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으니 꽃 피울 준비들 하세요
이화구의 '생각 줍기'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기도 해서 그런지 길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봄을 기다리는 분들에겐 금년 봄이 더디게 온 것 같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이쯤에 개나리나 진달래가 피었을 싯점인데 탄천에서는 이제서야 겨우 봄까치꽃을 피웠습니다.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라서 '봄까치꽃'이라 부른지 몰라도 점심 먹고 항상 산책을 다니던 탄천에서 오늘에서야 봄까치꽃이 지천으로 피기 시작하는 걸 보니 이젠 완연한 봄의 계절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탄천에 봄이 갑자기 이렇게 찾아온 건 아마도 엊그제 비가 내리고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니 금새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디서 탄천에 봄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는지 호랑나비 한 마리가 봄까치꽃에서 벌써부터 꿀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닥쳐올 꽃샘추위 따위는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꽃 하나를 피우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하늘에서 비도 내려줘야 하고, 낮에는 태양에서 따뜻한 햇볕이 내려쬐여 대지의 온도도 높여줘야 하고, 밤에는 달빛이 자장가도 불러줘야 하고, 또한 봄바람도 살랑거려 줘야하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일은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많은 분들의 기다림이 함께 해야 자연에서도 꽃을 피우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탄천 천변에는 날이 따뜻해지니 많은 분들이 낚싯대를 강물에 드리우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지난 길었던 겨울의 일들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봄이 온다는 것은 단순이 계절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희망과 꿈을 갖게 하는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봄을 스프링(Spring)이라고 합니다. 영어사전을 보면 '스프링'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강력하게 반발하여 위로 튀어오르는 용수철을 뜻합니다.
마치 봄이 오니 만물이 땅속에서 움터 올라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스프링'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서양의 스프링(Spring)이란 단어는 우리의 음양오행 중 봄에 해당하는 '목(木)'기에서 발생하는 원리와 일치하는 거 같습니다.
앞으로 봄비가 한 번만 더 내리면 겨울잠에 취한 나무뿌리들을 흔들어 깨우며 “봄! 봄! 봄! 봄이 왔어요!”라며 외쳐대며 “봄이 왔으니 꽃 피울 준비들을 하세요”라고 속삭일 겁니다. 그러면 나무들은 꽃을 피워 봄을 알리고, 봄은 꽃을 맞을 것입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