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퇴 후 김동연 선거 캠프 전격 합류…새 정부 공공기관장 물갈이 1호?
[진단] 국민연금공단 어디로 가나?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사퇴와 함께 별도의 퇴임식도 없이 직원들과 인사만 나눈 뒤 떠났다. 특히 사퇴 후 곧바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캠프의 비서실장직을 맡아 합류함으로써 공단 안팎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김 이사장이 1년 4개월의 임기를 남겨둔 채 중도에 사퇴한 바람에 내부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이뤄진 공공기관장 물갈이 1호라는 지적과 함께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교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급하게 사퇴 후 김동연 경기지사 예비후보 캠프 합류...인수위와 교감 있었나?
1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이날 공단 본부에 출근해 별도의 퇴임식 없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으로 임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 임기는 2023년 8월 30일까지로 아직 1년 4개월 남은 상태에서 지난 주 갑자기 사퇴 의사를 밝혀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김 이사장의 사퇴를 놓고 일각에선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했던 본인의 과거 정치 행보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기 이사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2명으로 압축돼 벌써부터 거론될 정도다. 이날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별도의 사퇴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국민연금공단의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 국민들에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만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이날 퇴임하자마자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선거 캠프의 비서실장에 전격 합류한데 대해 '지나치게 정치적인 행보'란 비판도 나온다.
김 후보는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연을 이유로 김 이사장에게 캠프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이사장은 김 예비후보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을 때 2차관으로 호흡을 맞췄다. 김 이사장은 김 예비후보와의 소통을 통해 경기도 관련 정책과 공약들을 추스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치게 정치적...무책임하다” 비판, 공단 이사장 공석 불가피
김 예비후보 선거 캠프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이 김동연 후보와의 인연 때문에 사퇴하고 캠프에 온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정치에 뜻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경기 이천지역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20년 8월 31일 취임해 3년 임기 중 절반가량만 채운 상황에서 이 같은 선거 캠프 합류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욱이 새 이사장이 임명되기까지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절차 등을 거쳐 앞으로도 4~5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 추천과 복지부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임명하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 수장의 장기 공석이 다시 불가피하게 됐다. 김 이사장이 2020년 취임할 당시에도 김성주 전 이사장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임하면서 8개월 동안 이사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불안과 우려가 이어졌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위원·김용하 교수, 새 이사장 압축 거론
가뜩이나 정권이 바뀌면 전문성과는 동떨어진 인물들이 수장 자리에 임명돼 보은 또는 낙하산 인사의 오명을 받아온 터라 이번 중도 사퇴 배경에도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편 차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한 청사진을 그린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인물로는 연금 전문가로서 윤석열 당선자의 복지 정책에 관여했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가 거론되고 있다.
아직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번 국민연금공단 김 이사장의 사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다른 공공기관장들의 사퇴가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더 이상 낙하산·보은성 정치 인사 탈피...최고 전문가 발굴·임명해야
윤 당선자는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임기 내에 연금 개혁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런 만큼 연금 개혁이 조기에 가동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에 본사가 위치했던 국민연금공단이 2017년에 전주시로 본사를 옮긴 이후 주변의 금융시설 집적화와 금융 중심도시 형성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는 지난해 900조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에는 1,000조 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33년이라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2,200만 명, 연금수급자 530만 명, 기금 적립액 833조 원의 세계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업무·조직 등의 효율적인 관리를 기하기 위해서는 이사장 또는 감사 등의 고위직 자리에 더 이상 정치적 낙하산 인사나 보은 인사를 지양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발굴·임명해야 할 것이란 따가운 비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