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 리그 2라운드 대구와 무승부...선제골 김보경, “노 전쟁, 우크라이나”
김병직의 '축구 이야기'
2월의 마지막 주말, ‘하나원큐 K리그1 2022’ 12개 팀의 리그 2라운드 경기가 일제히 치러졌다. 대구FC(대구)와 전북현대모터스FC(전북)의 경기도 27일 대구의 DGB대구은행파크(대팍)에서 열렸다.
홈팀 대구는 3-4-3 전형으로 경기에 임했다. 오승훈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박병현 홍정운 정태욱이 수비진을 구성했다. 홍철 라마스 이진용 이태희가 중원에 서고 세징야 김진혁 고재현이 공격수로 나섰다.
원정팀 전북은 4-3-3으로 나섰다. 골키퍼에 송범근, 포백은 왼쪽부터 김진수 홍정호 구자룡 최철순이었다. 쿠니모토 박진섭 백승호가 미드필더로, 송민규 일류첸코 박규민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박규민은 22세 이하 선수로 개막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고 박진섭은 전북에서 첫 선발 출전이었다.
대구가 자랑하는 날카로운 창 세징야와 전북의 난공불락 철옹성 홍정호의 대결이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경기였다.
브라질 출신의 세징야는 세 시즌 연속으로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된 바 있다. 대구 팬들이 ‘동상을 세워 주자’고 말할 정도로 실력과 인성이 검증된 선수다. 전북의 주장 홍정호는 수비수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시즌 리그 MVP를 차지했다.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는 이유를 팬들이 궁금해할 정도로 아시아 최고 수준의 수비 실력을 인정받는 선수이다.
김보경 선수, 골 터트린 뒤 “노 전쟁, 우크라이나”
양 팀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전후반 내내 팽팽하게 싸웠다. 전북은 전반 67%, 후반 52%로 점유율에서 앞섰다. 슈팅은 10:8, 유효슈팅은 6:4로 오히려 대구가 우세했다. 대구는 두 차례 골대를 맞추는 불운이 따랐고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터진 골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전북은 공격 전개가 매끄럽게 풀리지 않으면서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도 강력한 전방 압박과 중원을 두텁게 하며 경기를 운영했지만 쉽사리 전북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대구는 27분 홍철이 들것에 실려 나가고 케이타가 교체 투입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대구는 홍정운을 빼고 에드가를, 전북은 박규민 대신 문선민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대구는 높이를, 전북은 속도를 강화하는 교체였다. 두 선수의 투입 이후 양 팀은 불꽃 튀는 공방을 주고받았다.
후반 2분 전북의 박진섭이 대구 문전으로 길게 넘겨준 볼을 송민규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넣으며 선제골이자 두 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듯했으나 비디오판독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은 취소되었다.
후반 4분과 5분 대구가 순간적인 공격을 연속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 골대를 빗나갔다. 대구는 이후에도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계속해서 전북을 공격했다. 후반 13분 전북이 일류첸코와 쿠니모토를 빼고 구스타보와 김보경을 투입했다. 전북은 4-2-3-1 형태로 전형을 바꾸면서 박진섭과 백승호가 투 볼란치로 포백을 보호했다. 대구는 수비 시 5-4-1의 형태로 전환하며 촘촘하게 수비벽을 형성했다.
후반 26분 기다리던 골이 김보경의 발끝에서 터졌다. 송범근이 길게 내주고 문선민이 드리블 돌파하다 건넨 공을 김보경이 대구 수비수 네 명을 유려하게 제치며 골망을 갈랐다. 문선민은 1라운드에 이어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김보경은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트린 뒤 중계 카메라 앞으로 달려와 “노 전쟁, 우크라이나”를 두 차례 크게 외쳤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 의사와 전쟁 반대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후반 34분 대구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고재현의 슛이 수비하던 홍정호의 무릎에 맞고 방향이 바뀌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비디오판독 끝에 고재현의 골로 인정되었다. 고재현은 이날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되었다.
김상식 감독 "승점 2점 빼면 아쉬울 것 없는 경기"
이후에도 쉴 새 없이 공방이 이어졌지만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양 팀 모두 만족하기 어려운 경기 결과였다. 대구는 홈경기인 데다 첫 승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전북은 올해도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팀이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와 경기장 상태도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쳤다. 경기장의 많은 곳이 그늘진 데다 살짝 얼어있어 선수들이 자주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모습이었다.
올해 대구 감독으로 부임한 알렉산더 가마 감독은 태국 리그에서 12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우승 청부사다. 가마 감독은 “경기력은 우리가 좋았다”며 “충분히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실제 후반전만 놓고 보면 대구는 가마 감독의 그 유명한 ‘가마볼’을 느끼게 해주는 경기를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멀리서 응원을 와준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승점 2점을 빼면 아쉬울 것 없는 경기였다”며, 이어질 포항전과 울산전에 대비해 “선수들의 부상에 대비하고 컨디션을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은 두 경기에서 한 골씩 득점하며 아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주축 선수인 한교원과 이용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고, 준족 바로우의 복귀가 늦어지는 점도 김 감독을 걱정시키는 요인이다.
한편 이날 파올로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봤다. 대표팀은 11월에 열릴 예정인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하고 현재 아시아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 김병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