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조례베끼기 가관...무용론에 자질론까지

전북지역 방송·신문 뉴스 톺아보기] 2020년 6월 11일(목)

2020-06-11     박주현 기자

매일 쏟아지는 다양한 뉴스들이지만 말과 글의 무게가 언론사마다 각기 다르다.

그 이유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일선 취재기자의 시각과 접근방법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언론사 내부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데스크를 맡고 있는 팀장 또는 국장의 이해관계나 견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밖에 언론사 사주나 외부(광고주 또는 정치인 등)의 압력에 의해 무게중심이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

똑같은 내용의 사건이나 이슈도 제목과 기사내용, 크기(길이), 사진 태도 등이 다르거나, 있거나, 없는 이유는 이와 같은 여러 단계의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11일 전북지역 방송과 신문들의 말과 글에 어떤 무게의 차이가 있는지 톺아보기로 하자.

마침 전날 전북도의회의 도정질문이 시작됐다. 첫날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날 도정질문은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를 비롯해 전북도의 종합적 인구정책, 새만금 부서의 역할 확대 등이 주요 내용으로 거론됐다.

전북중앙신문 6월 11일 3면

무엇보다 그동안 '송하진 도지사의 측근 인사 병폐를 바로잡기 위한다'며 도의회는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해 실시했지만 무용론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최근 인사청문회 이후 전북도의회의 역할과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따갑게 제기됐었다. 그래서 이날 도의회에 눈과 귀가 쏠린 이유다.

새전북신문 6월 11일 1면

그런데 11일 대부분 지역신문들은 도의원들의 질문을 나열하거나 송하진 도지사의 성의 없는 답변을 밋밋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정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에 반해 방송사들의 의제가 돋보인다. 특히 전주MBC의 경우 두 건의 지방의회 문제점을 보도해 단연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심층 취재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전북도의회를 비롯한 일선 시·군의회의 조례 베끼기 실태를 고발했다.

“베끼기 조례안,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발의한 의원 다섯 명”

전주MBC 화면 캡쳐

전주MBC는 첫 번째 기사에서 “지난해 말 제정된 전북도의원들의 소송비 지원에 관한 조례는 두 달 앞서 만들어진 경기도의 조례를 제목부터 목적, 세부 사항까지 거의 통째로 베꼈다”며 “차이라면 일부 단어가 바뀌거나, 같은 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2월 도의회를 통과한 '전라북도 바둑 활성화 지원 조례의 경우엔 전남에서 제정됐던 조례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기사 “한 개 조항이 추가된 걸 빼고는 단어 하나, 토씨 하나 틀리지 않다”고 보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베끼기 조례안이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발의한 의원만 무려 다섯 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한 당사자는 불과 석 달 전 제정된 조례 내용은커녕 발의한 사실조차 헷갈려한다”고 기사는 비판했다.

기사는 이어서 “일선 시·군 의회의 조례 베끼기는 더 노골적”이라며 “도내 대부분 시·군이 제정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는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한 수준”이라며 “베끼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라는 전직 군의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방자치 시행 이후 전라북도는 6백 개가 넘는 조례를, 일선 시·군 별로도 적게는 3백 개에서 많게는 4백 개가 넘는 조례를 제정했지만 상당수는 이처럼 베껴진 법안”이라고 지적한 기사는 “지역의 실정과 특색에 맞는 자치 입법을 할 수 있도록 한 조례는 지방자치의 근간이지만 이런 취지가 무색하게 베끼기 조례만 난무하는 지방의회, 그 권한과 책임을 내던지고, 의미까지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전북도의회, 소송비에 변호사 승소사례금까지 지급해 달라?”

전주MBC는 또 다른 두 번째 기사에서 전북의회의 소송비에 관한 조례의 문제점도 짚었다.

기사는 “지난해 12월 31일에 딱 맞춰 전라북도의회가 소위 ‘의원 소송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했다”며 “의정활동으로 인해 도의원들이 소송을 당하면 그 소송비를 혈세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사는 “이것도 모자라 변호사의 승소사례금까지 지급해 달라고 규정돼 있다”면서 “회기 중 의정활동이라는 일반적 범주 이외에 말 많은 해외연수 등 공무여행, 그리고 의장이 인정하는 경우라고 돼 있어서 동료 의원인 의장이 인정만 한다면 어떤 경우도 해당된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 조례는 “지난해 10월 경기도가 먼저 조례를 제정하고 꼭 두 달 뒤 전라북도가 이를 그대로 베낀 것”이라고 기사는 꼬집었다.

기사는 또 “하지만 전북도와 경기도를 제외한 어떤 시·도에서도 이처럼 의원들의 소송비용을 보전해주는 조례를 제정한 곳은 없다”며 그것은 “한 마디로 최소한의 염치는 있기 때문”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도의회 인사청문회, 무시에 무용론까지...자질문제”

KBS전주 화면 캡쳐

이날 KBS전주총국은 ‘도의회 인사청문회…‘무시에 무용론까지’’란 제목의 기사에서 “며칠 전 열린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에 대한 도의회 인사청문회는 준비 기간이 짧고 검증 시간도 부족해 '부실 청문회'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전라북도를 상대로 한 도의회 도정질문에서는 급기야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왔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지난해 3월 전북개발공사 사장을 상대로 한 도의회 첫 인사청문회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며 부적격성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지만, 도지사는 기어코 임명을 강행했다”면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에 대한 두 번째 청문회 역시 뻔한 물음에 뻔한 답으로 일관하더니, 결론은, 도지사 뜻대로였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에 더해 “도의원들의 자질 부족도 문제지만, 청문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집행부 수장의 의중이 그대로 드러난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전민일보 6월 11일 1면

신문들이 전날 도의회에서 있었던 도의원들 발언을 그대로 중계하다시피하며 심지어 ‘송곳질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이에 대한 도지사의 두루뭉술한 답변까지 여과 없이 쓴 기사들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다음은 6월 11일 전북지역 방송과 신문들의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KBS 전주총국

도의회 인사청문회…‘무시에 무용론까지’

전주 MBC

'베끼기 조례' 대부분..얼룩진 지방자치

도의원 소송비도 혈세로 대납?

JTV

공기업 인사청문회 회피 등 질타

전북일보

송하진 지사 “지속 추진…상생 방안 강구” -2면

수도권 완화 대응 ‘뒷전’ 소지역주의 ‘고개’ -3면

전북도민일보

이명연 "장애인 이동권보장 꼭 지켜져야" -3면

"지방의원 후원회 허용해야" -3면

문승우 "전북형 맞춤형 뉴딜정책 도입 시급" -3면

김정수 "출연기관장 인사청문회 생략 문제" -3면

최영규 "시대흐름 맞는 교육방향 설정 중요" -3면

전라일보

일부 의무고용 기피 여전 1명도 안 뽑은 기관 2곳 -1면

새전북신문

“제2 혁신도시-새만금 신도시 유치전 과열 안돼" -1면

전북중앙신문

인사청문 패싱-새만금 문제 송곳질의 -3면

전민일보

도내 시·군 갈등 조짐 -1면

새만금 스마트수변도시‘부지 변경’목소리… 전북도‘당혹’ -3면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위한 다각적 노력 필요” -3면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