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정책·공약, 정치적 특성보다 흥미 위주 곁가지만 보도...경마 저널리즘 '함정'

[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10)

2022-04-17     박주현 기자

언론사들이 후보자들의 당락에만 관심을 갖는 경마 저널리즘(horse-race journalism)은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 등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흥미만을 자극하는 선거보도는 흔히 공약과 정책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나 비판 대신 득표 상황과 전략, 판세 분석, 결과 예측 등만을 강조하곤 한다. 

이 같은 보도 경향은 마치 경마를 중계하는 방송과 같아 선거의 본질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못한다. <특별 기획, 선거보도의 편향, 무엇이 문제?> 열 번째 편으로 '경마 저널리즘'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지난 기획 기사들] 

⑨ 선거 과정 공정성 ·중립성 해칠 수 있는 지나친 '해석적 저널리즘'

⑧ '딱 걸렸어'...가차 저널리즘, 독자·시청자 세뇌, 개인에 심각한 영향

⑦ 언론사와 이념 성향·지향점 다르면 벼랑 끝으로...'공격 저널리즘'

⑥ 예측할 수 없는 선거 결과, 비정상적 사회구조 낳게 하는 '선전 저널리즘' 

⑤ 독점·담합 ·왜곡...사라지지 않는 '패거리 저널리즘'

④ '망국병' 부추기는 '지역주의 저널리즘' 

③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파성 저널리즘', 선거철 더욱 '기승' 

② '정치 냉소주의' 부추기는 '틀 짓기 저널리즘' 경계해야

① 미디어 선거보도의 잘못된 관행과 편파적 보도 원인  


경마 저널리즘의 개념은? 

오늘날 미디어 선거보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경마 저널리즘(horse-race journalism : 경마식 보도 행태)을 빼놓을 수 없다. 경마식 보도란 이슈 정책이나 후보의 정치적 특성과 배경(정치 철학, 공직 경험 등)의 본질적인 내용보다는 투표율 예측이나 어느 후보가 얼마나 앞서고 있는가에 관한 여론조사 보도를 말한다. 

이러한 보도의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나 선거구의 분위기 기사, 선거 캠페인 전략, 후보의 공중 접촉, 군중 수와 반응, 선거자금, 정치 광고, 캠페인 활동(캠페인 스케줄 보도, 정치 집회 기사), 정치적 지지(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토론 없이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 기사)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화하는 보도 방식을 말한다. 

자료사진

"진실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보도 아닌 흥미 위주의 취재·보도" 

다시 말하면, 경마식 보도는 선거보도 형태의 하나로 후보자의 공약이나 정책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득표 상황만을 집중 보도하는 것을 뜻한다. 즉, 진실에 바탕을 둔 공정한 보도보다는 단순히 흥미 위주로 마치 경마를 취재하는 기사처럼 오로지 누가 앞서고 누가 뒤지는가에만 집착하여 보도하는 것이다.

후보자의 성실성, 능력, 도덕성 등 자질이나 정책 이슈 같은 유권자의 선택에 필요한 본질적 내용보다는 후보의 득표 전략이나 득표율 예측, 현재의 우열에 대한 여론조사, 유세장의 군중 수, 정파 간 갈등과 공방전, 후보자 간 합종연횡 등 흥미적 요소를 집중적으로 보도하여 마치 객석에서 경마를 구경하는 듯한 상황에 빠져들게 한다.

선거 기간 중 미디어의 경마식 보도에는 ‘제치다’, ‘누르다’, ‘격차를 벌리다’, ‘재탈환’, ‘돌파’, ‘급락’, ‘추락’ 등의 흥미 위주의 선정적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한마디로 미디어의 선거보도가 본질적인 정책이나 이슈보다는 피상적이고 흥미 위주의 정보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보도가 매우 인색한 점도 큰 문제지만 보도되는 정책이나 이슈의 내용들이 대부분 수박 겉핥기식이고 정책이나 이슈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USA투데이> 1면, 무려 89% 경마식 보도 

페이스북 캡처(자료사진)

198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기간인 1월부터 6월까지 <USA투데이>의 1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무려 89%가 경마식 보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패터슨(Patterson)은 '매스미디어 선거(The Mass Media Election)'에서 1976년 처음으로 경마식 보도와 게임식 보도 경향을 밝혀냈다. 그 이후로 이에 관한 연구들이 수없이 수행되어 왔는데, 그중 에리카 킹(Erica King)은 1988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기간인 1월부터 6월까지 <USA투데이>의 1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무려 89%가 경마식 보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후 패터슨은 1993년에 발간한 그의 저서 '아웃 오브 오더(Out of Order)'에서 1992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방송사 네트워크 뉴스 보도의 35%가 직접적으로 경마식 보도와 관련되었으며, 기사의 33퍼센트는 여론조사와 전략, 게임 등에 관련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 패터슨은 1960년부터 1992년까지 <뉴욕타임스> 1면에 실린 대통령 선거보도를 분석한 결과, 1992년에는 경마식 보도가 1960년에 비해 약 두 배로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그는 가장 권위 있는 신문조차도 게임식 보도가 점진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해 준 것이다. 

한편 커벨(Kerbe)의 1992년 미국의 ABC, CNN 방송 보도 분석에 의하면 경마식 보도는 여전히 지배적이었는데, CNN의 50%, ABC의 37%가 경마식 보도였다. 반면에 정책 이슈는 ABC가 31%, CNN이 27%였는데 이슈 보도의 약 절반은 경제 이슈이며, 다른 이슈들은 매우 적게 취급되었다. 

"문제는 경마와 게임에 대한 기자들의 선호" 

SBS 화면 캡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미디어는 정책 이슈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198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월터 몬데일(Walter Mondale)은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문제는 경마와 게임에 대한 기자들의 선호에 있다. 1984년 내가 후보로 출마했을 때 매주 한 번꼴로 진지한 연설을 하였다. 이는 오직 내 정신적 건강을 위해 그렇게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한 번도 보도되지 않았다. 방송사 네트워크 뉴스에서 그날 내가 한 일에 대해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1992년 초 클린턴이 조지타운대학교에서 매우 중요한 연설을 하였는데 그것은 자신의 새로운 경제 변화 공약에 관한 생각을 구체화시킨 연설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뉴스로 주목받지 못했다. 대신에 밥 케리(Bob Kerry) 후보의 레즈비언에 대한 농담이 그날 언론의 톱기사를 장식하였다.

이를 두고서 패터슨은 “그 뉴스는 클린턴 행정부의 최고의 우선순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까지도 4면에 조그맣게 취급하였을 뿐이다. 반면에 케리의 농담은 기사로 4개나 실렸고, 사설까지도 다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미디어들의 선거보도에서도 경마식 보도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는 선거보도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소위 ‘선거 판세’라 불리는 내용이다. 

객관적 시각에서 취재·보도하지 않고, 단순히 흥미 위주로 곁가지만 보도

가령, ‘A당의 B후보가 C당의 D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앞서고 있다’거나 ‘A선거구는 3명의 후보가 오차 범위 이내에서 접전 중이다’, 또는 ‘B후보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 ‘A당은 B지역을 싹쓸이할 것으로 보인다’ 등의 기사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잠시나마 눈길을 던지게 만들곤 한다.

이처럼 흥미만을 자극하는 선거보도는 자칫 공약과 정책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비판 대신 득표 상황과 전략, 판세 분석, 결과 예측 등만을 강조하곤 한다. 이 같은 보도는 마치 경마 중계를 보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경마 저널리즘’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도 선거철만 되면 사실에 근거를 두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취재해 보도하지 않고, 단순히 흥미 위주로 곁가지만을 보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미디어의 선거 캠페인 보도 역시 경마식 보도 방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 늘 문제다. 이슈나 후보의 정치적 특성과 배경의 본질적인 내용보다는 투표율 예측이나 어느 후보가 얼마나 앞서고 있는가에 관한 여론조사 보도라든지, 특정 지역이나 선거구의 분위기 기사, 캠페인 전략, 후보의 공중 접촉, 군중 수와 반응, 선거자금, 정치 광고, 캠페인 활동, 특정 집단이나 계층의 정치적 지지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화하는 보도 사례를 말한다. 

선거 과정 경마 저널리즘, 유권자들 흥미 불러일으키는 중요 수단 

미디어감시연대 2017년 대통령선거 보도 분석 자료

지난 15대 대선과 16대 대선의 TV보도 내용을 분석해 보면, 먼저 15대 대선에서는 ‘선거 운동, 선거 유세’가 52.2%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이슈 문제가 39.3%로 많았다. 16대 대선에서는 ‘선거 운동, 선거 유세’가 72%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15대 대선 때(52.2%)보다 20.0%p가 늘어났다. 이어서 15대 대선에서는 겨우 6.6%에 지나지 않았던 ‘공약, 정책’이 53.6%로 둘째로 많아 큰 변화를 보였다. 

경마 저널리즘과 관련 있는 ‘선거 운동, 선거 유세’, ‘여론조사’, ‘판세 분석’, ‘인신공격’ 등을 모두 합하면 15대 대선에서는 66.0%로 텔레비전의 15대 대선 보도의 약 3분의 2가 경마식 보도였다.

이에 비해 16대 대선에서는 경마식 보도가 98.4%로 오히려 32.4%p 증가한 대신에 이상적인 선거보도라 할 수 있는 이슈와 정책 보도가 45.9%에서 74.2%로 28.3%p 늘어난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결국 16대 대선에서는 경마 저널리즘과 함께 이슈와 정책 보도가 동시에 늘어난 것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언론사들이 후보자들의 당락에만 관심을 갖는 경마 저널리즘은 정당이나 후보자의 정책 등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같은 보도 경향은 마치 경마를 중계하는 방송과 같아서 선거의 본질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한다. 

선거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각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을 사실 그대로 유권자들에게 알려 선택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 선거는 민주와 반민주, 그리고 지역 대결 양상으로 치러지는 경향이 많았기 때문에 정책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래전의 잘못된 보도 행태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경마 저널리즘이 유권자들의 흥미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 지지·견제 노골화, 편파 보도 심각...문제 

지난 17대와 18대 대선에서도 언론은 예비 후보들의 정책보다는 지지율 격차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경마식 보도에 치중했다. 특히, 언론사들은 선거 기간에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내고 있다. 여론조사에 관한 뉴스를 다른 어느 뉴스보다 선호하며 비중 있게 보도하는 경향이 크게 늘고 있지만,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또는 견제를 노골화함으로써 편파 보도를 일삼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언론은 선거 기간에 유권자들이 정당이나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는 데도 선거의 기본 요소인 정책은 외면한 채 여론조사와 전략적 대결 구도만을 강조하면서 편파 보도까지 일삼는다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경마 저널리즘은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이상적인 투표 행태로 추구하고 있는 이슈 중심의 선거가 진행되기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과열, 불법, 타락 선거를 조장할 위험성이 따르기 쉽다. 결국, 경마식 선거보도는 유권자들을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또한 선거에 대해 무책임한 존재로 만들 위험성이 크다 하겠다. 

※위 글은 필자가 저술한 <선거보도의 열 가지 편향(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중 일부를 시의성 있게 수정·보완한 기사임.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