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세월호 진상규명 약속 지켜주길 바랐는데...임기 끝나는 날 어떤 일이라도 해주었으면"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

2022-04-18     이영광 기자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8주기를 맞이했다. 8년이 지나는 사이 박근혜 정권 탄핵과 문재인 정권 5년이 지나갔다. 아직도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월호 진실이 모두 밝혀졌지만 유가족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어느 게 맞을까?

8주기를 맞이하는 심정과 함께 유가족은 진상규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기 위해 지난 10일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전 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세월호의 주기 중요하지 않아...하루빨리 진상규명 이뤄 지길" 

                   세월호 희생자 고 임경빈 군의 어머니 전인숙 씨(사진=전인숙 제공)

- 세월호 8주기를 맞이하는 심경이 어떠하신지요? 

“세월호의 주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루빨리 세월호 진상규명이 되어서 주기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현재는 의미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그럼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있는 건가요?

“아직도 4월에 벚꽃이 피면 아이들과 했었던 좋았던 일들이 생각이 나고요, 4월이 되면 또다시 아이들이 돌아와 줄 것 같은 느낌들이 있어요. 그래서 더 아픈 4월인 것 같아요. 아직도 우리가 참사가 났던 상황들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4월 16일을 사는 것 같아요.”

- 8년을 뒤돌아보면 어떠세요?

“너무 힘들고 힘든 만큼 아이들한테 더 미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쉽지 않은 시간을 8년째 보내고 있는데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아직도 아이들한테 왜 세월호를 침몰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구조하지 않은 문제들을 아직 풀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안함만 더 커지는 것 같아요.”

- 뭐가 가장 힘든가요?

“우리가 지금 하는 진상규명 과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나왔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침몰한 이유가 명확하게 나와야지만 우리가 그걸 믿을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현재 조사하는 기구에서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는 그 당시 침몰했다’라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가족으로서 들리는 이야기들 믿고 목소리 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국가에서 책임지고 해줬어야 되는데 그걸 안 해준 것 안타까워” 

kbc광주방송 4월 14일 뉴스 화면 캡처

- 왜 그게 아직 안 나올까요?

“이런 질문을 한 번쯤 국가를 상대로 던져보는 게 참 좋을 것 같아요. 왜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가족들도 굉장히 궁금해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 궁금증 풀기 위해서 이유를 알려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거에 대한 답변을 확실하게 주지 않은 상황이어서 저희도 조금 답답한 것 같아요.”

- 그럼 특조위 활동은 의미가 없었을까요?

“의미 없다고 보시면 안 될 것 같고요. 조사권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해주신 것 같아요. 근데 더 진전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저희도 안타깝죠. 지금 일하고 계신 분들도 굉장히 안타까우실 것 같아요. 적어도 특조위에 조금 힘을 실어주시고 진상규명에 대해서 한발 앞서게 조금 도와줄 수 있었던 역할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해줬어야 되는데 그걸 안 해준 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있죠.”

- 8년이 지났는데 현재 얼마나 밝혀졌나요?

“우리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떼 구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왔잖아요. 근데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생기면서 조금 우리가 절실하게 느꼈던 건 정말 살아나올 수 있는 사람들마저도 살릴 의지가 없었다는 걸 알았던 것 같아요.” 

"분명히 20~30분이면 헬기 태워 나올 수 있는 여건임에도 5시간 배에 방치" 

- 왜 그럴까요?

“그때 당시 세월호가 그냥 사고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2014년을 보냈어요. 그러고 나서 영상을 통해서 보여진 상황이 있죠. 그때 분명히 5시가 넘어서 경빈이가 발견되고 당시 구조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분명히 20~30분이면 헬기를 태워서 나올 수 있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약 5시간에 걸쳐 아이를 배에 방치하게 되는 거잖아요. 배에서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사망 판정까지 내리고 육지로 나와요.

분명히 위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건져 올렸는데 어떻게 배에서 잡고 있었을까요? 심지어는 서류상으로 저체온증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그런 내용이 쓰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그 추운 데에서 이불 하나 달랑 덮어놓고 데리고 있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절대적으로 살아서 나가면 안 된다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 서울교통공사가 정치적 중립 이유로 세월호 8주기 광고를 불허했는데.

“어디까지가 중립적인지를 잘 모르겠지만 중립이 아니라고 하면 불허 해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인 거잖아요. 근데 세월호 같은 경우 중립적으로 놓고 볼 건 아닌 것 같아요. 저희가 정치권으로 진출을 해서 세월호 문제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침몰 이유 밝혀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월호에 대해서 왜 중립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어요. 만약에 중립적인 이유로 세월호에 대한 광고를 불허를 했다면 왜 그렇게 해야지만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 다음 달이면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료됩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거는 기대가 컸을 것 같은데.

“저는 그렇게 큰 기대 없었어요. 물론 처음에 당선됐을 때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겠지라는 생각했었는데요. 크진 않았어요. 적어도 본인이 약속하신 게 있기 때문에 약속은 지켜주길 바랐었어요.” 

"청와대, 내려가 있으라는 말만 계속...임기 끝나기 전 어떤 일이라도 해주었으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사진=전인숙 제공)

- 약속을 안 지킨 걸까요, 못 지킨 걸까요?

“답을 해줄 수 있는 내용이면 물어서라도 그 답을 들어보고 싶은 게 저희 심정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하고 있었던 기대마저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것 같고요. 우리가 어떻게 보면 5년이라는 시간을 희망 고문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임기 끝나는 날 희망 고문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어떠한 일이라도 해주시면 좋겠다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 가장 아쉬운 건 뭐예요?

“적어도 세월호 진상규명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던 거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우리가 사참위에도 힘을 실어달라고 무수히 이야기를 했지만 사참위에서 현재 조사 중이고 지켜보라는 것 이상 이야기를 해준 게 없잖아요.”

- 어머님께서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도 하셨는데 그때 어땠나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하고 노숙 농성 하는 이유가 세월호 진상규명하고 있는 사참위나 검찰이나 힘을 실어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밝혀줘라. 힘 주겠다’는 역할해 주셨으면 해서 올라갔었어요. 아마도 우리가 처음에 노숙을 시작했던 때는 비가 굉장히 많이 온 날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우산이 날아가면 다시 주어다가 덮어놓고 바닥에 있었던 이불이며 옷이 다 젖는데도 대답도 없고 또 눈이 오는데도 내려와 보지도 않아요. 시민사회수석님들 시켜서 ‘집에 내려가 있으면 우리 대통령님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진상 규명을 해줄 것이다. 그러니까 내려가 있으라.’는 말만 계속 전달이 오는 거예요. 근데 끝까지 아무 표현을 안 해주셨잖아요.”

- 너무 무책임했다고 보세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주 무책임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힘을 실어서 강력하게 나가야 될 부분에 대해서 그 강력함이 많이 안 보였던 것 같아요. 그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사면, 도저히 납득 안 돼” 

- 세월호 참사에 책임 있는 박근혜 씨가 사면된 건 어떻게 보세요? 

“아마 모든 분이 다 똑같은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어디가 아프다고 이야기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신데요. 가족들도 그만큼 아파요. 오히려 더 아프신 분들도 계세요. 심지어 돌아가신 분들도 계세요.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사면했지만 지금 제대로 이유를 못 찾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까지 했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국민 기만했다는 이야기을 계속했었는데 그러면 기만당했던 국민들은 누구한테 이런 사안에 대해 답변 들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왜 그랬는지 그리고 사면해야만 하는 이유를 듣고 나와야 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해요.”

- 앞으로의 과제가 있을까요?

“저희가 2014년 4월 16일부터 목소리를 높여서 외치고 있는 것이 세월호 진상 규명이잖아요. 아직까지도 확실한 답변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기 때문에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답변 필요할 것 같고요. 그리고 반드시 진상 규명이 돼야지만 우리 아이들에 대한 명예 회복와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것 같고요. 안전한 사회까지도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월호는 물음표...믿었던 분들에게 제대로 답 듣지 못해 힘 더 많이 빠져" 

                사진=전북도교육청 제공

- 어머님에게 세월호는 무엇인가요?

“저도 세월호가 무엇인지 생각해 봤는데요. 저는 물음표인 것 같아요. 뗄 수도 없고 붙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고 해야만 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저 같은 경우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 사안들을 계속 안고 나가야 될 것 같고 풀릴 때까지는 지속해서 일을 해야 될 것 같아서 저는 물음표인 것 같아요.”

- 아직도 세월호냐고 주장하는 사람에겐 뭐라고 하시겠어요?

“저는 현재 세월호에 대한 문제점들을 부모들이 계속해서 밝혀내고 있는 상황이죠, 아직도 세월호냐고 이야기하신다고 하시면 그분들에게 ‘우리는 자식이기에 엄마이기에 아빠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이야기 해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진상규명 될 때까지는 아직도 세월호라는 말을 안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 해드리고 싶어요.”

- 8년 지나며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힘은 뭐였나요?

“저는 많은 분이 함께 진상 규명을 원하셔서 많은 분이 함께 행동 해주시고 많은 분이 기억을 해 주셔서 지금 목소리를 함께 내주고 있으신 게 오히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쭉 가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어찌 보면 8년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는 시간이에요. 아직 모든 궁금한 것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가 정말 안 해본 행동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가족들뿐만이 아니라 국민들 모두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이기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가 믿었던 분들에게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던 상황이기에 아마도 다른 때보다 힘이 더 많이 빠졌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같이 목소리 내고 함께 연대하면서 이렇게 힘을 내는 상황인데요. 그렇게 해서 우리가 힘을 얻는 것처럼 함께해 주시는 분들도 힘을 내주시고 끝까지 진상 규명할 때까지 건강 살펴 가면서 꼭 끝까지 그 답을 들으면 좋겠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