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한반도 어떤 위기·변화 올까?..."지나친 대결 생각 벗어야"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북한이 지난 3월 24일 ICBM을 발사했다. 4년 4개월 만이다. 북한은 2018년 '핵무기 개발을 안 하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ICBM 발사로 파기되었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을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의 반대로 UN 제재도 쉽지 않다.
북한의 ICBM 발사 후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를 짚어보고 앞으로 한반도를 전망하기 위해 지난 3월 31일 북한 문제 전문가인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병행론·연계론, 둘 중 어떤 걸 택하느냐에 따라 대화가 진전될 수도, 정체가 길어질 수도..."
-북한은 지난 24일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ICBM을 발사했어요. 현재 한반도 상황 어떻게 보세요?
“지금 상황이 어려워진 거죠. 201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이 있고요. 패턴을 보면 정권 교체기에 늘 도발을 하죠. 특히 미국이 민주당 정부기 때문에 2009년 미국 민주당으로 교체됐던 시기하고도 오버랩되고 시계가 과거로 돌아갔다고도 볼 수 있는데 단순히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고요.
한반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늘 위기와 대화가 반복돼 왔어요. 이게 반복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수순 중에 하나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상황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더 진전될 수도 있고 이 정체기가 길어질 수도 있죠. 후퇴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 생각입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보세요?
“병행론과 연계론인데요.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 대화를 같이 병행해서 추진하는지 아니면 비핵화나 무기 개발이 완전히 끝나야 남북 대화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느냐는 연계론이죠. 둘 중에 어떤 걸 택하느냐에 따라 대화가 더 진전될 수도 있고 정체가 길어질 수 있다고 봐요.
병행론을 택한다면 속도가 느릴 수 있어도 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는 기미를 마련해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연계론에 집착한다면 사과나무 밑에서 사과 떨어지는 걸 기다리는 일이 될 수도 있죠. 그러면 정체기가 좀 많이 길어질 수도 있겠다죠.”
"북한 외교 종착점은 미국, 핵 능력 고도화시키는 건 미국 향한 메시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북한 외교의 종착점은 미국이죠. 그래서 화성 미사일 계속 발사하고 핵 능력 고도화시키는 건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게 기본이죠."
-그럼 한국은 정권교체기라는 점은 고려됐을까요?
“많이 고려됐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에 집중을 해야 되는 상황 속에서 공백이 생긴 거죠.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에 대해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를 더 강화하는 행동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래서 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북한은 최대한 핵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다음 단계의 협상 국면이 펼쳐질 때 몸값을 높이고 협상력을 좀 높이기 위해서 최대한 아마 이 시간을 활용할 겁니다.”
-이게 북한의 계획에 따라 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 상황과 관계없다는 말도 있던데.
“그렇죠. 북한은 작년에 8차 당 대회에서 국방 현대화 계획을 밝혔고 그 시간표대로 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외 환경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운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대선이라고 하는 정권 교체기라는 전환기, 이런 공간이 생기면 이 공간에 조금 더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김정은 위원장이 관종인가요?
“김정은 위원장은 당연히 관종일 수밖에 없죠. 어떻게든 관심도 끌어야 되고 세상의 중심이 자기니까요. 그건 당연한 거죠.”
-그럼 관심 끄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완전히 과거처럼 되지는 못하겠지만 남한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건 일정 정도 성공한 거죠. 그런데 북한이 알아야 될 게 뭐냐면 과거에 2018년도에 비핵화하겠다고 국제사회에 나왔을 때 전 세계의 관심과 대우를 더 많이 받았다는 점을 확인해야 될 겁니다. 단순한 도발로 관심을 끈다는 건 한계도 있고 또 우호적인 여론 조성도 하지 못하죠.”
"협상하고 대화해야 더 몸값 올라가고 관심 많이 받는다는 걸 북한은 알아야"
-북한은 그걸 모를까요?
“북한은 알긴 아는데 자신들의 체제 생존 때문에 못하는 거죠. 대화의 결과가 확실히 보장되어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건데 그런 식의 대화는 없죠. 조건이 마련이 되고 결과값이 확실한 대화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협의가 다 끝난 상황이죠.
결과를 만들기 위해 대화하는 건데 자기들 조건대로 모든 것이 맞춰져야만 대화를 한다고 하는 건 없는 거죠. 지난한 과정이 있겠지만 나와서 협상하고 대화해야 더 몸값이 올라가고 관심 많이 받는다는 걸 북한이 알아야 될 겁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안전보장을 해 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럼 왜 미국은 그걸 안 해줄까요?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를 해야된다는 게 지금 미국의 입장이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더 바뀐 것 같아요. 뭐냐면 과거 2018년 즈음에는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이 중요한 화두였는데 북한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종이 문서에 불과한 안전보장이라고 하는 게 담보될 수 없다면 할 용의가 없다는 거죠.
구체적인 제재 완화 같은 조건들이 있어야 북한은 시작하겠다고 하는 건데 미국은 제재하면 제재 풀자고 언젠가 대화에 나올 텐데 왜 제재를 풀어주느냐는 게 확고한 인식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대화가 안 나가는 거 같아요. 안전보장이라고 하는 게 워싱턴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라도 개설하는 것이 확실한 조치들이 될 건데 이게 제재 완화보다 조금 더 빠르죠. 정치적 결단이 있으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미국과 북한 모두 서로 그다음이 뭐냐는 거죠.”
-북한은 이번에 쏜 ICBM이 화성-17형이라고 하지만 우리 측은 화성-15형으로 보는 것 같던데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 둘은 일단 기술적으로 엔진이 다르고 탄두가 다른 게 가장 큰 거죠. 화성-17형이 괴물 ICBM이라고 불리는 굉장히 큰 ICBM이고 발사대도 화성-15형 같은 경우에는 바퀴가 18개 있는 9축 18열 발사대고, 화성17형 같은 경우는 11축 22열 발사대를 이용해요.
엔진 같은 경우도 1단 엔진에서 화성-15형 같은 경우 백두산 엔진 2개를 나가는데 화성-17형은 백두산 엔진 4개 다 묶어서 훨씬 더 추력이 나가는 거고요. 탄두도 화성-15형은 단발인데 화성-17형은 다탄두라고 해서 핵탄두를 한 2~3개 정도 실을 수 있죠.
우리 국방부에서 엔진 모양이나 비행 각도 그리고 영상들을 봤을 때 이것저것 편집해서 아마 화성-15형 발사를 화성-17형 발사로 포장해서 선전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리 국방부는 판단한 거죠.”
"우크라이나 사태 보면서 자주적 국방력 중요하다는 생각 했을 것”
-미국의 우드로 윌슨 센터의 항공연구센터 센터장이 기고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김정은 입장에서는 핵 개발에 대한 결심을 한층 굳게 만들었을 것이다'라고 했던데.
“우크라이나전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을 건데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자주적인 국방력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다란 생각은 한번 더 했겠죠.”
-그럼 북한이 핵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보세요?
“일단 기본적인 전제가 북한이 비핵화할 거라 신뢰하고 그 방향을 유도하는 게 한 축이 있고, 동시에 그러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는 안 할 거라는 걸 확고하게 한 축을 두고 북한을 바라보는 게 필요할 것 같은데요.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는 힘든 것이죠.
그리고 또 기술적으로도 완전한 비핵화는 또 어려워요. 다만 핵을 확산하지 않고 동결된 상태에서 핵을 사용하지 않고 협력하고 대화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북한이 스스로 핵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도록 주변 환경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거죠. 북한이 아무런 이유 없이 먼저 비핵화를 할 것이라고 믿는 건 환상이죠.”
-ICBM이 또 나올까요?
“아마 화성-17형 능력을 입증시키기 위해서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험 발사할 겁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봄이 됐으니까 동해에서 잠수함 활동 그리고 해상 시험 발사하기가 좋아지는 환경이 됐거든요. SLBM도 할 거고 ICBM뿐만 아니라 정찰 위성 발사라고 하는 로켓 발사도 할 거고, 앞으로 상반기 동안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거예요.”
'조건 없이 대화하자', ‘새로운 개선법 가져오라’ 사이의 평행선...극복 과제
-한미 연합 훈련에 영향을 줄까요?
“한미연합훈련은 계획된 대로 진행하면 되는 거고요. 그리고 최근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강화가 훈련의 한 시나리오로 변수로 삽입이 돼서 의사결정 과정을 연습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한미연합훈련도 북한 미사일 때문에 특별히 더 강화해서 우리가 대대적으로 한다는 게 당장은 좀 어려울 거고, 아마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이 더욱 더 강화되면 우리도 훈련 양상을 좀 더 과거 수준으로 돌려서 펼치는 것을 고려 좀 하겠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고 했던데.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 일관된 입장인 것 같아요. 조건 없이 대화를 하자고 하는 건데 북한은 ‘조건이 왜 없냐, 대화에 2019년부터 새로운 개선법 가져오라’라는 게 아마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이죠.”
-미국도 북한이 뭘 원하는지 알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에 대한 답변을 왜 안 하는 거죠?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주지는 않겠다는 거죠. 대화 테이블로 오면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제재 완화 문제나 북미 연락사무소 문제를 직접 만나서 얘기를 시작하자고 하는 것이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이건 반드시 해결해 준다는 조건을 달고 대화해 나갈 수는 없죠.”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한 번에 타결해야 한다는 건지 아니면 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건가요?
“트럼프 때는 자기가 한 번에 해결하겠다고 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아무것도 되지 않은 상황이죠.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의 정석대로 장기적으로 상향식 의사결정 과정으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죠.”
"대화의 문 열려 있는 걸 보이며 병행적인 접근 해나가는 것 중요"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는데, 결국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은 실패한 걸까요?
“2018년도 남북 정상회담이란 성과는 평가해야 되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봤을 때 대북 정책은 여태까지 실패한 정권이 없다고 봐요. 연속성에 있는 것이고 그때마다 분기점들이 있는 것이지 대북 정책이 어느 정권이 다 실패했다고 어느 정권의 문제로 보기는 힘들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문재인 정부 같은 경우는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고 하는 걸 가동을 하고 새로운 분기점을 마련해 우리나라 정부의 선 평화 후 통일 원칙에 입각해서 낼 수 있었던 성과는 최대한으로 거뒀다고 볼 수 있겠죠.”
-아무 성과가 없었는데 이벤트로 끝난 건 아니라고 보세요?
“2018년도에 그 이벤트가 없었으면 아마 전쟁 가까이 갔겠죠. 그리고 주가도 더 떨어지고 위기가 더 증폭됐을 건데 그걸 제어하고 새로운 남북 군사합의라고 하는 걸 이끌어냈던 것은 성과로 봐야 되겠죠. 그럼 문재인 정부에 5년 더 시간을 더 주면은 잘될 것이냐는 것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끝나는 이 시점에 안 돼 있다고 해서 그걸 실패로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5월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잖아요. 5년 만에 보수로 정권교체가 되어 다시 한반도가 대치 국면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
“당분간은 대치 국면, 긴장 국면으로 좀 갈 수밖에 없겠죠. 근데 문재인 정부 출범할 때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리고 북한이 중요한 변수인데 북한이 국방 현대화하면서 자기들 시간표대로 가면서 이렇게 군사 도발 긴장을 높이면 거기에 대해서 우리도 대화하자고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대응할 건 강하게 대응하면서 또 동시에 대화의 문은 또 열려 있는 걸 보이며 병행적인 접근을 좀 해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겁니다.”
"너무 대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대국적인 자세로 이끌어 나가는 자세 필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너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망하기에는 이른 상황인 것 같고요. 그런데 우리 정부가 선 평화 후 통일 원칙으로 해서 70년대부터 유지해 오고 있는 원칙이죠. 선 평화 후 통일 원칙을 어떤 대통령도 거스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신 정부에서도 아마 이 원칙은 그대로 고수가 될 거로 생각이 되고요.
다만 5년을 남북관계가 굴곡진 위기의 5년으로만 기억할 것인가, 아니면 위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또 기회가 또 동시에 있고 또 기회를 잘 살린 정부로 남북 관계를 패러다임을 또 한 단계 바꾸고 발전시키는 향후 5년이 될 것인지는 우리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과거보다 우리의 정책 카드나 수단 또 국력 같은 것들은 북한의 핵 능력이 강화된 것 이상으로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너무 대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가 조금 더 대국적인 자세로 크게 변화를 선도하고 이끌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