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반발이야말로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것”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법무법인 '가로수' 김필성 변호사

2022-04-20     이영광 기자

최근 이른바 ‘검수완박’ 즉 수사·기소 분리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며 이슈로 떠올랐다. 사실 수사·기소 분리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서 처음 나온 건 아니다. 하지만 한동안 이야기가 나오지 않다가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하니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참여연대나 민변도 시기 정하고 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동안 수사·기소 분리 주장을 해온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는 현재 상황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4일 전화 연결해 수사·기소 분리 문제의 쟁점에 대해 짚어봤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대통령 퇴임 전에 수사·기소 분리라는 기본 틀이라도 입법 마치겠다는 생각"

김필성 변호사

-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대하는 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경찰이 수사 담당하고, 검찰이 수사 결과 검토, 공소제기, 공소 유지 담당하는 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수사권 조정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했고, 필요한 행정조치나 실무적인 문제점들도 하나하나 개선되어야 했는데, 제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성급하게 일을 추진한다기보다는, 진작 했어야 하는 것을 뒤늦게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 왜 안 하고 있다가 지금 하려는 걸까요?

“ 애초에 이 정부의 공약 사항이라서 수사권 조정은 정권 초기부터 이야기가 많이 나온 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 조정에 대한 최초 입법이 늦게 이루어졌고, 입법 후에도 후속 조치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공수처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고, 수사 일선에서도 혼선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권력 기관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높아지니,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이전에 수사·기소 분리라는 기본 틀이라도 입법을 마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수사 주도하기 위해선 인력 충원하고 구조도 개선해야 하는데...의문" 

- 제 생각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했으니까, 그것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나 문제점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걸 평가한 다음 수사권 기소권 분리로 가야 하는 데 그런 게 아니라 검수완박만 외치니 반대나 우려가 큰 것 아닌가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수사·기소 분리를 진행하면서 문제점들을 제대로 보완하고 고치지 못했던 것은 맞습니다만, 미진한 부분을 평가한 다음에 그 평가에 따라 수사·기소 분리할지 말지를 결정할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는 수사·기소 분리를 애초에 계획했던 대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 민변, 참여연대는 검찰의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해 공감하지만 급하게 할 건 아니라는 것 같아요.

“제가 민변이나 참여연대와는 관련이 없어서 그들의 정확한 입장은 잘 모릅니다만, 아마도 수사 일선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혼선이 여전히 정리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수사·기소 분리의 틀은 문재인 정권의 공약사항이었기 때문에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적어도 필요한 입법은 마쳐야 합니다.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에 부정적이어서, 정권이 바뀌고 나면 지금까지 진행했던 개혁들이 모두 수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수사를 어디에서 할지 결정 안 하고 일단 검찰의 수사권부터 폐지하자는 게 민주당 의견인 것 같은데요? 

“수사를 어디에서 하는지 별도로 결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문제 되는 것이 이른바 6대 범죄인데, 수사권 조정 이전에 6대 범죄를 어디서 수사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그 당시에는 수사를 검사가 주도했기 때문에, 6대 범죄도 당연히 검사가 주도하여 수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는 것으로 정해지면, 6대 범죄도 경찰이 수사하면 됩니다.”

- 그럼 경찰이 너무 비대해지지 않아요?

“경찰이 비대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 개혁도 중요한 과제였고, 이 문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습니다. 지금 지방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을 분리하고, 국가경찰위원회와 지방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여 경찰청 등을 경찰위원회 아래 두고 경찰청장이 경찰위원회의 통제를 받도록 하는 경찰 개혁 구조가 이미 만들어졌죠. 이렇게 한 이유가 경찰이 비대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이 부분 역시 실무상으로 아직 정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만, 기본적인 틀은 이미 입법되어 있습니다.”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업무가 많아져서 일 처리가 느리다는 지적도 있던데. 

“정확히 말하면 일이 많아져서 일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기소 분리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실무상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했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지휘했습니다. 지금 일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후속 입법이나 행정규칙, 수사방식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해서 혼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인력들을 충원하고 경찰의 구조도 개선되어야 하는데 그런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이 변호사 등 법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서 법률적인 검토도 직접 해야 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런 문제들 때문에 경찰의 업무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겁니다.” 

"검찰, 단체행동 할 수 있는 것도 공무원 단체행동에 대한 수사와 기소 독점했기 때문" 

- 영화 <1987>을 보면 박종철 열사 사망했을 때 경찰이 은폐하잖아요. 그러니 경찰 믿을 수 있는지 문제가 있잖아요.

“수사기소 분리는 누구를 믿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렇게 따지면 검사는 믿을 수 있냐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원리에 근거한, 견제와 균형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른 겁니다. 원래 민주주의는 어떤 권력 기관도 믿지 않습니다.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권력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에 권력을 집중하면 문제가 해결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으로 국가 기관을 크게 나누고, 법을 만들고 법을 적용하고 법을 실행하는 권력을 나누어 주는 이유는 국가 기관들끼리 서로 견제하게 하여 어느 한 기관이 전횡하지 못하게 막기 위함입니다. 수사·기소 분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강력한 권력이 지금까지 검찰이라는 기관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여러 기관으로 나누고 기관들끼리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것이 권력 기관개혁의 목적이고, 수사·기소 분리는 이런 견제와 균형을 위한 수단입니다. 그러니 지금 진행되는 검찰 개혁은 경찰이나 검찰을 믿을 수 있냐의 문제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 김오수 검찰 총장을 비롯한 검찰은 수사 기소 분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검찰은 자기 권한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서 반발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김오수 총장이나 검찰이 그런 식으로 공개 반발하거나 단체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이번에 윤석열 당선자가 여성가족부를 없앴다는 공약을 했지만, 여성가족부 공무원들이 그런 집단행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공무원은 상급자의 지시에 복종할 의무가 있고, 단체행동을 하면 안 되는 법률상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무를 위반하면 국가공무원법 제84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그런 단체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검찰은 그런 단체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검찰이 이렇게 단체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공무원의 단체행동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검찰이 독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검찰의 이번 단체행동이야말로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지금 계곡 살인 사건이 이슈잖아요. 계곡 살인사건은 검찰의 수사권이 없었다면 밝혀지지 않았을 거란 주장도 있던데.

“그 사건의 경우 경찰이 그전에 죽은 사람들과 관련해 제대로 문제점을 알아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와서 그런 것 같은데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그 사건을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 사건은 보험사에서 보험사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었잖아요.

보험사가 범죄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말은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있었어야 범죄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는 말인데, 경찰이든 검찰이든 모든 변사사건에 대해서 보험과의 연관성을 다 확인할 수는 없죠. 게다가 죽은 사람 중 한 명은 외국에서 죽었다는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당시 상황을 직접 수사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 사건은 누가 수사했든 달라지기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 사이 견제 같은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 

- 민주당에서는 한국형 FBI가 필요하다는 거 같던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미 설치된 국가수사청 말고 중수본을 별도로 만들겠다는 건데요. 그것이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국가의 수사기구 이외에 종전까지 특수수사라고 부르던 수사들을 별도 기관을 만들어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을지는 정치적 판단이라고 봅니다. 저는 반드시 그런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경찰의 수사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그런 기관의 설치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국민의힘 주장은 수사 기소 분리하려는 게 정권교체 후 검찰이 전 정부 비리 파헤칠까 봐 막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건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수사기소 분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냈던 공약이에요. 당시 공약집을 보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과 경찰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검·경 수사권 조정 /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공소 유지를 위한 이차적·보충적 수사권 보유.’라고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지금 와서 현 정부 비리 파헤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급히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습니다.“

-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비판하는 쪽의 주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 특수부 늘려서 검찰개혁과 반대로 했다는 건데.

“저도 당시 늘리는 게 적절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에는 수사기소 분리가 입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특수수사 역시 검찰이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수수사 인력이 필요했다면 검찰에 특수수사 인력 보충하는 방법밖에 없었을 겁니다.”

- 수사권 기소권을 주장하는 분들 의견은 수사한 검사가 기소도 하는 건 문제 있단 거잖아요. 그럼 수사한 검사와 기소한 검사를 다르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는 이미 진작부터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수사 검사가 직접 기소 담당하는 경우를 직관이라고 하는데, 직관이 특이한 케이스였어요.

그렇지만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와 같은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같은 검찰청 내에서 강력한 상명하복 구조에 종속된 같은 검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 사이의 견제 같은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검찰개혁 무위로 돌리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진짜 극심한 혼란 발생할 수도" 

법무법인 '가로수'의 김필성 변호사

- 언론사를 예를 들면 언론사 내에 취재 기자와 편집 기자가 있죠. 취재 기자가 기사 쓴다고 기사 나가지 않아요. 편집 기자가 편집하죠. 검찰도 이렇게 하면 견제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검찰과 언론사는 구조가 다릅니다. 검찰은 구조상 그게 안 되는 조직입니다. 게다가 기소 검사들은 대체로 연차가 낮은 하급 검사들입니다. 그런 검사들이 수사 검사에게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수사를 요구하고 기소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등의 역할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

- 검찰개혁 하려면 인사개혁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던데.

“인사 개혁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원리에 따른 구조 개혁이 근본적인 개혁입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칙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구조가 삼권 분립인데, ‘삼권분립보다 인사개혁이 먼저다’라고 말하면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겠어요? 검찰개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사실 많이 걱정됩니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입법이 지금 이루어진다고 해도 후속 조치 등이 제대로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 일선에서는 혼란이 클 겁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권에서 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못했죠. 이제 정권이 바뀌는 상황이죠. 이후 윤석열 정권이 발생되는 문제점들 잘 해결해서 시스템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이 검찰개혁을 무위로 돌리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진짜 극심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