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정치보복 시작?...윤석열 당선되자마자 김건희씨 1억 손해배상청구 소장 전달

미디어 이슈

2022-03-12     박주현 기자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신승으로 끝난 20대 대통령 선거 이후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도마에 올랐다. 김씨는 선거 기간 중 공개한 ‘김건희 녹음 파일’과 관련된 언론사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데 이어 선거 직후 소장이 전달돼 파문이 거세다. 

이와 함께 대선이 끝나자마자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주장이 등장하는 등 정치 보복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언론단체들은 대선 이후 잇따라 성명과 논평을 내고 윤 당선인의 언론관을 우려하며 ‘소통과 협치의 정치로 나갈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김건희씨 손해배상 청구 소장, 선거 직후 서울의소리 기자에 전달 배경은? 

미디어오늘은 11일 ‘‘윤석열 당선되자 날아온 김건희의 1억 손해배상청구 소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와 이명수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이 피고측 이명수 기자에게 10일 도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날”이라고 덧붙인 기사는 “김씨측은 1월 16일 MBC ‘스트레이트’의 소위 ‘김건희 녹음파일’ 방송 직후 서울의소리가 녹음파일 관련 유튜브 방송을 내보낸 다음 날인 1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월 17일 서울중앙지법에 낸 소장에서 “피고들의 불법적인 녹음 행위와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를 무시한 방송으로 인격권과 명예권, 프라이버시권, 음성권을 중대하게 침해 당해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을 환경·언론사건 담당 재판부인 민사201단독 김익환 부장판사에 배당했으며, 재판부는 아직 변론이나 변론준비 기일을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소리 "왜 선거 전까지 감추고 있다가...보복 시작됐다" 

1월 16일 MBC 스트레이트 '김건희 씨는 왜' 방송 화면 캡처

이에 대해 서울의소리 측은 이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선이 끝난 지 이틀이 채 지나기도 전에 본 매체는 20대 대통령 윤석열 당선자의 배우자 김건희씨로부터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수령 받았다”면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보복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대선 다음 날인 3월 10일 소장을 수령받았다”며 “왜 선거 전까지 감추고 있다가 선거가 끝난 뒤 보내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민사소송 절차상 접수된 소장의 부본을 소송 상대방에게 보내는 주체는 법원이라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서 서울의소리 이 기자는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김씨와 대화를 한 7시간 가량의 통화 내용을 녹음, MBC와 협업해 녹음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김씨는 법원에 녹음파일을 공개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MBC와 서울의소리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서울의소리 제공) 

당시 법원은 "사생활 등이 담긴 일부 대화만 제외하면 녹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MBC와 서울의소리는 방송과 유튜브를 통해 김씨와 이씨의 통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다만 서울의소리는 유튜브 등에서 MBC ‘스트레이트’ 방송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까지 일부 공개해 파문이  컸다. 

이에 김씨 측은 “이명수는 뒤에서 정천수로부터 조언을 받아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원고의 음성을 약 53차례에 걸쳐 7시간 45분 동안 녹음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원고 음성을 녹음한 것으로 (음성권 침해 위법성 조각사유인) ‘목적의 정당성’이 존재하지 않고 원고를 기망해 녹음한 것으로 ‘수단의 상당성’도 존재하지 않으며, 원고와의 모든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피해의 최소성’ 요건도 충족하지 못해 피고들의 녹음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씨, 윤 당선인에게 묻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했을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 사건 재판의 변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송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언론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 재판을 김씨가 윤 당선인에게 묻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주장이 등장해 주목을 끈다. 뉴스토마토에서 ‘뉴스in사이다’를 진행 중인 노영희 변호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종편을 최소 2개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변호사는 특히 지상파 방송사들을 겨냥해 “요즘 사람들은 KBS·MBC·SBS에서 뉴스를 듣거나 시사 교양을 습득하지 않는다”며 “불공정 언론에 대항할 언론을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언론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란 지적과 함께 정치 보복 일환에서 나온 발언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기편 아닌 언론은 모두 언론 아니라는 단순한 이분법 이제 끝내야"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기편이 아닌 언론은 모두 언론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분법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 원인으로 언론을 지목하며 대안방송을 만들자는 움직임은 그동안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보수 일색인 종편에 더해 ‘진보 종편’ 주장은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방송의 ‘보수 편향’이 더욱 심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는 별도로 언론단체들이 대선 이후 윤 당선자를 향해 우려 섞인 성명과 논평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은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드러냈던 언론관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혐오와 차별의 정치를 멈추고 소통과 통합의 정치로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0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대로라면 한국 사회의 퇴행에 대한 우려는 그저 기우가 아니다”며 “민주당을 옹호하는 강성노조의 전위대로 노동조합을 보는 대통령, 헌법에 따라 결성된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겠다’는 정당이 집권할 나라가 목전에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단체들, 윤 당선인 언론관 우려 성명 잇따라..."소통의 정치" 주문 

언론현업 6개 단체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선 후보의 언론노조 관련 발언을 규탄하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이어 “언론중재법 개정이 언론 자유의 침해라고 주장하던 정당의 대통령이 ‘진실 왜곡 언론사는 파산’시키겠다는 엄포를 놓고, 자율규제를 공약이라 내놓는 분열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전위대’를 앞세워 다시 공영방송에 피바람을 일으키고, 조중동 언론재벌을 위해 종편 규제를 완화하며, 민영방송을 자본과 사주의 들러리로 보장해 줄 거대 미디어부처의 신설도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노조는 "콘텐츠 진흥과 초 연결 사회라는 미명 하에 미디어 재벌과 대기업의 질주는 계속되고, 한 줄의 공약도 없는 지역 언론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노조가 나갈 길은 분명하다”며 “당선자가 누구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과 편향된 언론관을 잇달아 드러내며 커다란 우려를 자아냈다”면서 “‘기사 하나로 언론사 전체가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고, ‘소수매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별다른 근거 없이 ‘친여매체’, ‘정권의 하수인’ 등 언론(인)을 모욕하는 발언들을 쏟아냈고, 선거운동 막바지에 언론노조를 향해 막말을 쏟아냈다”며 “이런 태도와 발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언론탄압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며 “차기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언련, "자기편 챙기는 정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 

민언론이 10일 발표한 성명

언론연대는 또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보여준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멈추고, 언론을 향한 적개심을 버리고 소통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며 “과거 국민의힘 정권처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혐오와 차별에 기대는 낡은 정치로 퇴행한다면 윤석열 정부 역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민언련도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 추진을 두고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한 윤석열 당선인이 선거기간 토론회 등에서 ‘강력한 사법 절차’를 말하고, 공약집에서는 다시 ‘자율규제 찬성’을 명시한 말바꾸기는 윤 당선자의 언론철학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결국 이번 대선 후보자 중 가장 언론정책에 부실했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미디어정책이 실종된 선거’가 ‘시민을 위한 미디어정책은 없이 자기편 챙기는 정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민언련은 “윤석열 당선인은 그 사이만이라도 스스로의 언론관을 되돌아보고, 선거기간 내내 강조한 ‘국민 통합’ 가치에 걸맞게 시민 모두의 ‘미디어 기본권’ 보장을 포함한 미디어정책 방향을 언론종사자,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