 된다는 것인데, 지역 기자들은 당선자의 적이 아니며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발전적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역 기자협회 일동은 “윤 당선자의 의지를 지역민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당선자 측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역 현안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성공적인 대통령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의무도 지역 기자들의 몫임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윤 당선자가 최근 보여주는 태도는 진정 지역 민심을 청취하러 온 것인지, 대통령 취임 초 각종 정치적 사안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 새 정부의 탈출구를 ‘보여주기식 관광성 유람’ 형식의 지역 탐방으로 무마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 기자협회 일동은 이어서 “이번 사태에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다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권리, 지역민의 알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기자협회 소속 시·도협회는 부산기자협회, 대구·경북기자협회, 인천·경기기자협회, 광주·전남기자협회, 대전·충남기자협회, 강원도기자협회, 충청북도기자협회, 전라북도기자협회, 경남·울산기자협회, 제주도기자협회로 구성됐다. 

“전북 금융 중심지 지정, 명확한 답변하지 않아...형식적 방문” 비난 

KBS전주총국 4월 20일 뉴스 화면 캡처

이날 윤 당선자의 전북지역 방문은 핵심 공약인 새만금 개발과 금융 중심지 지정을 고려한 일정으로 보이지만 생색내기 방문이란 지적이 높다. 특히 형식적 방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윤 당선자가 전라북도의 금융 중심지 연내 지정 요청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임기 내 개발을 마치겠다던 새만금은 공군기에 탄 채 상공에서만 확인했을 뿐, 국민연금공단에서도 40~50분가량 머물다 전북을 떠났다. 더구나 이날 당선자가 전북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국민연금공단은 현재 이사장이 공석인 상황이다. 최근 이사장의 사퇴 처리로 '새 정권 출범 이전에 공공기관 중 가장 빠르게 자리를 비운 곳'이란 언론 보도가 이어졌었다. 

“지역 언론과 소통하겠다는 의지 부족” 

전주MBC 4월 20일 뉴스 화면 캡처

이 같은 지역 기자협회 일동의 성명이 나오기까지는 그동안 당선자가 대선 후보시절 지역을 방문할 때부터 서울에서 사전에 꾸려온 기자단에게만 취재를 허가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일 윤 당선자가 후보시절 충남 천안과 아산시에 민생투어를 실시했을 때도 경호원들이 지역 언론인들의 취재를 막아 이를 비판하는 보도들이 나왔다. 

이어 윤 당선자는 지난 11일과 12일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했을 때도 역시 대구지역 풀기자단 취재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역을 방문하면서도 현지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고 서울(중앙) 기자단이 대신해 질문하게 되는 우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해 윤 당선자 측은 '기존 출입 기자단과 협의한 내용'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선자 측에서 지역 언론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입기자 신청을 사실상 거부당한 언론들이 성명과 비판을 잇따라 내놓아 새 정부의 비판적인 언론 통제가 극심할 것임을 예고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한국기자협회 뉴스타파지회가 지난 11일 발표한 성명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한국기자협회 뉴스타파지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지난달 22일 인수위에 출입기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3주 넘게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사실상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통합 정부의 출범을 준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얄팍한 작태”라고 비판한 뒤 “<뉴스타파>뿐만 아니라 <뉴스버스>와 <미디어오늘>, <서울의소리> 등도 사실상 출입을 불허 당했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이어서  “<뉴스타파>와 이 매체들의 공통점은 모두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비판 보도에 충실했던 언론이라는 사실"이라며 "보복성이 짙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출입 통제, 언론인들 자기검열 유도, 지역 언론 차별...언론환경 험난 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전북을 방문,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노컷뉴스)

<뉴스타파>는 지난 2020년 윤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해왔고, 앞서 2019년 윤 당선자의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엔 과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주면서 뇌물수수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한 의혹을 보도했다.

이처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미디어오늘·뉴스타파·뉴스버스 등 일부 언론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불편한 심기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해 파장이 컸다. 

지난 6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한 이 대표는 “당선자가 예전에 열차 탔을 때도 인터뷰하면서 언론의 너무 악의적 보도 행태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며 “김 소장(진행자)이 말한 언론 같은 경우 실제 선거 기간 중에 당선자에 대한 혹독한 기사들이 나왔던 곳이기 때문에 불편한 심기가 들어간 건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처럼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권력 감시가 본질인 언론의 출입을 통제하고 언론인들의 자기검열을 유도하며, 지역 언론을 차별하는 행태가 드러나면서 험난한 언론 환경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고도 지난 7일 윤 당선자는 제66회 신문의 날 행사에 참석해 “언론 가까이에서 쓴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