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수렁 전북현대, ‘디펜딩 챔프’ 위용 사라지고 순위표 하단에 위치...'충격'

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2022-03-13     김병직 기자

전북현대가 제주와의 시즌 5라운드 경기에서 0-2로 패하며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팀답지 않게 힘겨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닥공’으로 대표되는 팀 특유의 색깔이 사라졌다. 무기력한 경기가 반복되면서 팬들의 불만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3월 12일 오후 2시, 제주와 전북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5라운드 경기가 서귀포의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되었다. 홈에서 두 경기 연속 패한 전북으로선 ‘파부침주’의 각오로 나선 경기였다. ‘배수진’을 치고 나선 건 홈팀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전북현대, 제주에 0-2로 패하며 리그 10위에 

전북은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제주는 전북과 울산의 우승 경쟁에 균열을 낼 수 있는 다크호스로 거론되던 팀이다. 하지만 4라운드를 마친 순위표는 제주가 7위, 전북이 9위였다. 두 팀 모두 반등의 계기가 절실한 상황에서 상대를 맞이했다.

홈팀 제주는 3-4-3 전형으로 나섰다. 중원과 수비를 두텁게 하며 전북을 상대했다. 골키퍼에 김동준, 수비진에 정운 김오규 홍성욱이 나서고, 정우재 이창민 최영준 김명순이 중원을 형성했다. 전방에는 제르소 주민규 조나탄 링이 위치했다.

원정팀 전북은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전북이 즐겨 사용하는 4-1-4-1로의 전형으로 언제든 변형이 가능한 형태다. 송범근이 골키퍼로, 왼쪽부터 김진수 홍정호 구자철 최철순이 포백을 구성했다. 미드필드에는 쿠니모토 백승호 김보경이, 공격수로 이윤권 일류첸코 이지훈이 나섰다.

제주의 홍성욱과 김명순, 전북의 이윤권과 이지훈은 이날 22세 이하 선수로 선발 출전했다. 전반 10분 제주의 선제골이 터졌다. 제르소가 전북의 오른쪽 진영을 허문 뒤 뒤로 띄운 공을 주민규가 편안하게 헤더로 연결했다. 앞에 전북의 수비수들이 있었지만 막지 못했다.

선제골의 주인공 주민규는 1골 1도움을 올리며 맹활약했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급해진 전북은 15분에 22세 이하 선수들을 빼고 송민규와 김승대를 투입했다. 제주도 17분에 22세 이하 선수들 대신 안현범과 김봉수를 투입하며 맞불을 놨다. 두 팀 다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교체였다. 21분에 제주 이창민이 슛을 날렸지만 백승호 맞고 굴절되며 살짝 골대 위로 떴다. 38분, 제주는 경미한 부상을 당한 정우재를 빼고 이지솔을 투입했다. 이후 두 팀은 공방을 주고받았지만 추가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뻔한 선수 기용과 무기력한 경기 운영 반복

전북은 이른 실점 이후에도 뜻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선수를 교체하며 변화를 줬지만 느슨하고 무기력한 플레이가 반복됐다. 중원에서의 창의적이고 유기적인 플레이도, 측면을 무너뜨리는 날카로운 돌파도 보이지 않았다. 전반전에 62%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실속이 없었다. 최전방에 위치한 일류첸코에게 볼이 연결되지 못하고 결국 유효슈팅 하나 없이 전반을 마쳤다.

양 팀은 교체선수 없이 후반을 시작했다. 후반도 전반과 비슷한 양상의 흐름이 이어졌다. 쿠니모토와 김보경의 플레이는 겹치고 양 날개 송민규와 김승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수비수 최철순은 상대 진영으로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고 왼쪽 수비수 김진수는 몸이 무거워 보였다. 김진수는 두어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부정확했다.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후반 23분, 김승대와 일류첸코를 빼고 박진섭과 구스타보를 투입했다. 교체 직후 이어진 코너킥 공격에서 김진수의 슛이 제주의 골대 오른쪽을 맞히며 빗나갔다. 전북으로선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다.

후반 28분 전북 문전에서 제주 이창민이 때린 슛이 다시 수비수 맞고 굴절되며 골대 위로 흘렀다. 후반 33분에 제주는 제르소와 조나탄 링을 빼고 김주공과 진성욱을 투입했다. 2분 뒤 전북도 쿠니모토를 빼고 이승기를 투입했다. 전북은 선수 교체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 김주봉이 후반 39분에 추가골을 터트렸다. 홍정호와 김진수가 따라붙었지만 막지 못했다. 하프라인부터 일직선으로 이어진 두 번의 패스에 전북의 중원과 수비진이 그대로 뚫렸다. 김주공은 투입 6분 만에 본인의 시즌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남기일 감독의 용병술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경기는 제주가 홈팬들에게 기분 좋은 승리를 선물한 채 마무리되었다.

전북 특유의 팀 색깔이 보이지 않는 경기였다. 한 골을 먹더라도 두 골, 세 골을 넣어 결과를 가져오는 팀이 전북이다. 그런데 5라운드를 마친 지금 전북은 2득점에 5실점이다. 순위표도 한 경기를 덜 치른 수원FC와 성남의 바로 위인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경기에 임하는 김상식 감독의 전략과 전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김 감독은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전북을 지극히 평범한 팀으로 만들었다. 전북을 상대하는 감독들 입장에서는 전북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이 뻔해서 쉽게 대처가 가능하다. 미드필드 싸움과 양 날개의 위력이 사라지니 최전방 공격수도 힘을 쓰지 못한다. 슈팅까지의 연결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탓에 당연히 골도 터지지 않는다.

전북현대의 김상식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팬들, “팀 특유의 색깔 되찾아 반등의 계기 마련해주길”

더 늦기 전에 반전의 계기가 절실해 보이는 전북이다. 3연패로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무난하게 관리하는 팀 운영을 탈피하고 내부의 경쟁과 활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나사못이 서너 개는 풀려있는 듯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최근과 같은 경기가 두어 차례 더 반복되면 팀으로선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날 제주까지 날아와 전북을 응원한 한 팬은 경기가 끝난 뒤 “우리 진영에서 공 돌리며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을 높이는 경기 운영은 전북이 전북이길 포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전북 특유의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윙어를 활용하는 공격이 사라졌다”면서,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하루빨리 경기력을 끌어올려줄 것”을 주문했다.

전북현대가 지금 보여주는 면모는 우승 후보로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전북은 여전히 최고 몸값을 받는 좋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팀이다. 선수들의 기량과 팀의 시너지를 최대치로 발휘해야 한다. 팬들은 일주일 뒤에 있을 김천과의 홈 경기에서 김상식 감독이 어떤 전술과 선수 기용을 들고나올지 지켜보고 있다.

/김병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