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
신정일의 '길 위에서'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어딘가 허점이 있고,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어딘가 빈 구석이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어딘가 빈 구석이 있을 때 인간다운 것, 너무 완벽을 추구하며 살면 사람 같지 않고 기계와 같은 것, 조금은 빈, 어딘가 모자란 것이 많은 그런 사람들이 좋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내가 조금씩 철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런가? 나도 그대도 너무 높게 목표를 세우지 말고, 정직하게, 진실하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변하고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는가. 온갖 꽃들이 피어나더니 다시 눈 내리고 비가 내리니, 아직도 겨울인 듯싶다. 인간사도 마찬가지다.
한 번 실패하면 금세 죽을 것처럼 힘이 빠지고 한번 승리하면 영원을 살 것처럼 기세 등등하다. 변덕이 죽을 끓이듯이 변하고 변하는 세상사를 연암 박지원은 다음과 같이 갈파했다.
“인간 세상이 꿈결 같은 것은 거울 속과 같아서 차고 더운 변천이 크게 다르다. 일체 세간의 가지가지 사물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고, 어제 부자가 오늘은 가난하고, 갑자기 젊었다가 갑자기 늙는 것이 꿈속의 이야기 같다. 바야흐로 죽으면서 살고, 있다가도 없는 것이니 누가 과연 참이고 누가 거짓일 것인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실린 글이다. 누구에게나 정해져 있는 것은 죽고 사는 것이리라. 죽는 것이 죽음으로만 끝나기도 하지만 예수처럼 죽음으로서 부활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앙리 미쇼'의 말은 큰 의미가 있다.
“그의 운명이 죽게 되어 있는 자는, 태어나게 되어 있다.”
앙리 미쇼가 죽음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것이 덕담인가. 이 눈과 비 그치면 이 땅에 다시 꽃피는 봄이 오겠지. 꽃피고 지는 봄 강을 하염없이 걸어가고 싶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