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목련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2-03-30     이화구 객원기자

오늘 바깥 세상이 흐리긴 하지만 봄기운이 완연하니 산책로에도 드디어 하얀 목련이 두꺼운 솜털 갑옷을 뚫고 나오며 봄소식을 전합니다. 갑옷 가장자리에 붙은 미세한 솜털이 마치 개울가에서 봄을 알리는 버들강아지 같아 보입니다.

목련은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라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지만 금년에 찾아온 목련은 유난히 춥고도 길었던 혹독한 지난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의 새 생명을 싹틔워서 그런지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필 때면 목련은 도도하고 순결한 인상 때문에 많은 분들로부터 온갖 찬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길어야 1주일 정도 피었다가 지고 맙니다. 그것도 비바람을 잘못 만나면 금세 떨어집니다.

또한 목련은 꽃이 질 때 동백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로 지질 못하고 세상에서 가장 추한 모습으로 애처롭게 떨어집니다. 벌써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저 하얀 목련이 오늘밤을 무사히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밤 비바람에 진다면 추한 모습으로 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비록 봄에 잠시 피었다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목련에게서 우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며 목련화 노래 가사처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값있게 살아가야겠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길 바래봅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