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디지털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지방부활시대(51)] 지역신문의 디지털 생존전략
신문처럼 한때 잘 나가던 분야나 직종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한때 택시기사가 선망의 직업인 시절이 있었다.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택시기사는 최고의 첨단기술을 다루는 고소득 직업이었다. 한때 은행원이 최고의 직업인 시절도 있었다. 해방 후 은행의 문턱이 높던 시절,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고교나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곳이 은행이었다. 은행원은 세련되고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자가용 시대가 도래하면서 택시기사는 가장 고되고 힘든 직업의 상징이 되었고, 인터넷 금융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은행원들은 대량감원의 대상이 되었다. 한때 신문기자가 최고의 직업인 시절도 있었다. 군사독재시절, 권력과 언론의 밀월관계가 형성되면서 신문기자는 고임금과 더불어 권력도 부여받은 귀한 직업이 되었다. 각 대학이 앞다투어 신문방송학과를 만들었고, 소위 명문대학에는 언론고시반이 생겼다.
디지털 시대, 신문 읽는 방법 바뀌어...플랫폼 통해 다양하게 구독
그러나 이제 신문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비아냥거리로 전락했고, 대학의 신문방송학과는 대부분 이름을 바꾸었다. 비록 운수업이나 금융업 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택시회사나 은행의 종말을 예고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신문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르다. 신문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신문의 위기는 정확히 말하자면 종이신문의 위기이다. (원래 신문(新聞)이라는 용어는 새롭게 듣는 것 즉, 뉴스라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TV 뉴스를 신문이라고 하고, 한국에서 말하는 신문은 바오즈(報紙)라고 칭한다).
종이신문의 독자가 줄었지만 디지털 신문의 독자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이 스마트폰에 손을 떼지 못하고 사는 이유 중에 하나도 뉴스때문이다. 신문의 형태가 종이신문에서 디지털 신문으로 바뀌면서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우선 읽는 신문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전국일간지 혹은 광역도시에서 발행되는 지역일간지 중에서 골라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인터넷의 다양한 창구, 소위 플랫폼을 통해 신문을 읽는다.
모든 신문사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거기에서 신문을 읽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 페이스북이나 밴드와 같은 SNS를 통해 신문을 읽는다. 신문을 읽는 방법도 달라졌다. 종이신문을 페이지 순서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필요한 뉴스 혹은 자기가 선호하는 뉴스를 여기저기서 골라 읽는다. 그래서 신문사의 브랜드가 크게 중요하지 않 다. 신문사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변화는 신문을 무료로 읽는다는 것 이다.
지역사회 사라지지 않는 한 지역신문은 존재, 그러나...
인터넷신문이 등장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유료화를 성공한 신문사는 극히 드물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영국 의 <파이낸셜 타임스> 정도만이 디지털 유료독자 확보에 성공했다. 모두 세계적 시장을 공략하는 신문들이다. 전국단위로 혹은 지역단위에서 디지털 유료신문을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신문읽는 데 사용하고 있다.
다만 종이 대신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신문을 읽고 있을 뿐이다. 독자들이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신문으로 뉴스의 주된 공급원을 바꾸면서 신문업 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종이신문, 즉 일간신문이나 주간신문은 독자가 줄었고, 그로 인해 광고가 줄었고, 경영이 어려워졌다. 인터넷신문들도 경영사정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이다. 종이신문처럼 구독료를 받지 못해 안정된 수입원이 없고,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광고주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종이신문이나 인터넷신문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문을 제작해야 하고, 뉴스의 질적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대부분 의 신문 기사는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짜깁기한 것들이다. 경영타개 책으로 요즘 언론사들이 선택한 방법이 소위 “낚시 제목”이다. “충격,” “폭로,” “대박” 등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는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그렇게 유인한 독자들의 숫자를 근거로 광고주에게 광고료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독자와 광고주 모두 더욱 신문광고를 더욱 회피하게 된다. 그래도 지역신문은 비빌 언덕이 남아 있다. 지역뉴스는 그 지역에 서 생산 유통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역신문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뉴스 보급방식으로 전환해야
그래서 디지털 시대에도 지역신문의 기반은 흔들리지 않는다. 대신 각 지역 고유의 지역적 기반을 적절히 활용하는 유연한 디지털 지역언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신문 기자라는 직업이 변함없이 지역사회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지역신문이 디지털시대에도 살아남으려면 독자들에게 유용한 지역뉴스를 제공하고, 그렇게 확보한 독자들을 토대로 광고주를 확보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지역신문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뉴스 보급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각각의 독자에게 유용한 지역 뉴스를 골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독자들에게 어떤 뉴스가 유용한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신문사가 독자들의 연령, 성별, 주거지역, 기사 구독방식 등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독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능한 디지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뉴스를 취재, 제작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뉴스를 효과적으로 각각의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유통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신문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