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도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

백승종의 '서평'

2022-02-26     백승종 객원기자

레프 톨스토이(1828-1910)가 50대 후반에 집필한 작품으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있지요. 다들 익히 아실 이야기입니다. 그 제목에는 '죽음'이 들어가 있지마는 실지로는 이반의 삶에 관한 책이지요.

톨스토이는 이렇게 생각하였어요. 육체의 죽음이란 사실 인간 유한성의 마지막 단계라는 것이지요. 어디 톨스토이만 그렇게 보았을까요. 기독교적 세계관은 그런 것이지요.

'영혼은 육체의 죽음을 통해 완벽한 희열의 세계로 돌아간다.'

한 마디로, 톨스토이는 영혼의 본질을 이와같이 요약했어요. 훗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요, 톨스토이가 소설에서 묘사한 이반의 삶을 해부한 끝에 이런 주장을 했지요.

"이반은 옳지 않은 삶을 살았다. 옳지 않은 삶은 영혼의 죽음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반은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죽음 너머에는 신의 살아 있는 빛이 있으니, 이반은 죽어서 새로운 삶(대문자 L로 시작하는 Life)을 얻게 된 것이다."(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이혜승 역, 을유문화사, 2012, 423쪽)

요즘은 뇌 과학이 발달하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이제 영혼과 육체의 관계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설명합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영혼과 육체는 이분법적으로 분할될 수도 없고요, 죽음 이후에 영혼은 따로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적나라하게 말해, 영혼도 육체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