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내년 재가동? 넘어야 할 산 많은데 긍정·낙관 보도 '일색'..."선거용 아니길"
[뉴스 큐레이션] 2022년 2월 25일
5년여 동안 굳게 잠겼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알리는 협약식이 24일 군산에서 요란스럽게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 강임준 군산시장이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한 모습이 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전북지역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 영상과 지면에 이날 협약 내용과 함께 송하진 도지사 인터뷰 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역 일간지들은 1면과 2면, 3면 등을 동원해 스트레이트와 해설기사를 내보냈다.
지역 일간지들 ‘경제 훈풍’, ‘군산의 봄’...미사여구 '화려'
지역 신문들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 4년 7개월 만에 재가동을 공식화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고 기사 리드에서 일제히 띄웠다. 그러면서 “전북도민들의 오랜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 “서해안 조선업 메카”,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훈풍", "군산의 봄“ 등 화려한 미사여구를 빠뜨리지 않았다.
전북일보가 가장 많은 기사를 다뤘다. 신문은 이날 협약식 관련 소식과 전망 등 6꼭지의 기사(인터넷)를 내보냈다. 25일 자 지면도 1, 2, 3, 6, 7면 등 무려 5면을 할애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이번 협약으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군산조선소의 시설·장비를 보수하고, 내년 1월부터 연간 10만 톤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블록 제작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인력 수급에 맞춰 점진적으로 블록 제작 물량을 확대하는 등 조속한 시일 내에 완전한 재가동을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협약식에서 송 지사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중소형·특수선 선박 중심 생태계 구축, 친환경 선박 기자재 산업 육성 등 3대 전략을 통해 전북을 '서해안 조선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는 내용을 강조하면서 사진과 함께 송 지사를 부각시켰다.
전북일보, ”지난해 12월 최초로 보도“ 자화자찬
신문은 ”군산조선소 2023년 재가동이 24일 결정되면서 전북일보가 지난해 12월 전국 최초로 보도한 ‘마침내 군산조선소 재가동(인터넷 제목: 군산조선소 2023년 재가동’ 가시화’)기사가 재조명되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도의 배경은 취재기자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한 민·관·정 협약서’를 입수, 지난해 12월 6일 협약내용을 미리 인지한 데 있었다“며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이나, 단체 등에서는 보도가 나간 배경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송하진 전북지사나 신영대 의원 등 정치권을 과도하게 띄워 주는 기사라고 폄하했고, 일부 언론에선 본보의 기사 내용과 반대로 쓰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민일보, ”‘군산의 봄’ 슬로건으로 재가동 협약식...“ 반겨
전북도민일보도 1면과 2면 머릿기사로 관련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기사에서 ”24일 군산조선소에서 '군산의 봄' 이라는 슬로건으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이 열렸다“며 ”지난 2017년 7월 가동이 중단된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이 공식화되면서, 조선산업 생태계 회복은 물론 전북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라일보, ‘5년만에 지역경제 봄 소식’, ‘조선업 메카’ 띄워
전라일보는 1면과 3면에서 관련 소식을 큼지막하게 다뤘다. ‘군산조선소 내년 재가동··· 5년만에 지역경제 봄 소식’(1면), ‘생산유발 효과 수 천억 '서해안 조선업 메카' 닻 올린다’(3면), ‘다시 일어선 군산조선소 도-시-정치권 협력 결실’(3면) 등의 제목과 함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가동이 중단된 지 5년여만에 재가동이 공식화됨에 따라 얼어붙은 전북의 경제도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신문은 ”무엇보다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으로 지역을 떠난 조선업체와 인력 등이 다시 군산을 비롯한 전북지역에 유입됨에 따라 수천억 원에 달했던 지역 생산유발 효과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밖에도 군산조선소라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소형·특수선/친환경 선박 집적화 등을 이뤄 전북이 서해안 조선업 메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됐다“고 썼다.
새전북신문, ‘조선업 부활 신호탄…전문인력-협력사 육성은 과제’
새전북신문도 1면과 2면에서 비중 있게 관련 소식을 다뤘다. 신문은 1면 ‘군산조선소 내년 1월 재가동 물꼬’란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7년 7월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과 수주절벽 등의 여파로 장기휴업에 들어간지 약 4년 7개월 만이며, 재가동 예정일은 내년 1월“이라며 “‘군산의 봄’ 소식을 임기가 끝나기 전에 보게 돼 매우 기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했다.
신문은 그러나 2면 ‘조선업 부활 신호탄…전문인력-협력사 육성은 과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며 군산조선소 재가동 배경과 남겨진 과제를 진단했다. 기사는 “당장, 재가동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협력업체를 다시 확보하는 게 시급한 상태”라며 “전문인력은 대부분 타 지방 이주나 타 업종 재취업, 협력사들 또한 이미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해버린 탓”이라고 분석했다.
기사는 또 “실제로 도내 군산조선소 협력사들은 정상 가동 때 모두 85개사에 달했지만 그 휴업과 함께 전체 79%(67개사)가 연쇄부도를 맞았다”며 “덩달아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린 근로자들 또한 전체 5,250명 중 96%(5,020명) 가량이 실직하는 등 지역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재가동까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 셈이다”고 부가했다.
전민일보, 송하진 지사 지나치게 부각
전민일보도 1면과 2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1면 ‘5년 만에…현대중(重) 군산조선소 재가동 ‘첫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현대중공업은 연내에 군산조선소 시설보수를 위해 약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선업 인력 수급에 맞춰 점진적으로 블록제작 물량을 확대하는 한편, 조속한 시일 내에 완전하고 지속적인 가동을 취할 방침”이라며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맞춰 LNG·LPG 탱크도 군산에서 제작할 예정”이라고 띄웠다.
그러면서 송 지사의 이날 발언을 인용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견뎌주신 도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견인불발(堅忍不拔)의 자세로 군산조선소의 성공적인 재가동을 위해 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이어 “전북을 지속 가능한 서해안조선업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신문은 이날 2면에서도 송 지사의 노력과 결실 소회 등을 강조한 기사를 내보내 지나치게 송 지사에 초점을 가함으로써 ’송 지사를 위한 지면 배치‘란 뉘앙스를 짙게 풍겼다. 협약식이 끝난 후 24일 지역 방송사들도 비중 있게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전주MBC는 2건의 관련 기사에서 의미와 문제점 등을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전주MBC “재가동의 물꼬 트였지만 아직 갈 길 멀어”
특히 방송은 ’"전북 경제의 아픈 상처"..현대중공업 의지 중요‘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2017년 7월 가동을 멈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전북 경제의 아픈 상처”라며 “5,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80여 협력업체가 문을 닫은 초유의 사태였는데, 재가동의 물꼬는 트였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고 전망해 신문들의 긍정 일변도 보도와는 다소 대조를 보였다.
기사는 또 “2017년 초부터 일감이 끊긴 80여 협력업체는 도산의 위기에 직면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업체 대표도 있었다”면서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앞다퉈 군산조선소 회생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문재인 대통령도 그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년 정도면 재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고문으로 변했고 이미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기사는 “정부와 지자체는 5,000여 퇴직자의 이직을 지원하고 협력업체의 업종 전환을 도왔지만, 인력과 회사 대부분이 군산을 등진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식에서 선박 블럭 10만 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조선소 기능이 완전 회복되는 것은 아니어서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며 “초기 고용이 600명으로 과거 5,200여 명의 10분의 1에 그치고, 생산유발 효과 역시 2016년 2조 2,000억원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이어 “더욱이 무너진 인력 공급망과 시스템 구축도 쉽지 않을 전망이어서, 조선소 정상 가동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KBS전주 “지속성 확보 위한 중장기적 대응 뒤따라야”
KBS 전주총국은 이날 ’군산조선소서 선박 블록 생산…“지속적인 가동 위해 노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그동안 재가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가동 중단 5년 만에 물꼬가 트였다”면서 “정부와 지자체, 현대중공업이 내년부터 선박 블록을 생산하고, 완전하고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맞는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고, 내년부터 3년 동안 군산조선소에서 생산한 선박 블록 등의 해상 운임료 일부를 부담한다”며 “선박 블록 생산으로 힘겹게 활로를 찾은 군산조선소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JTV “가장 큰 문제는 인력 확보”
JTV는 ’군산조선소 내년부터 '재가동'‘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군산에서 선박용 블록을 생산해서 울산으로 옮기고, 이 운송비의 일부를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군산을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해 군산조선소와 군산 경제 회복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취임 후 네 번째 군산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4월에 만료되는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을 연장하는 등 군산 경제 정상화를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인력 확보”리거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군산조선소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미래형 선박 제조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고 기사는 말미에서 강조했다.
이처럼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과 블록 생산이 1년 후부터 이뤄진다는 내용과 필요한 과제 등이 지역 언론들에 의해 조명됐지만 일부 서울 언론들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많이 표시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중간에 있어서 복잡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이전에 약속한 내용임에도 임기 내내 실행되지 않다가 임기 종료 시점에서 협약식이 이뤄져 연속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들도 나왔다.
“대선 앞두고 대통령 방문...선거 개입 논란” 지적
시사위크는 이날 협약식과 관련해 ’대선 D-13일, 문재인 대통령의 군산 방문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기사는 우선 “20대 대선을 2주 앞둔 시점에 문 대통령이 군산을 찾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면서 “문 대통령이 임기 중 군산을 찾은 것은 지난 2017년 5월 31일 바다의 날 행사, 2018년 10월 30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 2019년 10월 24일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 등을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라며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군산 방문에 대해 ’텃밭 표심을 챙기는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군산조선소는 군산의 주력 산업인 조선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었으나, 지난 2017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북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며 “그러다보니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군산조선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청와대 입장을 전했다.
시사포커스도 ’文 대선 13일 앞두고 호남 방문, 선거 개입 논란 불가피‘란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전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한 협약식' 행사 참석 차 전북 군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방문했다”며 “하지만 선거를 13일 앞둔 시점에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호남 지역 방문이기에 선거 개입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JTBC는 이날 관련 보도에서 “내년 1월로 예정된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성과라는 점을 강조한 점이 인상깊다”며 “최근 현장 행보가 드문 문 대통령이 호남 방문은 올해 처음인데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선거 개입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고 밝힌 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을 방문했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했던 과거를 잊었느냐"는 야권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조선소 재가동 '협약식'까지 마친 상황인데 불과 이틀 전 군산을 방문해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윤 후보도 좀 머쓱하게 됐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블록 제작만으로는 인프라 극대화하기 어려워...해결해야 할 과제 ’산적‘
한편 군산시 등에 따르면 선박 1척당 1,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군산조선소의 블록 생산에 따른 연간 매출은 4,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이는 호황기와 비교해 40% 수준이다.
앞서 군산조선소는 2010년 8척, 2011년 14척, 2012년 11척, 2013년 10척, 2014년 13척, 2015년 16척, 2016년 13척을 건조했으며, 강재로는 2012년 39만 톤, 2013년 28만 톤, 2014년 42만 톤, 2015년 37만 톤, 2016년 38만 톤 규모였다. 매출 규모는 2012년 1조 1,300억원, 2013년 8,600억원, 2014년 8,301억원, 2015년 1조 1,418억원, 2016년 1조 2,972억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제발 선거용 아니길..."
투자 금액이 1조 2,000억원에 달하고 골리앗 크레인도 1,650 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였던 군산조선소는 제2국가산업단지의 총 181만㎡ 부지에 공장 5개동(19만 1,000㎡)과 도크 1개, 안벽, 골리앗 크레인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블록 제작만으로는 그 인프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군산조선소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의 하청 조선소로 전락한 채 명맥만 간신히 유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가동 준비 기간이 1년 정도 남았지만 제대로 된 인력과 협력사들을 기간 내에 갖출 수 있을지도 관건으로 남았다. 지나치게 흥분하며 낙관과 긍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재가동이 1년 후에 이뤄진다는 소식에 많은 시민들은 "이번에도 선거용이 아니길 제발 바란다"는 푸념을 쏟아내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