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걱정스럽던 그 눈빛...아버지!
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2020-06-07 신정일 객원기자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내 어린 시절
매일 책만 읽고 있는 나에게
아버지는 말했다.
“너는 강태공이 될라고 그러냐.
책에서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아무 말 없이 책장만 넘기는
내 귓전에 들리던
긴 한숨 소리.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제 자리를 못 잡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고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시기만 했다.
걱정스럽던
그 눈빛에서 묻어나오던
침묵 속의 그 소리!
“책에서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아버지는 조금 이른 나이에
내가 책을 써서 자리를 잡는 것,
지켜보지도 못하신 채
훌훌 먼 곳으로 길 떠나셨다.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나서
먼 곳을 응시하며
“아버지! 책 써서 밥은 먹고 삽니다.”
말씀드려도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아무 말도 없으신 나의 아버지.
...
선각산은 구름 속에 있고.
/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