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역할 부재·위축 지역사회, 산업 경쟁력·주민 삶의 질 모두 하락

[지방부활시대(50)] 신문의 위기

2022-04-10     장호순 교수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신문사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전국신문이나 지역신문이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디지털로는 신문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독자에게 구독료를, 광고주에게는 광고료를 받는데, 디지털 신문에서는 두 가지 모두 쉽지 않다. 우선 구독료를 받기가 힘들다. 독자들 입장에서 는 무료로 볼 수 있는 신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지역권력의 비리를 고발한 지역신문 'Boston Globe'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오른쪽은 퓰리처상 수상소식을 전한 'Boston Globe' 홈페이지.

인터넷이 도래하면서 신문 창간과 운영 비용이 감소하면서 인터넷 신문들이 크게 늘 어난 탓이다. 신문사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독자들에게 기사를 무료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또 다른 수입원인 광고료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신문사는 독자들에게는 구독료를 받고, 광고주에게는 광고료를 받는 이중 수입원을 가졌다. 

신문 말고는 뉴스를 접하기 어려운 시절, 즉 신문사가 “갑”이던 시절에는 이처럼 쉬운 돈벌이도 없었다. 특히 군사독재정권이 신문사의 숫자를 제한하던 1980년대에는 영업 이익이 20-30%를 상회하는 신문사들이 적지 않았다. 신문기자가 직장인 중에는 가장 고임금을 받는 직업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달라졌다. 

신문산업 악순환...궁극적 피해자는 지역사회 

1990년대에는 75%에 달하던 한국 가정의 신문 구독률이 이미 오래전 10% 미만으로 줄었다. 그래도 아직 문을 닫는 신문사는 없지만, 문을 닫는 신문배달지국은 크게 늘어 나고 있다. 그런데 구독자의 감소보다 더욱 무서운 파도가 신문사를 덮쳤다. 광고주가 급감한 것이다. 과거 신문과 방송이 유일한 미디어였던 시절에는 신문에 광고하기 위해 심지어 웃돈까지 주어야 했었다.

그러나 이제 신문의 광고지면은 채울 광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이신문 지면만이 아니라 디지털 신문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 엔진이 전국 광고는 물론이고 지역의 광고까지 장악한 탓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신문의 광고는 대부분 아주 헐값의 저질 광고로 채워진다. 네티즌으로 하여금 더욱 신문을 멀리하게끔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지역신문의 경제적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지역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뉴스를 생산해서 수익을 내야 하는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경영이 어려우니 기자들을 줄이고, 그러다 보니 양질의 기사가 줄고, 그래서 독자가 줄고, 그래서 광고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궁극적 피해자는 지역사회이다. 권력자들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이 부재하거나 위축된 지역사회는 산업적 경쟁력과 주민 삶의 질 모두 떨어지기 때문이다. 

포털, 뉴스의 습득수단으로 정착 되면서 대부분 언론사 브랜드 파워 상실 

디지털 시대의 언론매체는 유료독자를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신문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출처: 'Digital News Report 2020', 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로이터 연구소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뉴스 사용료를 낸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인데, 평균 26%를 기록했다. 미국도 20%를 기록한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10%, 일본 8%, 영국 7% 등으로 유료구독자의 비율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언론매체는 구독료나 시청료를 포기하고 광고 수익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데, 디지털 광고 수익은 한국의 경우 다음이나 네이버, 미국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기업들이 거의 다 가져가고 있다.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인터넷 사용기기가 바뀌면서 언론사의 광고수익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 지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기존의 신문이나 방송처럼 기사나 프로그램 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의 무료화가 보편화 되고, 포털이 뉴스의 습득수단으로 정착 되면서, 대부분의 언론사는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를 상실했다.

기자 300명이 일하는 일간지의 뉴스와 3명이 일하는 인터넷 신문사 뉴스의 차이를 네티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매일 마시는 커피는 1,000-2,000원을 더 내며 고급 커피 전문점 커피를 마시지만, 매일 접하는 뉴스는 싸구려 언론이나 명품 언론을 구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한국언론 시장에는 가격 경쟁도 품질 경쟁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기사 조회 수를 늘려서 광고수익을 늘리는 데에만 모든 언론사가 매달려있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