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외면하는 KBS, 라디오 ‘콩앱’ 서울만 가능

진단

2020-06-11     박주현 기자
  KBS 홈페이지 갈무리

‘콩 한 쪽도 나눠 듣는 우리사이, KBS 라디오 콩앱으로...’

KBS가 디지털미디어 시대를 맞아 PC, 모바일 어디에서나 보이는 라디오를 만날 수 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라디오 콩앱 문구다.  하지만 정작 본사에서 제작되는 서울지역 프로그램만 들을 수 있다. 지역총국 프로그램들은 예외다. 앱과 홈페이지 운영 방식이 본사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지역 청취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발상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라디오를 듣기 위해선 라디오 기기가 꼭 필요했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누구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심지어 보이는 라디오가 디지털 시대에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라디오 앱을 통해서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방송사들은 앞다퉈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많은 라디오 앱 중에서 KBS에서 운영하는 ‘KBS 콩앱’이라는 앱 서비스는 서울에만 국한돼 있다니 납득이 가질 않는다.

라디오 앱은 많은 매체 이용자들의 보편적인 이용 추세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홀대하고 차별하는 형국이어서 지역 청취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KBS 콩은 KBS에서 방송하는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 사용하는 전용 앱이이며, 보이는 라디오를 할 때에도 이 앱을 통해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자랑하면서도 지역에서 생산되고 유통되어지는 같은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은 이 앱에서는 들을 수 없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 지역 청취자 외면하는 KBS, 무슨 배짱인가? 

‘언제 어디서나! KBS 라디오를 스마트폰에서 KBS 콩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방송사 측은 자랑하고 홍보하고 있지만 지역 라디오 방송 청취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거짓 홍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쉽고 간편한 라디오 청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서울, 즉 본사의 라디오 채널과 프로그램에 국한하고 있으니 그동안 지역을 얼마나 우습게 보아왔으면 이런 편중된 정책을 공영방송이 당당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무슨 근거로, 무슨 배짱으로.

지역총국에서 만든 수 많은 라디오 콘텐츠는 전파를 타고 송출되면 그만이다. 그런데 지역총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KBS 콩앱에서 들을 수 없고 외부 앱을 이용해 들어야하는 기막힌 사실을 아는 청취자들이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시청료를 꼬박꼬박 반 강제적으로 내면서도 이러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지 않으니 말이다. 이와 관련해 방송사에 문의를 하면 ‘앱과 홈페이지 운영 방식이 서울의 본사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고 일관된 해명을 하고 있다.

“TV로컬도 IPTV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 주면...” 답변 '황당' 

마침 KBS전주총국의 지난 5월 시청자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KBS 라디오 콩앱’이 전국 방송만 나오고 지역라디오는 나오지 않는다‘는 시청자위원들의 질문에 방송사 측은 역시 원론적인 황당한 대답뿐이었다.

KBS전주방송총국 홈페이지에 밝힌 ‘2020년 5월 시청자위원회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열린 시청자위원회에서 소정미 위원은 “라디오는 KBS 콩을 통해 듣고 있는데 KBS 콩에서는 지역 라디오를 쉽게 들을 수 없는 것 같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BS 전주총국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대해 KBS 전주방송총국 기술국장은 “본사 정책사항으로 지역 라디오는 들어가지 않아서 콩으로 지역 라디오를 듣기는 어렵고, 외부 사설 앱인 ‘와우라디오’를 통해 지역 로컬을 들으실 수 있다”며 “다른 채널로 지역 라디오를 듣는 게 아이러니한 면이 있지만 TV로컬도 IPTV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총국의 해묵은 아젠다이지만 프로그램이 전국 단위로 올라가는 것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저희 방송국 프로그램이지만 외부 채널을 통해 청취해주시면 감사하겠고 아울러 지역 <패트롤전북>이나 <김태은의 가요뱅크> 같은 경우엔 보이는 라디오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것은 콩앱이 아닌 유튜브 등을 통한 다른 방식을 말한다. 그는 이어서 “모든 라디오 방송을 라이브로 올리기엔 어려움이 있으나, 해당 프로그램들은 일단 프로그램 PD가 진행자이고 유튜브 라이브를 좋아해서 정착이 된 경우”라며 “앞으로 다른 프로그램에도 확대해 유튜브 라이브로 들을 수 도록 진행하도록 하여 해당문제를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 입장에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서울의 본사에서 그토록 편리성을 강조하는 라디오 콩앱의 지역별 운영이라든지 지역 청취자들을 위한 배려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자 이날 회의 마지막에 손주화 위원이 재차 질문했다.

전북민언련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손 위원은 “지역 뉴스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도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라디오는 자체적으로 서비스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며 “뉴스도 늦었는데 라디오도 제대로 서비스 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KBS가 그런 부분에서 늦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지역국을 통폐합하면서 지역 방송 기능 등이 약해지고 있는데 그에 대해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했었는데 이게 제대로 되는 건지 의문”이라면서 “이건 총국차원에서 강력하게 본사에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홈페이지도 외부 홈페이지 관리사 등을 이야기하시는데 홈페이지 관리 기준 등 본사 이야기를 하시는데 총국차원에서 강력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나 싶다. 지역 시청자서비스 등의 권익에 지역민들이 소외되지 않게 했으면 한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말미에선 “이게 회의록에 남아서 본사에도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관련 부서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음”...원론적 답변만, 지역 청취자 '우롱'

이에 대해 전주방송총국은 서면 답변을 통해 이렇게 늘어놓았다.

“우선 지역국 기능 조정에 대해서는 부정확하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음. 과거 통폐합, 방송폐지의 개념이 아니라 현재 지역 뉴스/보도 부분에서 총국단위 역량에 집중하고 있음. 총국 단위로 뉴스를 강화한다는 개념. 디지털 서비스 관련해서는 본사에서도 디지털서비스 활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음.

다만 개별 지역단위 접근 보다는 본사차원에서 일관된 정책 하에 운영하는 것이 조직의 입장에서 보다 효율적인 부분이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람. 지역 디지털서비스 정책에 관한 회사 주무부서인 ‘지역정책실(지역혁신부)’과 시청자위원회 운영부서인 ‘시청자센터(시청자서비스부)’에 위원님 의견을 전달, 공유하였음. 디지털서비스 지역 확대 관련하여 관련 부서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음.”

국민이 낸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서울집중·의존도가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게 하는 단면이다. 

손주화 처장은 “KBS지역뉴스가 포털에서 검색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얼마 전”이라며 “일전에 제가 KBS국악한마당 관련해서도 본사 홈페이지 운영 정책으로 인해 프로그램 절반이 지역에서 제작됨에도 본사에서만 제작되는 것처럼 지역국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의견을 올리자 본사에서는 홈페이지 운영 방식을 그 때야 변경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역총국장 본사 낙하산 임명제, 지역 선출제로 개선을"

전북민언련 주최 시청자위원회 관련 토론회 안내 포스터

무엇보다 지역총국에서 본사 정책으로 인해 지역민들이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건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본사에서 임명된 낙하산 총국장들은 일정 기간만 근무하고 가면 그만이다.

이 때문에 "지역 총국장을 서울 본사 임명제가 아닌 지역 총국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게 제기돼 왔다.

KBS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역 시청자와 청취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단순히 프로그램 모니터뿐 아니라 시청자 권익이 지켜질 수 있는 권한과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려는 많은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다.

마침 6월 12일(금) 전북민언련이 주최하는 ‘지역방송 시청자 위원회 역할과 과제 토론회’가 전북대 진수당에서 오후 3시부터 열린다. 지역언론 환경 개선을 위한 연속 토론회 중 첫 번째여서 관심을 끌만 하다.

특히 방송사 시청자위원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시청자위원들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는지, 또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