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가는 세월이 봄을 선물

신정일의 '길 위에서'

2022-04-02     신정일 객원기자

'2022년'이라고 적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 2, 3월이 훌쩍 지나고 4월 하고도 초이틀이라는 날짜를 생각하며 세월이 무상함을 느낍니다.

바람이 문틈을 지나가듯 서둘러 가는 세월, 그 사이 내 마음을 스쳐 지나간 것들이 과연 무엇인지, 비단 나뿐 만이 아니고 옛사람들도 가고 오는 그 세월을 두고 많은 상념에 잠겼던 것을 옛글을 읽으며 느낍니다.

“신년을 만나면 반드시 크게 뉘우치고 크게 깨달음이 있는 법인데, 그대와 같은 젊은 나이에는 어떠한 뉘우침과 깨달음이 있는지 모르겠군. 심계(心溪, 이덕무의 조카)가 말하기를, ‘나이가 사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이 말에는 참 의미가 있네. 원컨대, 세상에 총명한 그대는 헛나이를 먹지 말게.

문장은 깨달은 바가 있어야 근거를 세울 수있는 것이니, 중랑(中郞, 명나라 때 사람 원굉도를 말함)을 말세의 괴품(怪品)이라 하여 업신여기지 말고 마음을 전일하게 가져 고요히 생각을 모은다면, 반드시 영대(靈臺)가 환히 밝아져 한 번 눈을 굴리면 만물이 모두 나의 문장일 것이네.

그대의 재주가 질박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구제하네. 그러나 어찌 일체 이러한 것에만 빠져서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잊어서야 되겠는가?

언제나 이런 무리는 손(客)의 예로 대우해야 하지. 나의 집에 불러들여서 도리어 주인으로 섬겨서는 아니 되네. 융통성이 없는 고집은 문장을 하는 데 있어서 크게 꺼리는 것이네. 그대는 융통성 있게 대처하기를 생각하게. 나도 또한 한 살을 먹었으나 옛날 그대로 어리석으니 어쩌면 좋을까?“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제16권 '아정유고'에 실린 글입니다. 나에게 하는 말과 같습니다. 새로운 1년이 시작되고 몇 달이 지났는데 별반 이룬 것도 없고, 그렇다고 융통성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나이를 더하는 날만 축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조바심이 나는 것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봄인데, ‘꽃잎들이 휘날리며 봄이 간다’고 서글퍼 하는 봄, 그래도 자연이 선물한 봄. 산천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요?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