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무시당하고 외면 받는 '지역 뉴스'
[지방부활시대(47)] 등잔 밑이 어두운 디지털 한국
대다수 지방사람들은 자기 지역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외면한다. 그들이 이용하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지역뉴스를 찾아보기는 매우 힘들다. 지역의 뉴스와 여론을 전달하는 건강한 지역신문은 지방부활의 필수조건이다.
첨단 디지털 시대, 등잔 밑 어두운 봉건적 지역사회 왜?
인터넷에 모든 것이 있고,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디지털에서도 여전히 무시당하고 외면받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지역뉴스이다. 카톡이나 페이스북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다음과 네이버를 통해 국내외 뉴스를 실 시간으로 입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관한 소식이나 뉴스는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 내 고장에서 대형사고나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 지역 소식이 인터넷에 등장하지 않는다. 첨단 디지털 시대라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봉건적 지역사회인 것이다.
지역사회에 지역뉴스가 부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지역뉴 스를 제공하는 지역언론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각 지역마다 많게는 수십 개의 신문사가 있지만 해당 지역에서 경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많은 독자를 확보한 신문사는 극히 드물다. 자연 경영이 부실하고 직원이 부족해 양질의 뉴스를 포기한 채 쉽게 구할 수 있는 보도자료 등으로 지면을 채운다.
네이버·다음 뉴스 배치, 구글과 다른 이유는?
지역주민 입장에 서는 지역뉴스를 제공하는 지역신문이긴 하지만 그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외면하게 된다. 지역뉴스가 부재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포털사이트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람들은 대부분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뉴스에서 국제뉴스, 전국뉴스, 지역뉴스를 접한다.
과거에는 소위 <조중동>과 같은 서울일간지가 전국에 몇백만 부씩 배포되었지만 이제는 옛날 일이다. 광역시 도청 소재지에서 발행하는 지방일간지도 마찬가지로 사양길 운명이다. 다음과 네이버는 대다수 한국인이 이용하는 뉴스매체가 되었지만, 여기서 내 지역의 뉴스를 알려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포털사이트가 지역뉴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아니다.
내비게이션이나 날씨 정보에서 보듯이 GPS를 이용해 각 이용자가 위치한 지역의 지리 정보나 날씨 정보를 소상히 알려줄 수 있다. 광고도 철저히 이용자의 위치를 고려해 배치한다. 뉴스도 마찬가지 기술적 방법으로 얼마든지 제공될 수 있다. 즉, 각 사람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뉴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다. 전 세계적 포털사이트인 구글은 오래전부터 그러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다음이나 네이버는 그렇게 하질 않는다. 왜일까?
국내 포털사이트들이 지역뉴스를 외면하는 이유는 수익성만 고려 하고 공익성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뉴스는 조회 수가 제한되기 마련이다. 가급적이면 지역 제한 없이 전국에서 남녀 노소가 관심 가질만한 기사를 우선적으로 초기화면에 배치해야 수익이 늘어난다. 그 결과 수용자 입장에서는 내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를 포털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대부분 네이버나 다음에서 제공하는 뉴 스만 보고 넘어가기 때문에, 3000여 개의 지역언론사들이 매일 만들어내는 지역뉴스들은 인터넷에는 있지만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무의미한 뉴스이다. 뉴스로 사람들을 유인한 네이버와 다음은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다. 국내 1위 포털업체인 네이버의 경우 1년(2017년 기준) 매출액이 4조 6,700억 원에 달하는데, KBS, MBC, SBS 등 국내 3대 지상파 방송사업자 매출액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이다.
한국처럼 대다수 국민이 자국 포털사이트 이용하는 나라 많지 않아
네이버 매출액 중 광고 매출이 3조 원으로 3,700개에 달하는 국내 신문 전체 광고매출 액의 2배에 달한다. 네이버 광고 매출의 대부분은 뉴스와 검색 결과 에 붙인 광고를 통해 이뤄진다.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1)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언론사들이 만든 뉴스를 헐값에 구입 해 게재한다. 2) 광고비는 뉴스를 제공한 언론사와 나누어, 뉴스 제공 언론사들도 조회 수 높은 뉴스를 만들기에 주력도록 유도한다. 포털 의 이러한 뉴스 돈 벌기 방식에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뉴스 생 산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여 않고도 뉴스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점은 언론이 아니므로 언론으로서의 공익적 책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처럼 대다수 국민이 자국의 포털사이트를 이용하는 나라들은 많지 않다. 전 세계 포털 검색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구글의 국내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11.8%에 불과하다. 구글을 제치고 자국의 포털이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뿐이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언론매체이지만, 언론의 공적 기능은 외면한 채 사적 이윤 추구에만 몰입해도 비난받 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구글, 초기화면에 뉴스 배치하지 않거나 전국뉴스·지역뉴스 골고루 배치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 돈벌이 방식은 반언론적인 동시에 반 지역적이다. 지역의 이용자들을 적극 유인하지만, 지역뉴스와 정보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최소한으로 줄인다. 국내 소비자들 기반으로 경영하는 대한민국 대기업 중 이들처럼 지역소비자를 무시하고 외면하는 기업이 없다.
한국신문협회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는 124개 매체 가운데 지역신문은 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 일보 등 3개에 불과하다. 전 세계 포털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한 구글은 초기화면에 뉴스를 배치하지 않거나(데스크탑) 배치하더라도(모바일) 전국뉴스와 지역뉴스를 골고루 배치한다. 즉 뉴스를 미끼로 네티즌을 유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구미 국가에서는 검색은 포털을, 뉴스는 언론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이용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뉴스와 검색을 구분함으로써 지역언론이 생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들 국가의 네티즌들은 비록 검색엔진은 다른 나라 것을 사용하더 라도, 자기 지역의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네티즌들은 자국산 검색엔진을 이용하지만, 자기 지역 뉴스는 원천 차단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